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돌고래 별 파도 맛 젤리

글 입력 2024.08.0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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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모아두고 보면 종종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파악이 되기도 무언가를 보면 자연스레 좋아할 그 사람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람을 알아 갈 수 있는 취향은 참 재밌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에게는 먼저 말을 잘 안 거는 나도 선뜻 말을 걸어 볼 용기가 생긴다. 그렇게 호기심에서 모든 관계는 시작됐다.

 

 

 

맑고 투명한 하늘색 개구리알


 

내가 어렸을 때에는 개구리알을 가지고 많이 놀았다. 그중에서도 투명한 색과 파란색 개구리알을 좋아했다. 물을 한가득 머금어 커진 투명한 개구리 알들을 햇빛에 비추면 정말 반짝이는데, 이 반짝임에 기분이 좋아 계속 들여다봤다. 또 파란색 개구리알은 커지면 하늘색이 되는데 투명한 볼에 담아 햇빛에 두면 옅은 보석 바다 같아 좋아했었다. 근데 그 햇살을 마구 즐기고 잠든 다음날, 햇빛을 받은 개구리알들은 작아졌었고 아쉬웠던 여름의 기억이 난다.

 

개구리알은 너무 맛있게 생긴 과일젤리 같아서 매번 너무 먹어보고 싶었다.

 

투명한 색은 리치 맛이 하늘색은 소다 맛이 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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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라쿤 우주선 튀어나온


 

가끔 적는 꿈 일기에 적힌 네 단어들이다. 나는 꿈을 거의 매일 꾼다. 저 단어도 잠깐 깼을 때 비몽사몽 적은 건데, 다시 생각해 보면 생각이 잘 안 난다. 어떤 꿈은 몇 년이 지나도 생생한데, 어떤 꿈은 바람에 홀씨 날아가듯 가볍게 잊힌다. 꿈은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왜 꾸는 걸까.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처럼 이상한 것들이 말도 안 되는데 말이 되는 것처럼 움직인다. 

 

근데 신기하게 내 꿈엔 비슷한 꿈을 꾸는 시기들이 있다. 어느 시기엔 파도나 맑은 물, 바다가 나오는 꿈을 꾸고 어느 시기는 계속 재난이다. 운석이 마구 떨어지는 걸 피한 다든지, 전쟁에 참전한 상태라든지. 똑같은 꿈을 이어 꾼 적도 있다. 전 꿈에서 만난 사람이 내게 전에 만난 적 있지 않냐고 물었을 때도 어떤 날은 아예 안면도 없는 의문의 사람이 나와 신경 쓰인 적이 있다.

 

재밌는 꿈을 꿀 때면 자는 게 즐거운데, 종종 잠드는 게 겁이 날 때가 있다.

 

이 꿈은 언제쯤 끝날까. 밤이 되면 다른 세상에 놀러 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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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의 첫 숨


 

초록의 잔디와 토끼풀들. 모든 생명이 살아있는 듯한 싱그러움을 주는 여름의 분위기도 좋지만, 사실 맘속 깊숙하게 내재되어 있는 진심은 가을과 겨울에 있다. 나는 첫눈이 내리는 날, 첫 숨을 가볍게 쉬고 내뱉는 순간이 좋다. 내가 가장 기다리는 날이기도 하다. 첫눈을 마구 맞으며 온몸에 찬 숨이 닿도록 시원하게 숨을 들이마실 때가 너무 좋다. 누군가 한 명은 꼭 생각하는 첫눈이다. 

 

사실 난 겨울에 태어난 줄 알았는데, 그렇게 믿고 살아왔는데 진짜 태어난 날은 가을이었다. 10월 17일. 이게 내 진짜 생일이었다. 근데 부모님은 기억하기 쉽게 12월 1일을 생일로 정해두신 거라고 하는데, 사실 아직 이해가 잘 안된다. 양력과 음력이 헷갈려서 조금 어렵다. 양력과 음력의 차이는 해와 달을 기준으로 나뉜다고 한다. 하여튼 가을이건 겨울이건 뭐가 중요한가. 난 두 계절 모두 무지 좋아하는데. 

 

가을이 온 걸 느끼면 나는 꼭 버릇처럼 아이유의 <가을 아침>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괜스레 따뜻해 보이는 아이보리 색 포근한 니트를 꺼내며 나무 잎들이 잘 걷어진 맑은 하늘을 본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겨울이 오고 첫눈이 오면 마음이 마구 들뜨며 한 해가 끝날 때까지 설렘을 가득이고 지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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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 과일 맛이 나는 젤리


 

나는 맑고 투명한 게 있으면 다 햇빛에 가져가 본다. 그냥 그 투명함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좋아한다. 나의 투명함과 맑음에 대한 사랑은 여기저기 묻어있다. 아이스커피에 있는 얼음이 햇빛에 비치는 게 좋아 한참을 바라보기도 앞선 개구리알 이야기도 작은 유리구슬도 정말 좋아한다. 스노볼처럼 동그랗고 투명하고 맑은 것들이 좋다. 투명한 어항을 뒤집어 놓은 듯한 일본의 풍경 등도 좋다. 햇빛과 바람에 반짝이며 딸랑거리는 소리는 마음을 안정되게 한다.

 

웃기지만 내가 쓰는 모든 것들은 각져있는데 심지어 지금 글을 쓰는 이 공간에도 각진 스마트폰 두 대와 각진 의자와 책상, 각진 노트북까지. 근데 난 동그란 것들이 좋다. 유치하게도 나는 각진 숫자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나마 각진 숫자 중엔 1을 가장 좋아하지만, 그냥 숫자 8을 가장 좋아한다. 이유는 유치함으로 가득하다. 근데 가끔 단순하게 유치하게 생각하며, 뇌를 말랑하게 만들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그냥 논리 없는 내 취향이 묻은 말들이 이유가 된다. 투명하고 맑고 모나지 않은 게 좋다. 젤리 취향도 우유맛이 가득 나 묵직한 푸딩보다는 상쾌하고 가벼운 젤리 푸딩이 좋다. 젤리도 먹기 전에 햇빛에 가져가대어 잔뜩 보고 즐긴 뒤 먹는다.

 

습관처럼 투명함에 반짝임을 투영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투명하고 맑은 사람이다. 사람에게 그게 보이려나 싶지만, 내가 판단한다. 내 눈에 그렇게 보이는 사람이 좋다. 그 사람의 투명함에 내 반짝임을 투영하고 싶다. 그럼 이것도 내 취향의 빛이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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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정을 가감 없이 적어내린다. 사실 내가 쓰는 글들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글도 맞지만 그냥 내가 늘 쓰던 일기장의 한 페이지 정도다. 늘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는 한 계절과 시간의 일기장. 모든 글 자체가 나를 말해주고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시선으로 삶을 살아가는지.

 

지금 쓴 글은 그냥 단순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했을 때 나오는 것들이다. 그래서 제목 짓기도 수월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했으니까.

 

근데 지난 글들과 오늘의 글까지 함께 묶어내린다면, 조금은 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결과 취향을 가졌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매번 내 글에서 나를 알아간다.



 

[황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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