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연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문화 전반]

우연의 연속이 우리에게 선물해 주는 것
글 입력 2024.08.0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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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라는 단어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상황들을 한 번에 정리해 주는 아주 유용한 표현입니다. 우연히 그날 그 장소에 가서, 우연히 어떤 사람을 만난 것. 혹은 우연히 한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아 배우를 꿈꾸게 된 것 등등 사람의 인생 속에 빠트릴 수 없는 요소가 바로 우연입니다.


우리의 삶은 그런 우연들의 연속입니다. 우연한 상황을 배제한다면 하루가 전개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그들의 힘에 기대어 살아갑니다. 어느 누구도 '우연' 없이 오로지 자신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모든 상황을 이끌어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인간의 오만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주어지는 이 모든 결과들이 전부 우연의 연속이라고 해도, 인간의 노력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일정 기간 동안 어떤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삶을 이끌어왔을 때, 어느 완벽한 타이밍에 좋은 우연을 마주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그렇게 믿어야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눈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할 원동력을 얻으니까요.


맞습니다. 보통 커리어적으로 얻게 되는 우연한 기회는 그전까지 열심히 갈고닦은 길이 있었기 때문에 주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우연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앞서 말했듯 인간이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우연,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정말 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우연.


잘 생각해 보면, 친구나 연인처럼 살면서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는 온전히 스스로 노력해 온 행위의 결과라기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옆에 있는 그들은 어떤 연유로 당신 곁에 머물러 있나요?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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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로맨스 영화로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 나오는 두 남녀주인공은 우연히 기차에서 만나 대화 몇 마디를 나누고는 곧바로 사랑에 빠집니다. 여기서 이들이 만나게 된 '이유'란 없습니다. 그들이 사랑에 빠지기 위해 들인 노력도 없습니다. 그저 그렇게 흘러갔을 뿐입니다. 그저 그렇게 만나게 되었을 뿐입니다.


만약 이들 중 한 명이 기차를 놓쳤거나, 그들이 쓰는 언어가 달라 서로 대화를 할 수 없었거나, 그 긴 기차 안에서 하필이면 같은 칸에 타지 않았더라면. 하룻밤 사이 뜨겁게 사랑할 수 있었던 두 남녀는 평생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살아갔을 겁니다. 이러한 생각은 꼭 <비포 선라이즈>에 한정 짓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에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내가 그 시간 그 장소에 없었더라면. 더 나아가 그때 내가 스쳐 지나가는 당신을 보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사이가 될 수 없었을 텐데. 조금만 깊게 생각해 보면 우리의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행운 그 자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의 곁에 있는 소중한 누군가는 정말 '우연한' 만남 그 자체이니까요. 모든 일련의 상황이 전부 나의 노력이라기엔, 결코 완벽히 설명될 수 없는 것들로 점철된 우연. 

 

지구가 이렇게나 넓은데, 우리는 같은 나라에 살고 같은 언어를 씁니다. 거기다가 운이 좋으면 몇 번이고 얼굴을 마주할 수도 있네요. 이 상황은 우연의 우연의 우연이 겹친 결과입니다. 이런 만남을 어떻게 행운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큰 행운으로 서로를 만났지만 어느새, 너무나도 당연해진 그 '우연'들은 쌓이고 쌓여 다시 당신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조금씩 바뀌고 물들어 가는 당신을 스스로 발견하게 될 때, 지난 모든 우연들이 결국 필연이었음을 알아챌 순간이 올 겁니다. 우연을 가장하여 당신에게 다가온 필연을 그저 눈 감고 지나치지 않길 바랍니다. 당신을 물들이러 온 필연을 마땅히 행운으로 대할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에게 그런 우연이, 아니 필연이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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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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