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루델, 신념에서 찾은 강인함 [미술/전시]

신념을 따라가는 예술가가 될 것
글 입력 2024.07.2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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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부르델은 로댕의 제자였다. 하지만 그는 로댕처럼 조각하지 않았다. 근대 조각이 로댕에 의해 꽃을 피우며 건축적 요소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앙투안 브루델은 고전 조각의 형태를 지양하며 건축적 요소를 다시 조각 속에 담아냈다.

 

파리 15구에 위치하고 있는 브루델의 아틀리에는 고즈넉하면서도 동시에 무게감 있는 분위기의 박물관이다. 브루델을 가르쳤던 로댕의 박물관은 세련되고 화사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반면에 브루델 박물관은 고요하고 단순하면서도 강인한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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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ée Antoine Bourdelle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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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cules the archer(Antoine Bourdelle)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는 팔다리의 직선적인 근육, 커다란 활의 곡선, 극적이지만 동시에 멈춰있는 듯한 이중성을 보여준다. 작품의 이름에서 드러나듯, 이 작품은 헤라클레스가 호수의 괴물 새를 활로 쏘려는 긴장감 있는 순간을 포착한다. 브루델은 고대 조각으로의 복귀를 지양했으며, 따라서 많은 신화 속 존재를 조각의 주제로 사용했다.

 

브루델은 로댕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두 조각가는 사용하는 선의 느낌도 매우 다르다. 조각에 커다란 자유를 부여한 로댕은 환희와 같은 감정을 폭발적으로 드러내며 인간 신체의 고유한 곡선을 담아냈다면 브루델은 기하학적 건축 요소를 사용해 강인한 근육의 직선을 사용했다. 이것이 바로 역동적이면서도 정적인 특이한 조각적 특징을 만들어냈다.

 

또한, 수많이 거절'당한' 로댕과는 다르게 그는 거절'한' 예술가였다. 미술 학교에서도, 파리의 살롱에서도 로댕은 거절당했다. 한편, 파리의 예술학교인 에꼴 보자르에서 조각가로서의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던 브루델은 이내 아카데미즘에 회의를 느껴 학교를 그만두고 그의 고유 화풍을 개발하는 데에 열중한다. 그것이 그가 기하학적인 건축적 요소를 가진 독특한 조각적 세계를 갖게 된 이유이다.

 

예술에서 고전과 유행이라는 것은 각별하면서도 어려운 관계이다. 각각 고전과 유행으로 비유할 수 있는 브루델과 로댕이 이를 보여준다. 서로 사제지간이었다가, 나중엔 동료가 되기도, 때로는 조각에 관해 토론을 벌이는 관계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행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 혹은 압박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신념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스승의 가르침과는 다른 양식의 조각 만들기를 택한 그의 선택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브루델의 아틀리에는 그가 실제 사용하던 작업실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 작은 박물관에서 어딘가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그의 조각상에 사용된 직선 때문만은 아니다. 시대의 흐름과 유행보다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믿음을 밀고 나갔던 그의 근성이 박물관에 그대로 묻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념을 따라갈 것, 그것이 브루델의 고집스럽고 강한 조각에서 느껴지는 감동의 근원이자 모든 시대의 예술가들을 위한 전언이다.

 

 

[김은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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