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상하고 어려운 예술에 대한 반론을 누구보다 경쾌하게 풀어내다 - NO ART HERE 하비에르 카예하展

글 입력 2024.07.30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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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에 대해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현대미술은 이해하기 어렵고 어딘가 난해하다 생각하며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을 좋아하지만 막상 그곳에서 열리는 전시를 온전히 이해하기엔 어렵다고 생각하는 나처럼 말이다. 이런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전시 <이곳에 예술은 없다 - 하비에르 카예하展>이 한가람미술관에서 7월 12일부터 10월 27일까지 진행된다.

 

반항기 가득한 전시 제목만 보면 마치 작가가 어렸을 적부터 예술계의 배척이나 핍박을 받았을 것 같지만 사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하비예르는 예술 금수저에 가깝다. 그는 예술을 사랑하는 가정에서 태어났고, 그의 증조부는 화가이자 피카소의 첫 번째 미술 선생이기도 했다.

 

그에게 차이가 있다면 하비예르는 체조 선수 등 다양한 길을 탐험하다 예술가의 길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피카소가 나고 자란 곳이자 하비예르의 고향이기도 한 말라가, 그곳에서 교환학생으로 잠시 살았던 경험이 있기에 더욱 반갑고 관심이 갔던 전시였다.


 

 

NO ART HERE


 

하비에르는 현학적이고 난해한 현대미술에 염증을 느꼈다고 한다. 시대를 지배하는 미술사조에 편입되려고 하기보단 여러 예술적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내고 자기 자신을 작품에 온전히 투영하는 것이 진정한 독창성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깊이 고민하거나 과도한 꾸밈이나 해석을 덧붙이지 않고 싶은 그의 신념 때문일까? 이번 전시는 의도적으로 불친절했다. 팸플릿이나 전시 초입에 작가와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적혀 있는 다른 전시들과 달리 이번 전시는 어떠한 설명도 없이 시작되었고 팸플릿 내용도 매우 간단했다. 그러나 그 덕분에 과연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깊이 고민하기보단 작품 자체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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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ART HERE 이라는 문구 이외에도 그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간결한 문구들이 작품 곳곳에서 보였다. 특히, 그림 하단에 적혀 있던 "약간의 게으름이 미쳐버리는 걸 막는다"라는 문구나 "언제나 해답은 있다"라는 문구를 보곤 최근 겪은 개인적인 상황과도 겹치며 공감되는 한편 이렇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유쾌하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하비에르는 그만의 직설적이고도 진솔한 표현법으로 경쾌하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제주가 있는 작가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건강한 자아로부터


 

전시관을 지나다 보면 마주하는 하비에르 카예하의 인터뷰 영상을 보곤 진솔하고도 경쾌한 그의 작품은 건강한 자아로부터 온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가 예술가로서 느낀 바와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며 했던 생각들이 짙게 베어 있는 인터뷰 내용을 듣다 보니 마치 말라가의 화창한 날씨처럼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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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뭐라 해도 나만의 길을 가야 한다는 이야기와 남들이 모두 네잎클로버를 찾을 때 세잎 클로버 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는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거센 바람을 겪은 나무가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처럼 여러 고민과 혼돈을 지난 끝에 단단히 자리 잡은 하비에르의 자아가 느껴졌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상하게 위로가 되고 용기도 났다.

 

["당신을 보고 짓는 개가 나타날 때마다 돈을 던지기 위해 말에서 내린다면 당신은 결코 가고 싶었던 곳에 도달할 수 없을 거예요. 예술가가 특히 새겨 들어야 할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누군가 당신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앞만 바라보는 거예요. 그러나 저는 희망을 가지고 삶을 바라보고 싶어요. '행운의 날'은 세잎 클로버를 가진 캐릭터입니다. 보통 네잎클로버를 찾았을 때 우리는 운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죠. 그렇지만 이 캐릭터는 세잎 클로버를 가지고도 행복해합니다.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하는 거예요. 행복해지기 위해 반드시 행운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 하비예르 카예하의 인터뷰

 

회화부터 드로잉, 조각 등 카예하의 경력을 아우르는 120여 점의 상징적인 작품들은 참으로 다채롭지만 모두 어딘가 귀여운 구석이 있고 활기차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머리가 복잡해질 때,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를 나가고 싶다면 단순하면서도 진솔하고 유쾌한 하비에르 카예하의 전시를 추천한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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