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변함없이 사랑해주세요. [사람]

“저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좋은 것 같아요.”
글 입력 2024.08.0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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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문득 물은 적이 있었다.


“서희 님은 어떤 사람이 좋으세요? 이성으로서가 아니어도요.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서도 좋아요. 어떤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지 궁금해서요.”

 

“와 이거 진짜 어렵네요… 음.” “사랑이 많은 사람이요. 저는 사랑이 많고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좋은 것 같아요.”


꽤 어려운 질문이라 신중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었다.

 

물론 본업에 충실한 사람, 취향이 곧고 깊은 사람, 배울 점이 많은 사람.. 뭐 댈 수 있는 수식어들은 많았다. 그래도 ‘사랑이 많은’이라는 수식어는 나에게 필수불가결의 요소였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게 아니면 다 부질없거든.


사랑이 많은 사람은 너무나도 촌스럽고,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이를테면 이런 모습들.

 

하늘이 푸른 어느 날 쫄래쫄래 걸어가는 초면의 털복숭이 강아지를 애정어린 반짝이는 눈으로 보며 행복해한다거나, 뜨거운 여름날 바짝 익은 아스팔트 조각들 사이에 자라난 푸른 새싹을 가던 길 멈추고 유심히 사진을 찍는 모습 말이다.


이따금 티비 속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보며 내 일인 듯 눈물을 글썽거리는 연민 많은 사람의 얼굴, 사랑하는 게 많다며 손가락을 접어가며 설명해 주는 행동 따위를 보면 찌르르 ‘사랑스럽다’ 라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이전의 나는 이상하게도 사랑하는 것에,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정말 인색한 사람이었다. 아니다. 인색하다기보다는… 뭐랄까 정말 낯 간지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받은 사랑보다 더 주는 것이 나에겐 늘 너무 어려웠다. 상대가 10만큼 표현을 주면 그제서야 간신히 1을 내밀 수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 솔직하지 못한 나의 모습들이 어떤 날에는 미치도록 답답했고, 싫기도 했다.


고양이처럼 눈을 뜨고 가만히 커피만 홀짝거리는 내 앞에, 어느 날 나타난 어떤 사람은 굴하지 않고 쫑알쫑알 내가 좋다며 종일 사랑을 말했다.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많은 사람 사이에서 대뜸 웃으며 꽃을 건네주었다. 그러다가 비가 오면 작은 우산을 나누어쓰며 한쪽 어깨를 다 적시곤 했다.


감정에 솔직한 그 모습이 미치도록 좋았고 동경했고, 그래서 그런 사람을 사랑했다. 나도 다양한 감정을 더할나위 없이 마주했고, 점점 사랑 앞에 솔직한 사람이 되어갔다. 그렇게 사랑에 인색했던 나는 나는 입 안이 달달할 만큼 사랑을 많이 뱉는 사람이 되었다. 날이 더우면 물을 많이 마시라는 말, 비가 오면 우산 꼭 챙기라는 말, 겨울이 오면 단추 잠그라는 말까지 모든 말에 애정을 담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사랑해도 개의치 않고, 사랑 앞이면 부끄러움도 자존심도 없다. 사랑을 느끼면 더 이상 계산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고, 작은 일기장을 펴서 애정하는 것들을 줄줄이 적어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그 질문에 사랑이 많은 사람이 좋다고 답한다. 사랑이 많은 사람은 티 없이 해맑고, 그래서 촌스럽고 예쁘다. 나는 그렇게 더욱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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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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