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국인, 중국인, 이주노동자, 여성, 난민... 나는 누구일까? [미술/전시]

글 입력 2024.07.3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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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 리우(Hung Liu, 1948-2021)는 본인의 이민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과 아이, 난민, 이동과 ‘혼종성(Hybridity)’의 개념을 작업에 녹여낸 작가이다.

 

2021년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국립 초상화 갤러리(Smithsonian National Portrait Gallery)에서 리우의 작업을 재조명하는 전시를 개최했다. 위 전시의 큐레이터 도로시 모스(Dorothy Moss)는 리우의 작업은 역사와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한 것이며, 그의 작업은 양가적으로 관람자가 역사적 주체와 거리두기 혹은 깊은 관여를 모두 가능케 한다고 말한다. 미국 이민자인 리우가 경험한 중국 노동자의 삶에 대한 표상은 중국인 주체와 미국의 이주 노동자 모두를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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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맥락은 그의 대표작 < Resident Alian >(1988)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Resident Alian >은 미국에서 외부인이자내부인이 된 경험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리우가 말하듯 큰 광고판같은 이 그린카드는 가지고 다닐 수 없으며, 작품에 보이는 포춘쿠키, 머그샷같은 자화상, 이미그레이션, 생년월일 등 유머러스한 작업의 디테일은 이민자들의유동적인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리우는 위의 작업에서 나타난 자화상과 같이 초상화에 대한 작업을 주로 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소외되고 잊혀질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 Refugee: Opera >(2001)에서 보여지는 여성과 아기의 이미지는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난 리우의 경험과 겹쳐지며, 이를 통해 리우의 작업은 난민의 경험으로 확장된다. 리우의 가족이 그가 생후 6개월쯤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났을 때, 그의 어머니는 어떤 여성이 갓난 아이를 강둑에 남겨둔 채 자살한 모습을 목격하고, 이 기억을 리우에게 말해주었다. 이를 듣고 리우가 그의 어머니에게 ‘당신도 나를 강둑에 내버려두었을까요?’라고 물었지만 어머니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이 대화를 통해 충격을 받은 리우에게 난민 중 가장 취약한 존재는 여성과 아이라는 인식이 각인되었으며, 이러한 경험이 그가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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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리우의 작업 방식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그가 책, 사진 등의 원본 이미지를 차용한다는 것이다. 리우는 페미니즘담론과 문화학 담론을 교차하는 전략으로 원본을 재구성하고 있다. 그가 패러디하고 있는 이미지는 중국과 유럽 여성의역사 속 모습으로, < Chinese Profile Ⅱ >(1998)는 19C 후반 스코트랜드 사진가 John Tompson의 작업물을 원본으로 한다.

 

리우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여성이 사진가의 응시의 대상이 되는 것을 깨닫고 이를 전복하고자 그림을 큰 스케일로 그렸으며, 나비와 무지개 등 중국 문학사에서 사용되는 상징을 더했고, 옆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남성의 시선에 저항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한편, 모스는 이 초상화에서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아마씨 기름은 눈물처럼 보이기도 하며, 베일과 같은 효과를 가지며, 우리는 이 역사, 이 여성을 직시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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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ddess of Love, Goddess of Democracy >(1989)는 리우가 1989년 천안문 사건을 접한 뒤 제작된 것이다. 리우는 전족이 중국에서 여성과 학생, 아이들이 법에 의해 구속되고 있는 것을 나타내며, 이러한 맥락에서의 여성은 찻잔과 같은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찻잔과 함께 제시한 빗자루와 칠판에 대해 큐레이터 모스는 천안문 광장에서 나타난중국 정부의 태도와 역사의 소급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토대로 생각하기에 이러한 리우의 작업은 단순히 과거의 것을 되돌아 보는 것이 아닌 항상 굴절된 존재로 보여지는 억압받은 현재의 대상에 관한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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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고 타문화 간의 충돌과 혼합을 보여주는 방식은 그의 또다른 대표작 < Judgement of Paris >(1992)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작업의 원본은 1900년경에 제작된 사진으로, 중국 남성들에게 성매매 홍보물로 제작된 것이라 추측된다. 화병 속 그림은 유럽풍의 신화 속 여성이 가슴을 드러내며 기댄 누드의 자세로 묘사되었다. 이러한 화병은 서구 남성들에게 판매하기위해 중국에서 제작되어 유럽으로 수출된 것이다.

 

이러한 리우의 작업은 중국풍의 아이템과 서구의 취향이 결합된 꽃병을 제시함으로써 문화적 정체성의 ‘혼종성’을 페미니즘적 시각과 함께 드러낸다고 생각되며, 사회에서 억압받는 다양한 존재로 확장되어 다층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기에 흥미롭고 현재에도 유효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전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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