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짜 소유를 욕망하다 [문화 전반]

'쇼핑 하울', '장바구니 털기' 영상에 담긴 소유욕의 간접 해소 욕망
글 입력 2024.07.2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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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지 않아도 소유한 기분 


 

인스타그램 계정을 하나만 소유한 사람이 있을까?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소리의 논리를 반영한 듯, 주위 사람들 가운데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하나만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 그중 하나는 내밀한 욕구를 숨기는, 이른바 ‘비계(비공개 계정)’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페르소나에서 인간은 가장 자유로워진다.

 

며칠 전 비계를 타고 세상을 서핑하던 중, 유난히 화면을 자주 캡처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대체 무엇을 바라며 화면을 캡처한 것일까 살펴보니 눈을 사로잡는 온갖 예쁜 것들이 그 대상이었다.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 귀엽고 깜찍한 사람들, 오래도록 갖고 싶었으나 구매하지 않은 액세서리, 먹고 싶은 음식을 무심결에 마구 담고 있었다.

 

놀랍지도 않게, 우리가 저장하고 소유하는 것은 모두 예쁜 것들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저장한 게시글과 마구잡이로 캡처해 둔 사진은 모두 우리가 바라 마지않는 것들이다. 그러한 것은 다만 물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황홀하도록 잘난 얼굴, 탄탄하고 아름다운 몸매, 이름난 대학의 졸업복, 읽어야지 생각했던 책의 한 페이지 같은 것들도 우리는 욕망한다. 이러한 장면으로 앨범을 가득 채운다면 손쉬운 충족감을 느끼게 된다.

 

이를 비롯한 여러 방식을 통해, 사람들은 소유하고 싶은 것을 소유하지 않고도 소유욕을 해소하곤 한다. 부러 구매하거나 쟁취하지 않더라도 소유하는 만큼의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직접적인 소비 없이도 소비욕을 채우고자 하는 행동으로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이러한 문화는 무엇을 시사할까? 그야말로 개인적인 경험을 계기로 하여, 소비와 소유의 시대에 하나의 가설을 던져보고자 한다. 말 그대로 ‘가설’을 제기하는 것이니, 바라건대 너그러운 시선을 기대할 뿐이다.

 

 

 

새로운 형태의 소비


 

원하는 것을 캡처함으로써 소유욕을 충족하고자 하는 행동과 같이, 구매나 교환을 통한 직접적인 취득 없이도 소유욕을 얻고자 하는 현상이 존재한다. 이러한 행동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버들이 구매한 물건을 소개하는 ‘쇼핑 하울’ 영상, 또한 쇼핑몰에서 담은 물건들의 내역을 공유하는 ‘장바구니 털기’ 영상 등이 일례가 된다. 이러한 영상은 타인의 생활상을 살핌으로써 급변하는 트렌드를 접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하나, 동시에 물건을 구경함으로써 생기는 구매욕, 소유욕을 간접적으로 해소해주기도 한다.

 

특히 전자의 ‘쇼핑 하울’의 경우, 화면 속 인물이 직접 물건을 시착하고 사용함으로써 느끼는 경험담을 생생히 전달해준다는 특징이 있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화면 속 인물에 자신을 투사하고, 자신도 그러한 소비를 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며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

 

이에서 더 나아가, 실체가 있는 물건 이상의 것을 욕망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앞에서 말했던 뛰어난 학벌, 고상해보이는 취미와 더불어 특정한 습관이나 사고방식 등 누군가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동경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인물의 채널에는 “OO님처럼 살고 싶어요”, “정말 멋있게 사시는 것 같아요”과 같은 댓글이 종종 눈에 띈다.

 

이러한 반응은 보다 내밀한 것에 대한 소유욕을 함의하고 있다.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지위와 탄탄한 재력, 그리고 그의 모든 순간을 멋들어지게 연출하는 적절한 뒷배경(흔하지 않은 오브제, 창문 너머로 보이는 근사한 전망 등)... 이러한 것들이 모두 모여 해당 화면의 인물을 동경하게끔 만들고, 시청자들은 그러한 점에 매료되는 것이다. 명료히 말하자면, 그 사람의 내면과 외형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이와 같이 타인의 쇼핑 내역을 살피고, 장바구니를 함께 구경하며, 내가 이루고픈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을 동경하는 행동은 개인이 지닌 다양하고 다층적인 소유욕을 해소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적 행위를 일컬어 ‘소유욕의 간접적 해소’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와 같이 소유욕을 간접적으로 충족시켜주는 행위를 함으로써 개인은 스스로를 속박하는 모든 조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현재의 자신을 규정하는 제약 – 이를테면 나이와 성별, 직업과 노동 환경, 더불어 경제적인 조건이나 가족 관계의 제약마저 뛰어넘는다. 즉, 소유욕을 충족하지 못하게끔 만드는 한계를 떨쳐내고 그가 바라 마지않는 특성을 지닌 인물로 변신하여 짜릿한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욕망하는가, 욕망을 욕망하는가


 

그러므로 이 시대의 놀이 문화(타인의 소유에 자신의 소유욕을 대입하고자 하는 심리를 충족하는 콘텐츠)는 기묘한 상승과 하강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소유욕이 생산 및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나날이 치솟고 있으나, 동시에 현대인만의 특정한 방식으로 놀이함으로써 그러한 욕망이 일부 사그라들곤 한다는 것이다. 즉, 욕망이 생성되고 해소되는 과정은 기술 발전이 가져온 부작용이 기술 그 자체만으로도 일부 해소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화면을 캡처하거나 누군가의 소비를 대신 관찰하는 ‘상징적인 소유’를 통해서 욕구의 해소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상징적 소유는 대상을 얻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며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한편으로 현대인들의 소유욕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간접적인 소유를 통해서 욕구를 해소할 수 있었다면 우리가 원했던 것은 특정한 사물, 혹은 사고방식이 아니라 단지 무엇인가를 소유한다는 감각이 아니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정말로 바라 마지않았던 것이 아니라고, 어떤 장애물과 회유로도 굽힐 수 없는 욕망이 소유의 본질이 되지 않겠느냐고, 상징적 소유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나를 투과하는 욕망에 대하여


 

결과적으로 우리 시대는 상징적이며 간접적인, 새로운 소유 방식을 얻게 되었다. 이것은 타인을 투과하여 개인에게로 오곤 한다. 타인의 욕망으로 하여금 이루어진 소유가 또 다른 개인에게로 와서 간접적인 소유 경험을 제공한다. 그것으로 대리 만족을 느끼거나 묘한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다만 이것이 우리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욕구 충족 방식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기술의 발전과 물질적 풍요로움이 인간의 욕구를 충동질함에 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소비를 만들고, 곧 독특한 의미를 갖는 행동을 야기함으로써 기대치 않은 하강의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야말로 ‘욕구를 잠재우는 소유욕’, ‘소유하지 않는 소유’, ‘마이너스의 욕구’인 것이다. 이러한 점이 우리 시대만의 흥미로운 특징이다.

 

이러한 소유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별로 지닌 욕구의 성격과 방향과 깊이가 복잡다단한 만큼 간접적으로 해소되는 욕망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삶에 대한 미련을 만들며, 마침내 삶을 향한 욕망으로 자리 잡는다. 소유와 욕망, 이러한 것들이 모여 삶을 연장시킨다. 그러니 여러분의 소유욕이 어떠한 종류이건 간에 인간의 삶에 존재해 마땅하다.

 

그러니 이 가설에 대해서도, 부족한 주장에 대해서도, 허점 가득한 제안에 대해서도 조금 가볍게 생각해주길, 대신 많은 것을 바라고 많은 것을 욕망하길, 마지막으로 부탁드린다.

 

 

 

서지원 컬쳐리스트.jpg

 

 

[서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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