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명화와 스토리텔링의 매력적인 만남 - 무서운 그림들 [도서]

글 입력 2024.07.2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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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그림들_평면표지.jpg

 

 

무서운 걸 찾아보길 좋아하는 나는 항상 마음 한편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런 작품을 만들어낸 창작자의 마음 세계가 궁금하다.’ 도대체 어떤 계기가 그 창작자에게 그런 작품을 만들게 할 영감을 주었을지 알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생각은 명작과 괴작을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들곤 한다.

 

<무서운 그림들>은 그런 궁금증을 생생하게 풀어내고 있다. 섬뜩하고 기묘한 그림들의 탄생 배경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듣다 보면, 책 속에 나오는 작품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은 <무서운 그림들> 속 작품들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테오도르 제리코, <메두사호의 뗏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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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에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힘없이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이, 오른편에는 구원의 손길이라도 발견한 듯 힘차게 팔을 흔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이 작품은 1816년에 있었던 메두사호 조난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그림이다.


프랑스의 쇼마레 선장은 원래 군함이었던 메두사호를 객선으로 개조해 약 80명이나 정원 초과한 상태로 출항을 단행했다. 욕심으로 가득 찬 이 배는 결국 출항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난파를 겪고 만다. 152명의 사람들이 가까스로 뗏목에 탔고, 더 큰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절망해 스스로 삶을 포기했고, 누군가는 살기 위해 옆에 있는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표류 13일째, 15명의 사람들만이 극적으로 구조되었고, 그 순간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 바로 이 그림 <메두사호의 뗏목>이다.


끔찍하고 비극적인 첫인상을 남길 수 있는 그림이지만, 좌측에서 우측으로 향할수록 희망의 색이 짙어져 결국 우리의 마지막 시선이 머무는 곳은 희망을 발견해 힘차게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다. 어둠과 빛,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이 그림에서 작가인 제리코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희망’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한스 홀바인, <헨리 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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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그림도 있었다. 헨리 8세의 옆에서 한스 홀바인이 남겨온 많은 초상화들은 그 이면에 잔혹한 핏빛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아들을 갖고 싶었던 헨리 8세는 그 욕심에 눈이 멀어 갖은 핑계를 대가며 캐서린부터 불린, 시모어, 앤, 하워드, 파까지 총 6번 왕비를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헨리 8세는 두 명의 왕비를 참수시켰고, 나머지 네 명의 왕비는 출산으로 인해 죽거나 내쫓기는 등의 억울한 일을 당해야만 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귀족, 성직자 등의 수많은 주변 인물들도 희생양이 되었다.


홀바인이 남긴 작품 속 왕비들의 모습에는 각자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자신이 초상화로 남겨온 인물들이 다 비극적인 말로를 맞이하는 것을 내내 지켜봐 온 홀바인은 어떤 심정으로 생애를 보냈을까? 그가 지금 헨리 8세를 다시 그린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지 참 궁금하다.

 

 


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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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햄릿>을 읽으며 가장 무서워했던 부분은 다른 무엇도 아닌 오필리아가 죽음을 맞는 부분이었다. 나무 위에서 떨어져 물에 빠진 채 끝을 모르고 흘러갔을 오필리아의 모습은 내 상상 속에서 꽤 기괴하게 각색되었다. 이후 우연히 영화 <멜랑콜리아>의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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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화사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커스틴 던스트의 표정이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고, 그 뒤로 내 머릿속 오필리아는 이 포스터로 자리 잡게 되었다.


<멜랑콜리아>의 포스터와 다르게 밀레이의 <오필리아>는 풀 내음이 물씬 풍기는 주변 풍경까지 정성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물 위에 누워있는 오필리아의 멍한 눈과 살짝 벌어진 입은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무너진 그녀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필리아의 주변에 함께 그려진 여러 꽃들의 꽃말 역시 허투루 넘길 것이 하나 없었다.

 

밀레이의 섬세한 묘사 덕분에 아름다움과 공허함, 상실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


미술 쪽으로는 문외한이었던 내게 이 책은 여러모로 흥미로움을 선사해 준 고마운 책이다. 어디서 한 번쯤 본 적이 있었던 유명한 그림들도 여럿 나와 반가웠고, 책을 읽는 내내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참 괜찮았다.


다 읽은 뒤 책을 덮고 나면,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그림이 있을 것이다. 그 그림에 담긴 사연을 함께 기억하며 하나의 교훈으로 삼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알고 보면 당장 우리 삶에 포갤 수 있는 철학, 인문과 역사 등 교양을

가장 ‘강렬한 경험’으로 다질 수 있는 교과서가 ‘무서운 그림’입니다.

 

- 프롤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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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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