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아이고 어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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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이렇게나 각박할 수가 있나.
최근 들어 가장 많이 한 생각 중 하나는 관계 유지에도 매우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이 투자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니, 사실 알고 있었다. 다만, 현생이 매우 각박한 지금, 이 사실이 아주 깊고 진하게 스며들었을 뿐.
어쩌면 인간의 평생 숙제 중 하나는 인간관계일지도 모른다. 한쪽에서 시간, 돈, 노력 등 모든 걸 투자하더라도 쌍방이 아닌 이상 지속되기도 힘들고, 쌍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에 무너지기도 하는게 사람 사는 일인데, 다들 대체 어떻게 이 어렵고도 복잡한 인간관계를 보내고 있는건지.
곧 서른을 내다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운,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어려울 이놈의 인간관계가 최근 들어 나를 급발진하게 만드는 중대 사안으로 자리 잡았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첫 번째로는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해야만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엔 친구들이 마치 옆자리 짝꿍처럼 늘 나의 일상에 자리해있었고, 구태여 노력하지 않아도 자주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 더는 한 집단에 속하지 않게 되었다.
더불어 또 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더 거대하게 형성된 관계 속에서 가끔은 서로가 후순위가 되기도 했으며, 그렇게 우리들은 '굳이' 노력해야만 얼굴을 볼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굳이 시간을 내어 일정을 조율해야 하고, 굳이 돈을 써가며 우리의 이야기를 담을 만한 곳을 찾아야만 하는 수고가 필요했던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 순리는 나를 선택의 기로에 놓게 했다. 나는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하는 것도 많은 사람인지라 언젠가부터 '관계 유지'라는 항목은 후순위로 미뤄졌고, '그래도 계속 연락을 할 테니까'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주변보다는 앞만 보려 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게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생성되었다.
가끔씩은 주변을 돌아보고 싶다가도 마음처럼 받쳐주지 않는 여건은 짧은 찰나만 허락하기 일쑤였다. 아마 지금 이 순간 조차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나는 계속해서 고민 속에 파묻혀 하루를 마무리할 것이다.
두 번째는 누군가를 판단하는 마음이다. 아마도 나는 20대 초까지만 해도 제삼자의 말에 의존하여 상대를 판단하려 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쟤가 네 뒷담화 했다", "쟤가 그렇고 그런 애래" 따위의 말들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꽤 흐른 지금의 나는 최대한 내가 보는 상대를 믿으려 한다. 그랬기에 주변에서 같은 이유로 연을 끊을 친구와도 만남을 이어나갔고, 끝이 안 좋더라도 내가 겪고 판단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너무 바보같았던 탓일까, 얼마 안 가 나도 그들과 다름없이 그 친구와 연을 끊게 되었고(그들과는 다른 사유였다), 종국에는 '역시 다들 멀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건가' 싶었다.
나름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탄탄대로를 걸어온 편이라 이런 결말은 거의 처음이었기에 꽤 오랫동안 씁쓸한 맛이 혀 끝에 나돌았다. 물론, 이번 일 하나로 앞으로 있을 관계에서 주변의 평판만을 의지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나름 자랑스럽게 지켜 온 소신에 금이 가버린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살면서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관계 맺을 일이 무수히 더 많이 남았을 텐데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다들 대체 어떻게 하고 계세요?
[지은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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