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애 첫 뮤지컬을 런던에서 [공연]

프로즌으로 뮤지컬에 입문하다
글 입력 2024.08.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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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쉽게도 한국에서 뮤지컬을 본 경험이 없다. 뮤덕(뮤지컬 덕후)들은 이 글을 읽는다면 깜짝 놀라기도 할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뮤지컬을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케이팝과 밴드 음악으로 이루어진 플레이리스트를 마음속에 늘 쥐고 다니며 살았기에 수많은 문화 예술적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가 선호하는 장르를 우선적으로 고르게 되었던 것 같다. 같은 시기에 좋아하는 밴드 콘서트를 한다면 우선은 티켓팅에 도전해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의 대학교 1, 2학년은 크러쉬와 잔나비, 검정치마로 가득 채웠다. 해당 가수나 밴드마다 매년 특정 기간에 콘서트를 하기도 했는데, 나는 그때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고 아쉽게도 한국을 떠나와 현재 런던. 런던에서는 내가 좋아했던 것들보다 새로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 가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에 새로운 취미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그중 하나가 뮤지컬이다.


나 역시 한국 뮤지컬 문화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주변 뮤덕 친구들에게, 혹은 요즘 문화 시사점으로 뽑히는 ‘시체관극’이라는 말을 종종 들었던 적이 있었다. 뮤지컬을 관람할 때 과도한 눈치를 주며 관람 내내 시체처럼 가만히 있어야만 한다는 뜻이었다. 새삼 흥 많은 나에겐 진입장벽이 높다고 느껴져 뮤지컬을 쉽게 도전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런던에서 처음으로 시도해 보자! 해외에 있을 땐 가끔씩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뿜어져 나온다. 이곳에는 나를 아는 사람도, 나에게 눈치를 주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생긴다. 뮤지컬을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특히 3시간, 4시간이 넘는 뮤지컬도 있었고, 오페라와 뮤지컬의 중간 정도의 장르도 있을 정도로 각자 취향과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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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중에서 frozen, 겨울왕국을 관람했다.

 

사실 외국어로 진행되는 뮤지컬에 첫 도전이다 보니 가장 난이도가 낮으면서 무대 효과가 아름다운 겨울왕국으로 고르게 되었다. 프로즌은 총 2시간 정도로 중간에 쉬는 시간 15분 정도가 주어지고, 성인 위주의 관객보다는 가족단위의 관객이 더 많았다.

 

비용은 시기에 따라 다른데, 나와 내 친구는 당일에 남은 자리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todaytix’라는 어플을 이용해 약 25파운드 한화로 45000원 정도에 뮤지컬을 관람했다. 뮤지컬 비용 역시 중요한데, 50000원이 안 되는 비용으로 뮤지컬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랐고, 특정한 마니아들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인 것에 부러운 마음도 공존했다.


시작 15분 전 뮤지컬 공연장에 도착하니 기대에 부푼 아이들의 반짝거리는 눈빛과 함께 공감 해주며 분위기를 맞춰주는 부모님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맥주와 아이스크림, 팝콘, 와인과 같은 가볍게 먹기 좋은 간식들을 함께 판매하여 관람하는 내내 간식을 먹으며 즐길 수 있었다. 우리의 자리는 당일에 구매했다 보니 발코니 좌석으로 3층이었는데, 너무 만족스러웠다. 위에서 무대를 내려다보는 구조였고, 그렇기에 무대 전체를 몸소 느끼면서 더 넓게 관람할 수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면 촬영은 금지되고, 무대에 몰입하여 관람할 수 있다. 우리가 친숙하게 아는 프로즌의 대표적인 곡들과 함께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와 발성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매 순간마다 바뀌는 화려한 무대 장치들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보여줬다. 막이 내릴 때마다 무대가 한 번씩 전환될 때마다 진심을 다해 박수를 보냈다. 프로즌의 하이라이트 let it go 무대는 클라이맥스 부분에 엘사의 드레스가 무대 장치를 통해 바뀌는데 알 수 없는 눈물이 고이며 지금까지도 머릿속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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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뮤지컬의 전문적인 용어나,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 설명에 한계가 있었지만, 내 마음 깊은 곳을 울린 너무나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을 다해 집중했던 그날의 기억이 짙게 남아있다. 또한 관객이 참여하는 공연은 아니었지만, 나는 관객들과 함께 소통한다고 느껴졌다. 관객 역시 배우들의 호흡을 따라가며 함께 슬퍼하고, 공감하고 박수를 보내는 모습에 언어는 다르더라도 마음은 나눌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의 인생 첫 뮤지컬. 프로즌. 누군가는 다소 따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도전이자 뮤지컬 장르에 발을 담가본 기념적인 공연이었다. 런던에 온다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뮤지컬은 필수라는 것! 기억하고 함께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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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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