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흘의 시간에서 자라는 사랑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글 입력 2024.08.0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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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형태는 꽤나 다양하다. 가족과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 등. 사랑을 하는 데 여러 요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범위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다.

 

연인과의 사랑이 유독 특별한데, 다른 것은 여러 사람에게 미칠 수 있지만 이는 한 상황에서 한 사람에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이 정설이다. 물론 외국에서는 여러 애인을 두기도 하고, 연인이 될 수 있는 대상이 우리나라보다 자유로워서, '한 상황에서 한 사람에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유로운가와는 조금 다르게 '예의'를 생각해 보면 정당한 것은 역시 한 사람과의 사랑이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런 관점에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윤리적으로 보았을 때 의아함이나 위화감을 느끼기 좋은 책이다. 남편과 아이 둘을 둔 프란체스카가 우연히 길을 물어온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은 프란체스카의 남편 리처드 존슨과 아이 둘이 집을 비우고 있던 날 시작된다.

 

로버트 킨케이드는 잡지에 실리는 사진을 만드는(찍는) 사람이었고, 프란체스카는 농장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로버트 킨케이드는 어느 지붕이 있는 다리를 찾다가 길을 묻기 위해 프란체스카를 찾게 되고, 함께 다리를 찾아 가기도 하며 사진을 찍어 주게 된다.

 

그들의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프란체스카는 자신의 집에 로버트를 초대한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는 하지만 프란체스카는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온 이웃에게 거짓말까지 하며 로버트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프란체스카가 혼자 집에 머물러 있는 동안 인연이 이어진다.

 

 

"당신이 내 안에 있는지, 또는 내가 당신 안에 있는지, 내가 당신을 과연 소유했는지, 확신하지 못하겠어. 적어도 난 당신을 소유하고 싶지는 않아요. 우리 둘은 우리가 '우리'라고 새로 만들어 낸 다른 존재의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우리는 그 존재 안에 있는 것도 아니지. 우리가 바로 그 존재니까. 우리 둘 다 스스로를 잃고 다른 존재를, 우리 두 사람이 서로 얽혀 들어 하나로만 존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창조해 낸 거요. 맙소사, 우린 사랑에 빠졌소.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이 가장 깊고, 가장 심오하게.

 

나와 함께 여행해요, 프란체스카. 그건 문제가 안 돼. 우린 사막의 모래 위에서 사랑을 나누고, 몸바사의 발코니에서 브랜디를 마시는 거요. 아라비아의 범선이 돛을 달고 아침의 첫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광경을 보게 될 거요. 나는 당신에게 사자의 나라와 벵골만에 있는 옛 프랑스 도시를 보여 줄 거요. 그곳에는 멋진 옥상 레스토랑이 있고. 산 길을 오르는 기차도 타고, 높은 피레네산맥에서 바스크족이 운영하는 작은 여인숙에도 들릅시다. 호랑이 원산지인 남인도에는 커다란 호수 한가운데에 섬이 있소. 그 섬에는 아주 특별한 장소가 있지. 당신이 길 따라 바람 따라 떠도는 여행을 싫어한다면, 어딘가에 개업을 하겠소. 그 지방의 풍물 사진을 찍거나 인물 사진을 찍거나 무슨 일이든 해서 우리가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소."

 

 

프란체스카의 아이들 마이클과 캐롤린은 어머니가 사망한 후에 그녀의 물건을 정리하던 중 리처드와 프란체스카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어머니는 로버트 킨케이드라는 남자를 사랑했어. 그는 사진작가였지. 우리 모두 다리 이야기가 나온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봤야 했던 게 기억나? 이곳의 다리 사진을 찍은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었어. 그 당시에 아이들이 떠들어댔던 이야기가 생각나.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이상한 차림의 남자에 대해 모두들 수군거렸지."
 

 

프란체스카는 자신이 죽고 난 뒤 충격적인 많은 것을 알게 될 아이들을 위해 편지를 남겨놓기도 했다.

 

 

"(...) 이해해 주렴. 난 너희들의 아버지 또한 사랑했다는 것을. 열광적인 그런 사랑은 비록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때도 그걸 알았고, 지금도 그걸 알고 있단다. 그이는 애게 잘해 주었고, 내게는 보석 같은 너희를 주었지. 그 점을 잊지 말아라.

 

(...) 너희 아버지와 너희 둘이 아니었다면, 나는 곧장 어디든 그와 함께 떠났을 거야. 그는 내게 가자고 부탁했지. 거의 간청하다시피 했단다. 하지만 나는 그러려고 하지 않았고, 그는 너무나 민감했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스타일이어서, 그 후로는 우리 생활에 끼어들 수가 없었지.

 

모순은 이런 점이야. 만일 로버트 킨케이드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오랜 세월을 농촌에 머무를 수 있었을 것 같지가 않구나. 나흘 동안, 그는 내게 인생을, 우주를 주었고, 조간난 내 부분들을 온전한 하나로 만들어 주었어. 나는 한 순간도 그에 대한 생각을 멈춘 적이 없단다. 그는 내 인식 속에 있지 않을 때도, 나는 어디선가 그를 느낄 수 있었고,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

 

(...) 로버트 킨케이드는 대부분의, 아니 모든 여자가 경험하지 못할 방식으로 내게 가르쳐 주었어. 여자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그는 멋지고 따스한 사랑이었고, 분명히 너희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다. 너희가 그에게 존경과 사랑을 다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는 나를 통해, 그 사람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너희에게 잘해 주었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을 테지만 크게는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하나는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모습을 이해하는 방향이고, 다른 것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유형이다.

 

개인적으로 둘 다 틀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 그들이 함께 보낸 기간은 고작 나흘이다. 첫 만남으로 강한 이끌림을 느낄 수는 있지만 서로 아는 것(지식)도 없고, 사정도 모르고,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들의 이끌림은 외모와 분위기에서 이어진 것일텐데 그게 평생 가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족들에게 설명하게 하고 싶을 만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신기할 수 있다.

 

반면 이 '나흘'이라는 시간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0보다 100에 가까운 해를 살면서 나흘의 시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컸으면 그 둘은 그 시간을 비밀로 하며 서로를 마음에 두고 있었을지를 낭만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프란체스카가 지켜야 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멀어져 있던 로버트와 자신보다 가족들을 위한 선택을 해 온 프란체스카의 모습을 두고 말이다.

 

나의 경우에는 그들의 마음이 이해되다가도 혼란스럽지만, 그들을 강하게 이어준 사랑이 얼마나 클지, 서로가 서로에게 준 경험과 마음이 얼마나 클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조금은 궁금하기도 하다.

 

사랑은 나에게 큰 경험을 안겨주는 사람과 하는 것일까,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있고 안정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사람과 하는 것일까에 대한 생각을 잠시 했다. 언제까지고 강력한 자극을 주는 사랑을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지만, 프란체스카가 느껴온 충족되지 않는 공허함을 채워줬다는 점을 본다면 두 사랑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어느 것이 맞다고 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럼에도 둘의 사랑이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적어도 내게는 어려운 것 같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 어디까지 이어지는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에 손가락질 할 마음은 조금도 없다. 그들은 살면서 한 번은 해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사랑을 했을 것이다. 나는 그 형태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고, 단지 그 마음이 궁금할 뿐인 것 같다.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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