[Opinion] 스포츠를 통해 위로를 전한다, ‘하이큐!!’가 가진 힘 [만화]

글 입력 2024.07.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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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루다테 하루이치 / 하이큐!! 제작위원회 / 에스엠지홀딩스

 

 

‘하이큐!!(이하 ‘하이큐’)’는 일본의 ‘주간 소년 점프’에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연재된 배구 만화다.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2014년부터 제작, 방영되었으며, 일본 현지 기준 지난 2월, 극장판 애니메이션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이 개봉하기도 했다.


5월에 국내 개봉한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이 현재 두 달이 넘도록 상영 중이다. 누적 관객 수 72만 명에 달하며 꾸준한 인기를 보여주는 작품의 인기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1. 성장 서사가 가진 힘


 

우리는 많은 작품에서 성장 서사를 발견할 수 있는 만큼 그것에 익숙하고 그렇기에 쉽게 좋아할 수 있다. ‘하이큐’는 그러한 성장 서사를 잘 담아낸 작품이다. 주인공이 속하여 중심 학교라고 할 수 있는 ‘카라스노 고교’ 팀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하이큐’는 외부 요인으로 인한 외적 갈등뿐만 아니라 인물의 내면적인 갈등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를 기반으로 인물은 실력과 같은 외적 요소의 성장을 이룸과 동시에 내면의 성장을 동반한다. 이러한 서사적 특징이 잘 드러나는 인물은 카게야마 토비오(이하 ‘카게야마’)와 츠키시마 케이(이하 ‘츠키시마’)라고 할 수 있다.


카게야마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만큼 그는 자신이 스파이커에게 좋은 토스를 ‘올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학교 시합 중 같은 팀 선수들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경기를 운영한 결과, 누구도 그의 토스를 받지 않는 일이 발생했었다. 이처럼 과거의 그는 ‘제왕’, ‘군림’으로 형용되는 독단적인 세터였다. 그러한 카게야마가 카라스노 고교에 진학하여 히나타 쇼요(이하 ‘히나타’)를 만나게 되며 점차 변화해 간다. 자신이 원하는 속도로 속공을 쳐낼 수 있는 히나타와 함께 ‘괴물 속공’ 콤비가 되면서 진정한 합을 맞추기 시작한다. 이후 같은 중학교 출신이자 같은 포지션인 오이카와 토오루가 속한 아오바죠사이 고교와의 시합이 진행된다. 그러던 중 스가와라 코시와 교체되며 또 다른 세터의 자질을 알게 되면서 다른 선수들과 소통하고 독려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카게야마는 비로소 스파이커의 길을 터주는 세터로서 거듭나는 첫발을 딛는다.


츠키시마는 신장도, 경기력도 갖춘 만큼 실력 있는 선수라고 할 수 있었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열의가 부족했었다. 고작 고등학교의 부 활동일 뿐인 배구에 대해 열정을 가진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후쿠로다니 학원의 보쿠로 코타로와 네코마 고교의 쿠로오 테츠로(이하 ‘쿠로오’)와 함께 연습하며 점차 변화해 갔다. 두 사람에 의해 여름 합숙 시기에 추가적인 연습을 하게 되었고,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배구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의문을 표출하는 것에서 시작한 츠키시마의 성장은 시라토리자와 학원과의 시합에서 드러났다. 츠키시마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성향으로 꾸준히 *리드 블로킹을 이행하며 시라토리자와를 압박했다. 공을 막을 수 없다면 길을 좁히고 끈기 있게 상대 팀 스파이커에게 부담을 지웠다. 다친 와중에 처치 후 충분히 뛸 수 있음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츠키시마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비로소 그가 배구를 ‘재미있어하는’ 모습이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에 확실히 등장한다. 같은 미들 블로커인 쿠로오에게 배운 것을 상기하며 공을 막아내고 그에게 덕분에 배구가 때로 재밌다고 말하며 배구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기 시작한다.(*세터의 토스를 확인하고 블로킹을 준비하는 것)


이렇듯 하이큐는 인물의 성장을 점진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성장해 가는 인물을 응원하며 그들에게 공감하고 많은 감정을 느낀다. 그것은 이야기를 따라가고 싶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2. 보편적인 메시지를 통한 위로


 

‘하이큐’는 서사를 이끌어가는 힘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활용하여 누구나 공감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서도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이큐’에는 뚜렷한 적대자가 없다. 그저 배구 경기를 하는 선수들만이 등장한다. 사용하는 기술, 택한 주요 전력, 각자의 플레이 스타일 등 여러 요소가 다르기에 겪는 시행착오가 존재할 뿐이다. 모든 이들이 같은 목표를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구’, 그들의 공통 목표는 오로지 배구를 하는 것이었다.


‘하이큐’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은 고등학생이다. 배구부 활동을 하는 고등학생이므로 때가 되면 진학, 취업, 유학 등 다양한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니 선택의 순간에서 공통의 목표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배구를 이어가냐 마느냐, 인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어지지 않는 경기와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은 목표의 끝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하이큐’는 배구를 목표로 하면서도 수단으로 쓰고 있었다.


'하이큐'에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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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루다테 하루이치 / 하이큐!! 제작위원회


 

“우리도 했어, 배구를.”

 

 

경기에서 진 팀을 조명하며 마무리되는 부분에 등장한다. ‘배구를 하는 것’이 공통된 목표일지라도 사람마다 그 양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부 활동에 그칠 수도 있고 국가대표를 꿈꿀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목표가 다를지라도 그들이 노력한 시간은 같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목표로 달려온 선수들이다. 패배한 선수들의 배구가 그 순간 끝이 난다고 해도 그들이 땀 흘려 온 시간은 변하지 않는다. 해당 대사를 통해서 향유자에게 위로를 준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에 목매지 않아도 된다고, 꼭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할 필요는 없다고, 우리가 노력한 시간도 분명 빛난다고 말하고 있다. 패배 이후에 그들에게 배구가 어떻게 남을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각자의 처음과 끝이 모두 ‘배구’로 빛났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하든 노력한 시간은 바래지 않는다. 누군가 쉽게 알아주지 않는 그 시간을 ‘하이큐’는 값진 시간으로, 가치를 부여한다.


또한, ‘하이큐’는 무언가를 열성적으로 좋아하고 싶게 만들다가도 그것에 매몰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카라스노 고교의 1학년 내에서도 히나타나 카게야마처럼 큰 목표와 확신을 두고 열정적으로 연습하는 선수가 있는 한편, 츠키시마처럼 배구에 대한 열망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선수도 있다. 엔노시타 치카라를 포함한 2학년 세 사람은 훈련이 힘들어 도망쳤다가 돌아왔다고 표현하지만 ‘도망’보다는 ‘돌아옴’에 방점이 찍혀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냈다고, 해 가고 있는 것에 집중한다. 별것 아닌 동기일지라도, 꼭 인생을 다 바쳐서 하고 싶은 일이 아닐지라도 그것을 할 때 재밌다면,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만을 이유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선호만으로도 어떠한 일을 해낼 수 있다. 그러니 무언가를 열성적으로 좋아해도 되고 그러한 것이 없어도 상관없다. 같은 일에 대해 모두의 온도가 같을 수는 없다. ‘하이큐’는 그 사실을 전면에 드러내면서 각기 다른 온도를 가진 모든 인물을 응원한다. 어떠한 온도로 무슨 일을 하든 모두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3. ‘하이큐’의 팬덤


 

팬덤이 형성되고 활성화된 콘텐츠는 성공적인 콘텐츠라고 말할 수 있다. ‘하이큐’는 만화 원작을 TV 애니메이션, 극장판 애니메이션, 소설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했다. 이러한 OSMU, 미디어 믹스라고 일컫는 콘텐츠 형식의 다양화 전략을 통해 두텁고 활발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전략 특성상 제작 과정에서 생략되는 내용이 있기 마련이다. 작품의 팬들은 그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흐름과 연출을 해석하며 소통의 장을 형성하게 되고, 이는 활발한 팬 활동의 초석이 된다.


또한, ‘하이큐’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까지 세세히 조명하는 것에 탁월한 작품으로서 팬들의 ‘캐릭터 해석’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상황을 제시하며 특정한 인물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며 작품을 풍성하게 즐긴다. 즉, 팬들의 ‘캐릭터 해석’은 작품 향유에 있어서 새로운 층위를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팬덤이 유입되고 그렇게 팬덤의 규모가 커지며 팬덤의 양상이 더욱 활발해지고 팬덤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된 것이다.


*


많은 캐릭터를 모두 다루는 것에 있어서 어쩌면 지루해질 수도 있고, 여러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아 복잡해질 수 있고,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캐릭터 성격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하이큐’는 이야기의 어느 줄기 하나 불필요하거나 흐름에 어긋나지 않는다. 세밀하면서도 다정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 속에는 어떤 이에게도 전해지는 보편적이고 따뜻한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 좋아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추는 콘텐츠다. 그러니 이 세상에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하이큐’가 가진 다정하고 따뜻한 힘을 영원할 것이다.

 

 

[박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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