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그콘서트의 부활을 엿보다

개그콘서트의 폐지, 그 이후의 이야기
글 입력 2024.08.0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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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프로그램의 밴드사운드가 집 안 거실을 가득 메운다. 화면 속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모두 나와 관객들에게 인사하자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한다. 그렇게 TV에서 들리는 북적함으로 일요일의 아쉬운 밤이 져가는 것을 깨달았던 때가 있었다.

 

아마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는 대부분의 국민이 일주일을 보낸 후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 프로그램일 것이다. 런닝맨, 1박 2일, 인기가요 등 주말을 책임지던 TV 프로그램 중 하나로 오랜 시간 당당히 자리 잡고 있었기에 여전히 그때의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사회 분위기도 변하게 됐다. 유튜브 플랫폼이 떠오르자 지상파 방송 대신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이 늘게 됐다. 자연스럽게 개그의 플랫폼도 옮겨가게 되었고 지상파 개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게 됐다. 레전드로 길이 남을 다양한 코너로 정점을 찍은 후, 점점 하락세를 그리던 개그콘서트는 결국 폐지하게 됐다.

 

 

 

강유미 yumi kang 좋아서 하는 채널


 

대표적으로 지상파에서 디지털 개그로 방향을 바꾼 개그우먼이 있다. 열심히 활약하던 개그우먼 강유미다. 그녀의 채널 ‘강유미 yumi kang 좋아서 하는 채널’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부업처럼 운영하던 채널이다. 6년 전 처음 업로드된 영상을 시작으로 꾸준히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처음엔 소소한 일상 등을 주로 올리던 그녀는, 사람들의 주목도가 오르자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한다.

 

 


 

 

그중 가장 주목받은 콘텐츠 하나를 소개한다. 바로 ‘ASMR 콘텐츠’다. 흔히 ‘팅글’이라고 하는 소리로 심리적 편안함을 유도하는 asmr 콘텐츠는 이미 먹방 유튜버나 일상 유튜버에게도 흔한 소재로 사용된다. 하지만 개그를 위한 asmr 콘텐츠는 없었던 터에, 개그우먼 강유미는 독특하고 참신한 기획을 하게 된다. 콘텐츠 뒤에 숨은 ‘고증’의 노력인데, 이 콘텐츠에서는 사회의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영혼 없이 팬 사인회에 임하는 아이돌’, ‘눈동자에 초점 없이 신념을 전파하는 신도’, ‘억울하고 안쓰럽지만, 짜증 나는 미용실 막내’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 묘사가 돋보여 각 3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신도’의 캐릭터를 연기한 영상에서는 특유의 초점 없는 눈동자, 무덤덤한 표정, 길거리에서 볼 듯한 그들의 패션 등을 완벽하게 고증했다. 시청자들은 ‘바로 길거리에 투입되어도 문제없을 것 같다.’, ‘그냥 따라 하는 게 아닌 사회풍자가 있어 완전 고차원적인 유머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숏박스


 

숏박스는 개그맨 김원훈, 조진세가 2021년 결성한 유튜브 채널이다. 다양한 일상 속 순간을 캐치해 콘텐츠로 담아낸 스케치 코미디 채널이다. 2022년 한국 소비자포럼 올해의 브랜드 대상 유튜브 코미디 채널 부문에서 소상했으며 이들의 콘텐츠는 알고리즘과 SNS를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높여 유입도를 올렸다.

 


 

 

 

앞선 강유미 채널과 동일하게, 그들도 ‘현실 고증’이 훌륭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콘텐츠는 ‘장기 연애’ 콘텐츠인데, 흔히 볼 수 있는 커플의 대화, 표정, 분위기 등 익숙하고 편안하면서도 무심하지 않은 그들의 사랑을 재치 있게 담아냈다. 이 외에도 ‘찐남매’ 콘텐츠는 남매가 있는 누구나가 다 공감하면서도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는 부분을 정확히 짚어 연기함으로써 박장대소하는 콘텐츠는 아니더라도, 시청자들의 가려움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개그를 선사한다.

 

 

 

다시 오른 지상파 개그의 막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폐지했던 개그콘서트는 다시 막을 올렸다. 이전 코너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코너들을 내세우고, 적극적으로 트렌드에 맞춰가기 시작한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구독자 50만 명을 달성한 것은 물론, 시청자들의 니즈에 맞춰 무삭제 편집본을 제공하기도 한다. 현장감을 그대로 느끼며 오롯이 몰입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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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유튜브 채널

 

 

덕분에 무삭제 편집본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코너 영상은 200만 회를 넘었다. 그리고 개그를 찾는 많은 이가 몰려 웃긴 점을 나누고 공감하고 소통한다. 댓글 창이 소통의 장으로 활발한 유튜브 플랫폼의 특성 때문이다. 또한 ‘개그콘썰트’라는 유튜브 코너를 운영하며 못하단 비하인드 이야기를 풀고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제껏 실패라고만 여겨왔던 ‘개그콘서트’의 행보가, 그저 플랫폼이나 트렌드에서 발생한 소통의 오류였음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는 과거에 걱정 없이 웃으며 일요일을 마무리했던 달고 아쉬운 추억이 그리웠던 것처럼. 또 타 개그 유튜브채널로 웃음을 안식처 삼았던 것처럼. 개그콘서트를 두 팔 가득 환영할 것이다. 그 과정, 모진 비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업을 위한, 또 시청자들을 위한 개그를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이 시대의 모든 개그맨에게 감사의 인사와 존중이 담긴 응원을 건넨다.

 

 

[박정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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