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름답지 않은 작품들의 이야기 - 무서운 그림들

글 입력 2024.08.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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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면 아름다워서 눈길을 끄는 작품들도 있지만, 반대로 어딘가 모르게 기묘해서 무섭게 느껴지는 그림들이 있다. 어두운 색채와 사실적인 화풍으로 표현된 그림들을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한다. 흔히 예술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하는데 무서운 작품들은 어떠한 이유로 그려지게 되었을까.


기묘하고 무서운 작품일수록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더 복잡할 것이다. 그러한 복잡한 이야기를 한편의 추리 다큐멘터리처럼 담은 책이 있다.

 

<무서운 그림들>은 기묘하면서 아름다운 명화 속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은 화제의 미술 칼럼 '후암동 미술관'을 연재한 이원율 기자가 집필했으며, 책에는 삶과 죽음, 환상과 현실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약 100여 점의 작품 이야기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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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딜롱 르동, <키클롭스>


 

그림 속의 키클롭스는 여인을 짝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폴리페모스의 '눈'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감상하면 짝사랑 뒤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인을 향한 사랑도 느껴지지만 증오, 외로움과 같은 감정도 느껴진다. 폴리페모스(키클롭스)는 왜 멀리서 여인을 쳐다보고 있는 것일까.


작품을 그린 르동은 뇌전증 증상이 있다는 이유로 부모와 생후 2일 만에 헤어졌다. 그는 친척이 있는 메독 지방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르동은 부모의 정을 그리워하며 병약한 아이로 자랐다. 이러한 르동의 아픈 어린 시절의 기억은 그가 명성을 쌓고 난 뒤에도 계속 떠올랐다.


그림 속 폴리페모스의 모습은 르동과 닮아있다. 르동이 뇌전증을 바라지 않았던 것처럼 폴리페모스도 험악한 모습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림 속 폴리페모스를 등지고 있는 여인 갈라테이아의 모습은 르동을 외면했던 부모의 모습이다.


작가의 인생을 이해하고 나니 작품이 더 슬프게 느껴졌다. 자신 스스로를 키클롭스라고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던 르동의 심정은 어땠을까.

 

작품은 1914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에 완성되었다. 그는 <키클롭스>를 통해 아픈 시절의 기억을 완전히 내려놓고, 이후에는 꽃그림을 그리며 내면의 풍요로움을 담았다고 하지만 약 70년간 살면서 문득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얼마나 아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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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딜롱 르동, <흰 꽃병과 꽃>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그린 작품을 보니 과연 그의 부모가 르동을 많은 사랑으로 키웠다면 어땠을지 상상하게 되었다. 아픈 기억을 모두 내려놓고 그린 꽃처럼 그의 그림은 밝고 따뜻한 사랑이 담겨있었을 것이다.


책은 작가의 생애뿐 아니라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역사, 신화, 고전의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 접하다 보니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도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특히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은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는 어려워서 다가갈 엄두도 못 내던 고전도 쉽게 소개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흔히 예술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기에 우리는 어두운 작품은 외면하고, 밝고 아름다운 작품들에 대해서만 궁금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작품과 책에 담긴 무서운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별반 다르지 않다. 누군가가 자신의 아픔을 희망의 작품으로 표현한 것처럼 책 속의 작가들은 아픔을 무섭고 기묘한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책을 통해 무서운 그림을 그린 작가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아름답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해왔던 작품들에게 미안해졌다.

 

무서운 작품들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하다면 <무서운 그림들>을 읽어보길 바란다. 우리가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는 그림들에는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임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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