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외톨이가 아니야! - 사운드베리 페스타 Soundberry Festa' 24

글 입력 2024.07.2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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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2. Soundberry Festa_ 24_공식포스터.jpg

 

 

아주 오래전부터 나의 꿈은 대형 음악 페스티벌에 가는 것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다양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하루 종일 신나게 즐기는 것이 청춘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청소년기에는 전공 특성상 하루 종일 시간을 비우는 일이 꽤 어려웠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시간이 맞지 않아 페스티벌에 대한 갈망이 점점 마음 깊은 곳으로 숨어들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 공연의 동행은 일을 하다 만나 친해지게 된 소중한 인연, 사랑(가명) 언니였다. 페스티벌이 처음인 우리는 기대감에 부풀어 공연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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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처음 하는 것은 더욱 설레기 마련이다. 공연장에 도착해서 손목에 차는 입장 팔찌부터, 기념품으로 나눠준 부채까지 환호성을 연발하며 열심히 찍기 시작했다. 하이라이트는 양일 라인업 포스터에 있는 아티스트와 같이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일렬로 붙여져 있는 수많은 포스터들을 보며, 정말 많은 무대를 볼 것임을 실감했다. 각기 다른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아티스트의 개성이 담긴 사진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는데, 나도 모르게 포스터의 무드와 맞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공연장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실컷 찍고 우리는 마지막으로 하나의 사진을 더 남겼다. 공연을 보기 전의 설렘을 가득 담은 셀카를 찰칵!

 

듣고 싶었던 음악을 직접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지만, 우리는 또한 새로운 가수와 음악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평소에는 아무래도 익숙한 음악만 듣게 되는데, 페스티벌에서 우리의 취향에 딱 맞는 새로운 아티스트와 음악을 만나고, 알아가는 것도 묘미라 생각했다.

 

크리스피는 이에 부합하는 첫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앳된 얼굴의 그 밴드는 긴 대장정의 시작을 열었고, 나는 그들이 한 곡 한 곡 즐기는 모습이 좋았다. 밴드 음악을 들으면 마음속 무언가가 벅차오르고, 갑자기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그렇게 터져 나오는 행복감에 눈을 감고, 전체적인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았지만, 파트별 멤버들을 보는 재미도 상당했다. “베이스(연주자님) 멋지다.” 등, 일행에게 인상 깊었던 부분을 신나게 공유하는 소리가 주변에서 마구 들려왔다. 크리스피의 무대가 끝나고, 언니의 반응을 살폈다. 상기된 얼굴로 감상평을 말해주던 언니의 눈이 반짝거렸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같은 노래에 꽂혀서 그 노래의 제목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다음에 먼저 찾는 사람이 알려주기로 했는데, 다행히 크리스피의 플레이리스트를 듣다가 금세 발견했다.

 

“You're Just My Ty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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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피의 무대 외에도 우리는 다양한 무대를 즐겼다. 따뜻하게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소수빈 님의 무대에서는 두 손을 모으고 집중했고, 한요한 님의 무대에서는 평소에 자주 듣지 않았던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절로 신나게 뛰어놀게 되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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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님의 무대는 내가 손꼽아 기다리던 무대였다. 말하듯이 툭툭 내뱉는 특유의 창법과 몸이 들썩들썩하게 하는  그의 리듬감 있는 음악에 매료되어 일상에서 자주 찾아 들었고, 꼭 라이브를 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눈앞에 장기하 님이 등장했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무대를 휘어잡는 그는 꼭 신선 같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음에도, 단연 눈에 띄는 색깔로 발산되는 그의 고유한 에너지는 관객들을 단박에 집중하게 했다.

 

내가 장기하 님의 음악을 듣는 동안, 언니는 아이엠 님의 무대를 보러 중간에 이동했다. 이번 공연의 특이점은 공연장이 두 개고, 누구의 공연을 볼 것인지에 따라 장소를 옮기는 것을 불사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다행히 다른 공연장은 마주 보는 건물에 있어서, 이동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았고, 오히려 오래 한 자세로 있다가, 한 번씩 걸어주는 것은 좋은 스트레칭이 되었다. 다만, 전략을 잘 짜야만 했던게, 공연 시간이 어느 정도 겹치기 때문에 어느 팀의 공연을 더 볼 것인지 선택을 해야만 했다. 우리는 장기하 님과 아이엠 님의 무대 이후, KBS 아레나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가 공연 이후 손꼽아 말한 이번 공연 최고의 무대를 즐기기 위해서.

 

1일 차 아레나의 헤드라이너는 “CNBLUE”였다. 학창 시절 CNBLUE의 노래들과 함께 자란 우리는 라인업에서 CNBLUE의 이름을 발견하고 반가워했었다. 반가움, 과거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한 기대감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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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셋리스트를 미리 알 수 없으니, 어떤 곡이 나올지 모른 상태에서 몇 초의 정적이 흘렀고, 반주가 나오자, 환성이 터져 나왔다. 외톨이야로 시작한 무대는 직감, Love로 계속해서 몰아쳤고, 바로 전 장기하 님의 무대에서 체력의 상당 부분을 소진한 나는 숨을 헐떡거렸다. 반면에, 보컬인 정용화 님은 맑은 눈으로 힘차게 무대를 누비고 다니셨다. 안 그래도 흥이 나는 음악에 밴드의 에너지까지 받으니, 힘이 나서, 얼마 남지 않은 체력이었지만, 마지막까지 멈추지 않고 즐길 수 있었다. 참 이상했다. 이 체력으로 집까지는 무사히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Everybody 뛰어!! 라는 외침은 마법의 주문처럼 다리를 움직이게 했다. 모든 곡을 아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쫀득한 보컬과 그에 어우러지는 밴드 연주에, 온몸에 전율이 흘렀고, 모든 잡념을 잊은 채 무대에만 몰입했다. 소위 요즘 말로, 찢었다는 표현이 딱 걸맞은, 행복한 에너지의 무대로 꽉꽉 채워진 한 시간 반이었다.

 

씨엔블루는 가히 용화 님 말씀처럼 단순히 향수를 일으키는 밴드에서 멈춘 것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고,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 밴드였다. 페스티벌에서도 이렇게 재밌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당받고, 그들의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단독 콘서트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광란의 한 시간 반 이후에는 언니와 함께 짧은 뒤풀이를 가졌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어떤 음악이 좋았는지 얘기를 나누었다. 페스티벌은 모두를 들뜨게 한다. 가수도, 관객도. 그런 감정들은 쉽게 전염되어 당장은 같이 온 사람, 옆에 앉은 사람, 그리고 심지어는 무대와 무대 아래를 넘나들며 퍼져나간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출연자들의 노래를 미리 듣고 가지 못해 걱정했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내가 잘 모르던 음악들도, 나를 홀린 듯이 무대 쪽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게 했으며, 몸을 살랑이게 했고, 집에 가서는 다시 찾아 듣게끔 이끌었다. 이번 페스티벌을 CNBLUE의 노래 제목들을 일부 인용하여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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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즐거워하고 있군요, 같은 음악을 만들고, 들으며 행복해하고 있어요. 우리는 외톨이가 아니에요, 음악을 듣고 즐기는 이 순간은 우리 모두 영원한 젊음의 상태로 하나가 되어요.”

 

 

[원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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