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 유령이 된 것 같아 ① [음악]

Ep 앨범으로 돌아온 라쿠나
글 입력 2024.07.3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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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같은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 라쿠나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 나오는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인 'Lacuna'의 이름을 모티브로 한 밴드 라쿠나는 동화 같은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라고 본인들을 소개하곤 한다. 어쩌면 다짐일지도 모르는 그들의 소개처럼 라쿠나는 늘 동화 같은 음악을 들려준다.

 

사람마다 '동화'에 대한 정의가 다를 것이다. 국어사전에선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라고 정의한다. 내게 동화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단어 중 뾰족하지 않은, 둥글둥글한 예쁜 단어들만 골라 정성껏 적은 이야기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일상생활에서 "동화 같다"란 표현을 꽤 자주 사용한다. 1) 아주 아름다운 풍경이나 현상을 보았을 때, 2)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마다 자연스레 튀어나온다.

 

라쿠나의 가사는 내가 정의하는 동화처럼, 아주 예쁘고 다정하다.

 

라쿠나의 음악을 듣는 순간 다른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다. 나 자신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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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쿠나는 98년생 동갑내기 김호, 오이삭, 장경민, 정민혁으로 이루어진 밴드다. 라쿠나와 나는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이기에 그들을 내밀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나는 그들이 다정한 사람들이라는 확신이 있다.

 

라쿠나는 팬들과 소통을 많이 한다. 절반 이상의 멤버가 블로그를 쓰며, 인스타그램 공지 채널 등을 통해 꾸준히 생각을 나눈다. 나는 그 공간에서 음악과 팬에 대한 그들의 다정함과 진심을 종종 엿본다.

 

라쿠나는 서로를 무척이나 아끼는 게 보인다. 서로에게 다정한 모습은 그들의 음악을 더 아름답게 빛내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도 든든한 존재란 사실이 왜인지 모르게 뭉클하게 다가온다. 든든함이 오래 노래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일까.

 

서로를 믿으며 만든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들의 청춘을 더욱 응원하게 된다.

 

 

 

"나 유령이 된 것 같아" Ep 앨범 <유령>


 

 

세계로부터의 아득한 거리감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언어를 조립하고 소리를 씌워 힘껏 진동한다.

어딘가에서 누군가 함께 공명하기를 바라며

 

- <유령> 앨범 소개

 

 

오늘, 라쿠나의 새로운 Ep 앨범이 발매 되었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 곡, 유령을 비롯하여, Save Me!!!, sober, Lamp, 범람, 맨드라미, 네가 지금부터 발을 들이려 하는 곳은 까지 총 7곡이 담겼다. 이번 앨범은 이전 라쿠나의 색깔을 가져가면서도, 더 강렬한 무언가가 첨가된, 그야말로 한층 더 성장한 라쿠나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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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쿠나의 앨범 아트는 매번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번 Ep 앨범 또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을까. 작은 도형 하나까지도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엠피엠지 뮤직 측은 "수록곡들을 각각 시각화한 심볼을 모아, Ep 전곡을 아트워크 한 장에 녹여낼 수 있도록 작업했다. 전곡을 들어보며 아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심볼들이 어떤 곡들로부터 비롯됐는지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묘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에서 떨어진 소행성에 혼자 외롭고 지루하게 씨앗이 살고 있다. 어느 날 씨앗은 계단을 발견했고, 호기심에 따라 계단을 올라간다. 도착한 정상에서 미지의 문을 마주했고, 문구멍을 통해 흑백 세상 속 라쿠나를 보게 된다. 씨앗은 문을 열기 위해 도전하지만, 마음처럼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몇 번을, 며칠을 시도 했을까. 씨앗의 눈동자는 이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빛나던 반짝임이 아닌, 눈물로 뒤덮인다.

 

갑자기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렸고, 씨앗의 어깨에는 작은 새싹이 돋아난다. 새싹이 뿅 피어나 와서 덩달아 자신감도 생긴 것일까. 씨앗은 다시 한번 계단을 오르기를 수없이 도전한다. 씨앗의 땀인지, 비인지 불분명한 물은 계속해서 씨앗을 키워주었고, 결국 씨앗은 푸르고 울창한 나무로 자라난다. 이후 나무가 된 씨앗은 문 너머의 라쿠나의 세계에 들어간다. 그들의 세상을 알록달록하게 물들이고, 혼자 살고 있던 행성을 나무로 감싼다.

 

*

 

더 이상 소행성에 외롭게 살았던 씨앗은 혼자가 아니다. 분홍색, 파란색, 주황색, 형형색색의 꽃들과 라쿠나의 음악들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4:32 초의 짧은 뮤직비디오이지만,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 라쿠나의 응원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씨앗이다. 지난 27일 음악 감상회에서 장경민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외로움, 외부 세계로부터의 거리감에서 오는 고독을 느낀다.

 

우리에겐 각자 외로운 순간에 구원해준 무언가를 우연히 만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뮤직비디오 속 씨앗을 예로 들자면, 라쿠나.

 

비는 보통 고난, 역경으로 표현된다. 비가 토도독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비가 씨앗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일체 하지 못했다. 오히려, 비로 인해 씨앗이 더 주저 앉게 될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라쿠나의 뮤직 비디오는 우리에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난과 역경이 언제나 고난과 역경 그대로 찾아오지 않는다고. 다른 모습을 한 채 다가올 수도 있다고.

 

씨앗이 흘린 땀처럼 우리도 스스로 이겨내고자 하는 노력이 아주 작게나마 있다면, 결국 이겨낼 거라고. 우리가 흘린 땀이 우리를 구할 거라고. 결국 우리가 우리를 구할 거라고.

 

외롭거나 고독하더라도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결국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언제든 밴드 라쿠나가 가까운 세상에서 행복하게 노래하고 있을 테니, 힘들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응원해 주는 것만 같다.

 

우리의 구원자, 라쿠나.

 

우리와 우리를 구원해 준 무언가는 서로를 찬란하게 밝혀주며, 살아갈 것이다.

 

라쿠나의 음악과 함께 찬란한 삶을 꿈 꿔보는 것은 어떨까.

 

 

 

 

[최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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