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노트북>, <어바웃 타임>과 같은 로맨스, 멜로 영화를 볼 때면 "나도 저런 영화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이며 현실은 너무나도 다르고 불가하다는 걸 지금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나, 드라마나, 책으로나 이런 로맨스물 미디어가 계속 나오고 접한다는 것은 그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이 마음 속 한 군데에 남아 있어 여전하리라는 뜻일 것이다.

만난 지 단 나흘 만에 로맨스 영화같은 사랑을 한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주인공 로버트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킨케이드는 여기저기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사진기사, 프란체스카는 시골 마을 농부의 아내이자 두 아이를 가진 평범한 엄마이다.

로버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 투고할 오래된 다리 사진을 찍기 위해 아이오와의 시골 마을을 방문하게 된다. 그 길에 박람회로 인해 남편과 아이들이 잠시 집을 비워 혼자 있는 프란체스카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우연히' 마주친 둘은 '운명'을 느끼게 된다.

둘의 만남은 단 4일. 그 4일 동안 사랑의 도피를 떠난다는 등의 무언가 거창한 일이 일어난 건 아니다. 그저 사진을 같이 찍으러 가고, 집에 초대해 간단하게 밥을 먹는 등 일반적인 일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 일련의 일들에서 둘에게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그렇게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가 빠지지 않은 잔 두 개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가 빠진 잔이 그녀 생활의 일부임이 분명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이번에는 완벽한 잔으로 대접하고 싶었다.

 

아마 여자는 이제는 사그라져버린, 불 같은 사랑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왜, 간혹 그런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남자의 사랑은 초반부에 타오르고, 여자들의 사랑은 후반부에 타오른다고. 로버트도 그동안 연애 한 번 못 해본 남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혼도 하고 사랑이 떠난 지 꽤 오래되었기에, 프란체스카와의 만남은 너무나도 새롭고 자극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말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이미 가정이 있는 프란체스카이기에, 로버트도 이를 알고 둘은 그렇게 멀어진다. 하지만 둘은 죽을 때까지 서로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한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이 책에서 집중해야할 것은 결혼한 여자와 중년 남성이 함께 보낸 4일이라는 통속적인 이야기가 아닌, 그 이후 20년이 넘도록 서로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으면서도 결코 다시는 만나지 않은 어른의 자세일 것이다. 여자는 가정을 지켰고, 남자는 여자의 사회적 이미지를 지켜주었다. 그게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였을 것이다.

매디슨 카운티에 자리잡고 있는 오래된 다리. 이 다리는 책의 제목으로도 쓰일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생각보다 크게 두드러지게 나타나진 않는다. 책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 서로에 대한 생각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루지만 다리에 대해서는 그날 두 사람이 함께 사진을 찍은 시점 이후로는 그다지 출현 비중이 높지 않다.

그 유명한 오작교도 있고,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놔준다는 표현이 있듯이, 다리는 누군가를 이어주는 역할로 많이 쓰인다. 이제는 아무도 잘 찾지 않는 그 오래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로버트와 프란체스카를 이어줬다. 누가 뭐라해도 다리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다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화양연화>와 <헤어질 결심> 생각이 많이 났다. 불륜을 소재로 한, 그럼에도 결국 이뤄지지는 않는 둘의 모습 때문에 이 두 영화가 계속 떠올랐던 듯 싶다. 간통에 대해 다룰 시 좋은 이야기가 나오기란 어렵지만, 이 소재로 하여금 이러한 작품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미스테리하다.(그만큼 감독과 작가들이 대단하단 뜻이겠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책은 또 얇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소재에 딱히 불쾌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사람간의 운명적 사랑에 대해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추천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