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후 앨범 : 유산의 기념인가, 상업적 착취인가? [음악]

글 입력 2024.08.0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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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죽음은 팬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안겨준다. 동경했던 아티스트의 죽음은 허탈함과 함께 이제 더 이상 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은퇴를 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죽은 아티스트일 경우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런 팬들의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아티스트의 생전 작업물을 기반으로 발매되는 ‘사후 앨범’이다. 대표적인 사후 앨범으로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Black Star', 퀸(Queen)의 'Made In Heaven',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Xscape', 투팍(2Pac)의 ‘The Don Killuminati: The 7 Day Theory’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사후 앨범들을 통해 팬들은 아티스트의 유산을 기억하고 그들이 이루었던 업적을 추모할 수 있다.

 

나 또한 평소 다양한 아티스트의 사후 앨범을 듣고 있다. 생각보다 뛰어난 퀄리티에 놀랄 때도 있고 기대에 못 미쳐 아쉬움을 느낀 적도 많다. 실제로 최근 한 아티스트의 사후 작업물을 듣고 아쉬움을 느꼈던 계기가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실망감이 곧 이번 오피니언 주제로 사후 앨범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해당 아티스트는 바로 스코틀랜드 출신의 ‘소피(Sophie)’. 2021년 1월, 추락사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로 사후 앨범이 발매된다는 소식을 올해 6월 접했었다. 유족들의 노력으로 생전 그녀의 작업물을 바탕으로 사후 앨범 가 9월에 발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현재까지 총 3곡의 선공개곡이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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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로 공개된 곡인 ‘Reason Why’는 너무나도 ‘소피’스러워서 감탄했다. 오랜만에 그녀의 신곡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동이었다. 하지만 최근 추가로 공개된 두 개의 선공개곡 중 한 곡을 듣고 살짝 당황했다. 물음표가 떠오르는 사운드였다. 과연 소피가 살아있었다면 이런 사운드를 발매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떠올랐다.

 

물론 소피가 생전에 시도한 새로운 사운드를 담았을 수도 있다. 나 또한 모든 소피의 곡을 깊게 탐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지에서 나오는 ‘낯섦’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낯선 사운드는 사후 작업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이번 오피니언을 통해서 깊게 다뤄보았다.

 

 

 

마이클 잭슨 'Xscape'

 

사후 앨범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마이클 잭슨의 사후 앨범 ‘Xscape’을 통해서였다. 당시 앨범 발매 소식을 듣고, 사망한 마이클 잭슨의 새로운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에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Xscape’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지금까지도 즐겨 듣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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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마이클 잭슨 팬들 사이에서는 여러 논란이 발생했다. 마이클 잭슨의 미공개곡들을 들어보지 않은 팬들 입장에서는 처음 듣는 마이클 잭슨의 신곡이었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미 웹상에 유출된 미공개곡을 들어본 팬들 입장에서는 소니 뮤직이 상업적으로 만든 앨범으로 평가 절하했다. 특히 오랜 마이클 잭슨 팬의 입장에서 앨범 퀄리티가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논쟁은 ‘Xscape’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 앨범이 나올 때마다 반복된다. 결과적으로 마이클 잭슨이 직접 부른 곡들로 구성된 앨범이지만, 최종적으로 마무리까지 완성한 앨범은 아니기 때문이다.

 

생전 마이클 잭슨은 mp3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 "나는 그렇게 해서라도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들어준다는 것에 감사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마이클 잭슨도 어느 정도 사후 앨범 발매를 만족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사후 앨범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이처럼 사후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앨범을 둘러싼 다양한 팬들의 논쟁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모두 다 맞는 말이고, 이들이 얼마나 아티스트와 그들의 작업물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사후 앨범 지지

 

사후 앨범을 지지하는 팬들은 사후 앨범이 아티스트의 유산을 유지하고 기념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사후 앨범을 통해 팬들은 아티스트를 추억할 수 있으며, 아티스트의 생애와 예술적 기여를 꾸준히 상기할 수 있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사후 앨범을 통해 아티스트의 미공개곡들이 빛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은 생전에 완성하지 못했거나 미발매된 곡을 남긴다. 특히 이런 미발매 곡들을 사후 앨범을 통해 공개하는 것은 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아티스트의 창작물들을 세상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주로 아티스트와 오랜 협업 관계를 이어온 동료 뮤지션이나 프로듀서, 엔지니어들이 미완성된 곡을 완성시켜 발매하기도 한다. 아티스트의 의도를 완벽하게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아티스트의 예술적 비전을 담아 탄생한 미공개곡들은 팬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영원히 하드디스크 속에 갇혀 있을 뻔한 곡들이 공개됨으로써 그들의 예술적 유산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사후 앨범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앨범을 통한 수익은 종종 아티스트 유족이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되는 등, 단순히 예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아티스트와 동일한 꿈을 꾸는 후배 아티스트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아티스트 에드 시런(Ed Sheeran)은 사후 앨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흥미롭게도 그는 작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사후 앨범을 제작 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그는 죽기 전까지 최대한 다양한 노래들을 앨범에 추가하면서 ‘완벽한 앨범’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 이를 사후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사후 앨범을 참신한 관점에서 접근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사후 앨범 반대

 

이와 반대로 사후 앨범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대표적인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실크 소닉(Silk Sonic)의 멤버로도 유명한 ‘밀양 박씨’라는 별명을 가진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다. 실제로 앤더슨 팩은 사후 앨범을 발매하지 말아달라는 문신을 새겼을 정도로 사후 앨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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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본인이 최종적으로 마무리하지 않은 작업물들은 단지 ‘데모’일 뿐이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들려줄 의도가 전혀 없다는 내용의 타투를 새기며 사후 앨범을 강하게 부정했다.

 

이처럼 팬들 사이에서도 사후 앨범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은데, 가장 주된 이유는 앞서 앤더슨 팩이 언급한 것처럼 아티스트의 창작 의도를 반영하지 못할 위험이 있고, 결과적으로 생전 작품들만큼 완성도가 높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의견에 매우 동의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앨범 발매 직전에 아티스트가 만족하지 못해 앨범 발매가 취소되는 사례들이다. 완벽주의에 가까운 아티스트일수록 종종 발매가 예정된 앨범을 폐기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를 미루어 보았을 때, 아티스트의 성향에 따라 사후 앨범의 퀄리티가 많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간혹 아티스트가 스케치한 데모곡까지 묶어서 사후 앨범 명목으로 발매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티스트 본래 의도와 다르게 예술적 표현을 왜곡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극단적으로 갔을 때,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아티스트의 전체적인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완벽하게 가공되지 않은 작업물을 공개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명성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또한, 사후 앨범이 유족이나 레이블 등의 상업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는 아티스트의 예술적 가치나 의도보다는 파생되는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해 발생하는 문제이다. 사후 앨범의 퀄리티가 팬들의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이들의 유산을 기리는 것이 아닌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아티스트가 생전에 공개를 원하지 않았던 작업물이 공개되면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아티스트의 사생활과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아티스트의 본래 의지를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데모곡들이 유출되면서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수정되지 않은 가사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아티스트에 대한 비방으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티스트가 살아있다면 이런 데모곡 논란에 대해 대응할 수 있지만, 사망한 후에 다듬어지지 않은 데모곡을 기반으로 노래가 발매된다면 아티스트에게 해명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까?

 

 

 

맥 밀러 ‘Circles’

 

사후 앨범을 둘러싼 논란을 잠시 잊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후 앨범을 소개하려 한다. 바로 26살에 약물중독으로 요절한 아티스트 맥 밀러(Mac Miller)의 사후 앨범 ‘Circles’이다. 사후 앨범이라는 키워드를 들었을 때 바로 떠오르는 앨범이다. 그만큼 나에게는 인생 앨범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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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밀러는 생전 단단하고 유연한 스타일로 힙합 장르에 한 획을 그은 아티스트이다. 그런 그가 마지막 정규 앨범 ‘Swimming’ 발표 후 한 달 뒤인 2018년 9월 7일, 26살의 젊은 나이에 저택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의 사망은 충격적이었다. 무엇 때문에 그가 약물에 의지했는지, 언제부터 약물에 중독되었는지 등 수많은 질문을 남긴 채 우리 곁을 떠났다.

 

그리고 그의 유작 앨범 ‘Circles’가 약 1년 반 후인 2020년 1월에 발매되었다. ‘Circles’의 장르를 특정할 수 없다. 무슨 장르이며 어떠한 기법을 사용했다는 등의 딱딱한 분석이 의미 없는 앨범이다. 맥 밀러는 하나의 장르이기 때문이다.

 

흑백 처리된 앨범 재킷과는 대조적으로 ‘Circles’는 화려하다. 전작 ‘Swimming’의 수록곡의 절반 이상을 작곡한 프로듀서 존 브리온(Jon Brion)의 도움으로 완성된 앨범 ‘Circles’는 존 브리온이 맥 밀러와 시간을 보내며 나누었던 대화를 기반으로 앨범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Circles’는 다른 아티스트들의 사후 앨범과는 '결'이 다르다. 다른 아티스트들의 사후 앨범은 미발매 곡들을 모아놓은 것이기에 하나의 주제, 하나의 무드를 가지기 힘들다. 아티스트의 의견이 반영되기보다는 팬들의 아쉬움을 충족시키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분별한 사후 앨범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자칫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해치기도 한다.

 

하지만 맥 밀러의 사후 앨범은 달랐다. 그가 사망하기 전에 이미 ‘Circles’를 전작인 ‘Swimming’과의 연결성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했고, 맥 밀러와 각별한 사이였던 존 브리온이 마무리를 했기 때문에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그렇기 때문에 맥 밀러의 사후 앨범 ‘Circles’를 듣고 팬들이 더욱 슬픔과 감동을 느낀 것이지 않을까 싶다. ‘Circles’는 사후 앨범의 교과서라 불리기에 충분하다.

 

항상 논란의 중심에 놓이는 사후 앨범. 아티스트의 죽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주제인 것은 분명하다. 팬들에게 주는 선물일지, 아니면 철저하게 상업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돈벌이 수단인지는 개인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는 없다. 다만 무분별하게 발매되는 사후 앨범이 아닌, 아티스트의 입장을 고려해 아티스트와 팬들 모두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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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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