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분노하는 공동체 - 까마귀 클럽 [연극]

외로운 당신에게 홀연히 찾아온 분노 극복기
글 입력 2024.08.0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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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하여 쓴 글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갔기에 외로움을 느끼던 주인공 ‘나’는 어느 날 트위터에 업로드된 한 모임의 모집 공고를 보게 된다. 모임의 이름은 ‘까마귀 클럽’. 화내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뭉친 노력형 분노 스터디이다.

 

‘나’는 텔레마케터로 일하며 자신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고객에게 맺힌 분노를 표현하지 못한 채 속으로 삭혀왔던지라 용기를 내어 ‘까마귀 클럽’에 지원한다. ‘나’는 그곳에서 수다쟁이 워리, 화를 내면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몸집의 소유자 프로틴, 당차고 온화한 모임장 별을 만나 관계를 맺으며 화를 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포스터] 연극_까마귀 클럽_예술공간 혜화.jpg

 

 

사실, 이 연극의 서사. 나에겐 구면이다.

 

작년 하반기쯤 이원석 소설가의 단편집 ‘까마귀 클럽’을 사서 읽었기에 등장인물과 이야기 흐름을 머릿속에 그려둔 채 연극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을 처음 완독했을 때와 연극을 관람한 후의 달라진 생각을 비교하고 싶었다.


[까마귀 클럽]의 주제는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표방하는 주제는 정신적 안전에 잦은 위협을 느끼는 감정 약자의 이야기이고 서사가 진행되며 은연중에 드러난 주제는 공동체에 속한 청년들의 이야기이다. -소설에서는 별이 40대 초중반으로 묘사되었지만, 연극에서는 정확한 나이가 드러나진 않으나 서른 줄에 갓 접어든 ‘나’의 또래로 묘사된다.-


즉, 까마귀 클럽은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이 뭉친 모임이지만, 방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서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할 수 있다.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는 청년을 중시한다면 옳다고 생각하는, 사회가 주입한 가치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공통점을 가진 청년들이 모인 이야기로 생각한다면 공동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유대감. 그것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생각 해보게 될 것이다.


소개한 두 가지 관점 모두, 현대 사회에 필요한 가치들이기에 소설이자 연극 [까마귀 클럽]은 시의성이 높은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렇기에 [까마귀 클럽]의 독자이자 관객이 될 당신에게 작품의 주제를 미리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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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극 [까마귀 클럽]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숨 쉬는 인물이다. 다소 딱딱하게 표현된 소설 [까마귀 클럽]의 인물들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개성을 십분 발휘하는 방향으로 재창조되었다.

 

그러나 이는 연출자의 능력이나 의도의 차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경제적으로 문장을 구성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를 원고지 80매 정도의 짧은 분량에서 표현해야 하는 단편 소설과 80분의 러닝 타임을 보유한 연극의 차이. 즉, 매체의 차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각 매체 간의 특징이 다른 만큼 수용자가 느끼는 장점도 다르다. 수다쟁이 워리의 수다가 주인공 ‘나’와 관객의 혼을 빼놓고 선명하게 드러난 프로틴의 근육과 운동 수행 능력은 ‘나’가 보낸 염려의 시선이 편견의 시선이 아님을 증명한다. 그리고 결말부에서 드러난 별의 행동을 표현한 연기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던 서사의 정당성을 채워 줄 정도로 감명 깊게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왜 분노하지 못하고, 분노를 참아야 하고, 분노해야 할 상황에 놓이고, 분노하는 연습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들은 왜 뭉쳤을까. 거울을 보고 연습하는 것이 아닌, 비슷한 아픔을 지닌 사람끼리 모여서 서로의 분노에 대해 공감하고 피드백을 나누는 것일까. 연극 [까마귀 클럽]은 사회의 기저에 깔린 모순과 불합리함을 수면 위로 드러내어 재고의 기회를 관객들에게 공유한다.

 

연극을 보고 나서도 향유할 기회가 무한한 연극 [까마귀 클럽]. 지난 7월 28일에 마지막 회차를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언젠가 관객들을 다시 찾을 날이 온다면, 거침없이 당신에게 이 연극을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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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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