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요 속의 쏟아지는 하모니 - 앰브로스 아킨무시리 첫 내한 공연 [공연]

독창적인 재즈의 세계로
글 입력 2024.08.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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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로 실력파 트럼페터의 무대를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회 연속 다운비트 평론가 투표에서 최고의 트럼페터로 선정된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첫 내한 공연을 재즈를 사랑하는 여럿과 함께 즐겼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영광이었다.


“아킨무시리는 그의 연주 활동에서 가장 친밀하고,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 음악을 만들어왔다. 가장 소박한 연주에서도, 아킨무시리의 트럼펫은 위험하도록 부드럽게 느껴진다”라고 뉴욕 타임즈는 평론한다. 그는 1982년생으로 2007년에 델로니오스 몽크 국제 트럼펫 경연과 카민 카루소 국제 트럼펫 솔로 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한 이후, “블루노트”에서 데뷔 음반을 발매하며 트럼펫 연주자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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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첫 내한공연에서는 트럼페터인 앰브로스 아킨무시리를 비롯한 샘 해리스(피아노), 하리시 라가반(베이스), 저스틴 브라운(드럼)이 쿼텟으로 무대를 선보였다. 2024년 7월 27일 CTS 아트홀에서 진행된 본 공연은 시작 전부터 열기가 무척이나 뜨거웠다.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좌석이 인파로 채워졌으며, 관객들은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연주를 직접 들을 생각에 기대감으로 벅차 있었다.


곧이어 적막이 찾아왔다. 푸른 조명이 무대 한가운데로 비추어지기 시작했고,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바로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였다. 형식적인 인사는 생략된 채 바로 트럼펫 연주가 시작되었다. 피아노와 베이스, 그리고 드럼을 비롯한 4중주가 선율의 빈구석을 채우고 무대를 풍부하게 채워 놓았다.

 

불규칙 속의 규칙성. 그것은 재즈 연주를 제대로 처음 접한 이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첫 번째 생각이었다. 피아노가 음악의 틀이 되는 음을 쌓아 놓으면 트럼펫은 그 음악의 깊이를 더해왔다. 드럼은 음악의 기본적인 박자를 구축하며 속도를 조절했는데, 이때 라이드 옆 심벌에 금속 조형물을 배치하여 소리의 다양성을 키운 것이 인상 깊었다. 기본적인 드럼 스틱 외에도 여러 도구가 소리의 강약 조절과 음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트럼펫은 모든 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적당한 때를 맞추어 자연스럽게 연주에 들어왔다가 사라지는 식이었다.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트럼펫은 어느 순간, 공기처럼 음악에 스며들어 있었다. 드럼 소리가 밤하늘의 별처럼 쏟아져 내리고 트럼펫은 유성우의 꼬리처럼 길어졌다.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숨은 모조리 트럼펫의 음색으로 변형되었는데, 이때 온 힘을 다해 트럼펫을 비틀어 짜는 듯한 기술이 기억에 남는다.


매혹된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 연주였다. 관객석을 채운 적막과 암흑 속에서 무대의 정중앙은 빛으로 가득 채워져 이 세상에 소리밖에 남지 않은 듯한 집중 감을 선사했다. 곧 연주가 끝나고, 박수와 함성으로 공간이 메워졌다. 나 또한 손뼉을 치느라 손에 열감이 올랐다. 2시간이라는 짧고도 긴 순간에 누군가의 환상 속을 탐험하고 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현실로 돌아오자, 심장의 쿵쾅거림이 비로소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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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음악임에도 사람마다 다가오는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다. 리듬과 선율로 흘러 들어오는 음악은 잊고 지냈던 과거의 경험과 감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공연을 보고 머릿속을 잠식했던 이미지는 예전, 가족들과 떨어지는 유성우를 보러 도시의 빛이 통하지 않는 산골짜기로 차를 타고 갔던 한 장면이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화제가 된 별의 축제를 직접 눈으로 관찰하기 위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창밖에 머리를 뺀 채로 밤하늘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예상과 달리, 하늘에 촘촘하게 박혀있던 수많은 별을 제외하면 유성우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지쳐 포기하려는 찰나, 유성우가 까맣게 물들어 있던 시야를 스치듯이 지나갔다. 이 유성우가 정말로 두 시간 동안 기다린 나에게 내려진 선물인지, 아니면 그저 같은 곳을 계속 보아서 시각과 뇌가 만들어낸 착란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오래전의 기억이 불현듯이 떠오르는 무대였다. 고요 속의 쏟아지는 하모니. 이 것이 연주를 감상하고 나서 며칠 동안 무대를 곱씹어 보자 마지막까지 뇌리에 남겨진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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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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