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울 수 없는 나흘의 추억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글 입력 2024.07.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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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다리_표1.jpg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미국 출판계에서 3년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세우며 세기의 로맨스로 주목을 받았고, 전 세계 40여 개국에 출판되어 5,0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다. 국내에서도 출간 직후 100만 부가 판매되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1995년에는 영화로, 2017년에는 뮤지컬로도 제작되는 등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운명적 사랑에 관한 고전’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묘사가 특징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자신이 ‘프란체스카’나 ‘킨케이드’가 된 것처럼 느끼게 했다. 구체적으로 묘사가 된 문장이 1965년의 매디슨 카운티, 독자를 경험해 보지 못한 시간과 공간에 데려다 놓았다.


프란체스카의 옷차림부터 킨케이드가 흘리는 땀방울까지 모두 자세하고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눈매, 목소리, 얼굴, 은발, 몸을 움직이는 가벼운 동작, 고풍스런 분위기가 감도는 무엇, 사람을 끄는 신경 쓰이는 무엇, 아른아른 잠에 빠지기 직전의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 속삭이는 것 같은 그런 기분, 남성과 여성 사이의 분자 공간을 재배열하는 무엇]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中

 

 

1965년 8월의 그 여름날만큼 그들의 첫 만남은 강렬했다. 로버트 킨케이드를 처음 만난 프란체스카가 그 순간 느낀 것이 그대로 전달된다. 낮은 온도로 틀어둔 냉방 탓에 얇은 이불을 덮고 누운 곳이 순식간에 프란체스카의 집 앞이 된다. 아직 시동을 끄지 않은 트럭 해리의 엔진 소리가 들리고, 내리쬐는 햇볕에 눈가를 찌푸리고, 무덥고 건조한 공기를 들이쉰다. 프란체스카가 왜 킨케이드에게 강하게 이끌렸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세밀한 묘사가 담긴 문장은 다음 장을 넘기고 싶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시공간, 인물의 감정을 어렵지 않게 상상하고 느낄 수 있다. 마치 생생한 영상을 시청하듯 물 흐르듯 서사를 따르게 된다. 그렇기에 후반부에 배치된 이별의 서사가 슬플 수밖에 없다. 고작 나흘의 시간에 대한 감정을 이해시킨다. 그들이 나눈 감정이 사랑임을 확신하게 한다.

 

‘고작 나흘’이라는 말을 차치하고도 그들의 사랑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프란체스카가 이미 가정을 꾸린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남편도 있고 아이가 둘이나 있었다. 이미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인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눈다는 점에서 불륜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한 탓에 초반부를 읽을 때 무엇이 운명적이라고 지칭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자고로 ‘운명’이라 함은 조금 더 숭고함이 덧대있어야 하지 않은가?


하지만 읽어가면 갈수록 운명과 숭고함은 크게 관련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프란체스카의 상황이 그들의 운명적인 사랑을 극대화한다.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는 다정하면서 이성적이다. 함께 떠난다는 선택지가 존재하지만, 프란체스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조금 덜 이성적이었다면, 그들이 조금 더 충동적인 인물이었다면 그들의 시간이 나흘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두 사람 사이에 이별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낭만적인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인물답지 않게 두 사람은 이성적이다.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을 대책 없이 뒤집으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이별의 순간이 탄생한다. 또한, 그 나흘의 추억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이러한 서사 앞에서 차마 숭고함을 논할 수 없었다. 나흘의 추억을 평생 간직할 수 있을까? 수십 년이 흐른 후에도 마치 어젯밤처럼 상기할 수 있을까? 찾아가지도, 연락하지도 않은 채 여생을 사랑하는 이를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갔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이따금 낡은 흔적만을 꺼내보며 죽을 때까지 다시 만나보지 못한 채 그리워만 했다. 그러한 두 사람의 사랑이 운명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일생에서 그리도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식들이 이러한 사랑을 해보길 바랐던 프란체스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런 운명적인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사랑이 하고 싶어지는 이야기다.


 

[박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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