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두색 노트는 서로를 구할 온기 - 뮤지컬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글 입력 2024.07.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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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작가의 장편소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녹진한 삶의 끝에 우리에게 건네는 다정하고 포근한 이야기로 '밀리의 서재' 연재 2회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요청 쇄도로 종이책을 출간하며, '교보문구' 4주 연속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TOP 10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뮤지컬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이러한 원작의 따스한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하는 음악으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작품은 원작의 정겨운 빨래방을 무대 위에 그대로 재현하며, 각종 영상과 이미지를 통해 특정 장소나 등장인물을 표현하는 등 입체적인 극으로 재탄생시켰다.

   

 

시놉시스

 

진돗개와 사는 독거노인, 관객 없는 버스킹 청년,

산후우울증에 육아 스트레스로 힘든 나날을 겪는 엄마,

만년 드라마 작가 지망생, 데이트 폭력 피해자, 기러기 아빠.


언젠가부터 '빙굴빙굴 빨래방'을 찾는 손님들은

테이블에 놓인 다이어리를 통해 각각의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는다.

빙굴빙굴 빨래방의 비밀 노트에는 마음을 털어놓는 힘이 있다.

 

누군가가 고민을 적으면 누군가는 그 아래에 진심을 담아

위로의 글을 담아내며 서로를 보듬어주게 되는데…

 

 

무엇보다 사람 내음이 물씬 나는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시놉시스에서 소개하듯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극은 장영감, 대주, 미라, 여름, 하준, 연우라는 인물들이 가진 가슴 아픈 사연을 비춘다. 여기에 배우자, 동기, 직장 상사 등 여러 역할을 바쁘게 오가는 멀티맨이 각각의 사연을 더욱 극적으로 끌어낸다. 이처럼 이름도 독특한 '빙굴빙굴 빨래방'에 모인 6명의 인물은 연두색 노트를 통해 서로를 구할 온기를 주고받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영감'의 아들이자 성형외과 의사인 '대주'의 이야기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주'는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서는 게 성공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온 캐릭터다. 그러던 그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병원 근무가 없는 날에는 배달 일을 하고, 심지어 다른 병원의 일을 돕는 불법 행위까지 저지른다. 이후 교통사고를 겪고 정직을 당하는 등 고통을 겪다가 자신의 아버지인 '장영감'의 편지로 가족, 특히 부자(父子)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전체적인 이야기가 복잡하지 않다 보니 원작을 보지 않고 공연을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뮤지컬을 통해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이라는 책 한 편을 읽고 온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는 가장 핵심 소재인 익명의 편지가 텍스트 영상과 배우의 대사로 동시에 표현되면서 원작 속 활자가 생생하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공연은 뮤지컬보다는 연극에 가까운 형식이라서 다소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의 흐름을 연결하거나 밋밋한 장면을 채우기 위해 넘버가 존재하는 느낌을 받았고, 굳이 노래가 아니라 연기로 했어도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무리 없어 보였다. 이번 공연을 쭉 오픈 런으로 이어간다면, 음악적 성격을 좀 더 부각함으로써 뮤지컬로써 경쟁력을 높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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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오후 2시

 

 

그럼에도 뮤지컬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우리 곁에 있을 법한 공감되는 이야기가 눈앞의 인물과 호흡할 수 있는 소극장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것도 남을 챙길 여유조차 없는 현대사회와 다르게 온정이 가득한 '빙굴빙굴 빨래방'에서 말이다.

 

사실 바쁘기 그지없는 현대사회에서 빨래방에 있는 노트를 통해 고민 상담을 적는 광경은 굉장히 특이하다. 당장 종이가 아니라 핸드폰을 본다 하더라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빙굴빙굴 빨래방' 사람들은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인 연남동에서 이토록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소통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익명의 편지로 말 못 할 이야기를 털어놓는 인물들, 그리고 편지 덕분에 그들의 위기가 하나씩 해결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정'의 의미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한편, 밝고 능청스러운 버스킹 가수 '하준'은 박수와 호응을 유도하며 떼창까지 이끌었는데, 실제 버스킹 공연을 관람하는 것처럼 함께 호흡하는 관객들을 보면서 나 역시 극 속에 빠져들었다. 이와 같은 관객 참여 요소를 더 풍부하게 도입하면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의 사람 내음이 온몸으로 스며들지 않을까? 더불어 빨래방의 다정하고 포근한 향기가 연남동을 넘어 곳곳마다 전파되길 바라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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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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