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믿는 진실은 진실일까? - 피노키오 [드라마]

글 입력 2024.07.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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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증후군 (Pinocchio Syndrome)


1. 거짓말을 하면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딸꾹질 증세를 보이는 증후군, 43명 중 1명꼴로 나타나며 선천적인 증후군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


2. 전화나 문자로 거짓말을 해도 딸꾹질을 한다.


3.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고 그 거짓말을 바로 잡으면 딸꾹질이 멈춘다.


4. 사소한 거짓말로 인한 딸꾹질은 바로잡지 않아도 오래지않아 저절로 멈추지만 양심에 반하는 큰 거짓말로 인한 딸꾹질은 바로잡을 때까지 계속 된다.


5. ‘따님이 참 예쁘게 생겼어요’, ‘이 목걸이 손해보고 파는 겁니다’ 등, 일상의 거짓말도 못하기 때문에 왕따를 당하기 쉬우며 취직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6. 피노키오 증후군은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피노키오 증후군인 사람이 하는 말은 무조건 믿는다.

 

※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증후군입니다.

 

*

 

‘니가 증명해야지. 니가 소문의 당사자니까.’

 

늘 성적이 바닥이었던 달포는 본인의 실력으로 시험을 보게 된다. 사실 머리가 좋았던 달포는 100점을 맞게 되고 담임 선생님은 달포에게 시험지를 훔쳤다는 소문에 대해 증명해 보라고 한다. 그 소문의 주인은 달포니까.


‘전 지금 여기를 나가면 애들한테 선생님하고 윤선생님이 바람났다고 제가 이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소문을 낼 겁니다.’


달포는 선생님에게 사실을 증명해 보라고 말한다. 소문의 당사자니까.

 

소문.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전하여 들리는 말.


우리는 종종 소문을 듣기도 하고, 전하기도 하고, 소문의 주인이 되기도 한다. 소문의 진위는 중요치 않다. 그저 자극적이고, 새로운 이야기면 우리는 그것을 진실로 믿어버린다. 그리고 그러한 소문은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며 더 과장되기도 하고, 변질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 소문의 당사자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기 시작한다. 그리곤 말한다. ‘그 소문에 대해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 네가 소문의 당사자잖아.’ 소문의 당사자 보고 소문을 해명하라는 말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즐거워한다. 당황한 소문 당사자의 표정 등을 보면서.


소문의 당사자는 자신이 그런 소문의 주인이 된 사실조차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자극적인 소문 주인공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왔을 것이다. 자신이 소문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는 죽도록 괴로워하지만, 반대로 누군가의 소문을 들었을 때는 자신도 신나서 그 소문을 입에서 입으로 전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전하는 말들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 무거운 말들을 가볍게 전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 가벼운 말들은 결국은 나에게로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피노키오도 기자들도 그걸 알았어야죠! 사람들이 자기말에 무조건 믿는다는 거 그래서!! 자기말이 다른사람들보다 무섭다는걸 알았어야 합니다.'


달포는 자신의 가족을 박살 낸 기자들을 혐오했다. 그러니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말이 무조건 진실이라고 믿었던 피노키오 증후군을 가진 목격자와 그것을 그대로 보도한 기자들에게. 그리곤 피노키오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기자를 하면 안 되는 이유를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기자들도 알았어야 했다. 피노키오 증후군이 맞다고 믿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또한 그 사람만 믿고 보도를 한 것이 얼마나 큰 경솔함이었는지를. 그 큰 경솔함이 한 가족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는 사실을.


드라마 속에서 말한 피노키오와 기자들의 이야기는 세상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누군가 자신이 진짜 아는 것이라면서 진짜 봤다면서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을 우리는 그대로 믿어버리고 그대로 말을 전해버린다. 우리는 우리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말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

 

‘우리가 찾은 그것이 진실이 아닐 때 진실은 우리에게 아주 사소하고 작은 신호를 보낸다.’


드라마를 시청하기 전 만약 모든 사람이 피노키오 증후군이 있다면 진실만 쫓는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곧 내 생각이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피노키오의 말만 믿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그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과연 진실인지.


드라마는 우리가 맞는다고 믿는 진실이 과연 진실이 맞는지 그 말의 중요성을 기자들에 빗대어서 이야기해 준다. 하지만 이것은 기자들에게만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사람들에게 진실만을 말하기를 바라고, 그 사람들 또한 나에게 진실함만을 원한다. 내가 옳다고 굳게 믿고 있는 진실이 진짜 진실인지, 잘못된 진실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우리는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피노키오가 믿는 세상이 진실만을 추구하는 세상이 되긴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모든 사람이 피노키오 증후군을 갖고 있더라고 거짓 없는 세상을 만들긴 힘든 것이다. 내가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 내가 당연하다고 알고 있던 것들이, 내가 진짜로 봤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실을 진실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알아보고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고다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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