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측할 수 없는 파도의 재즈 – 앰브로스 아킨무시리 첫 내한공연

글 입력 2024.08.0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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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독특함과 창의성으로 재즈의 흥미를 끌어내는 작곡가이자 트럼페터인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첫 내한공연이 지난주 토요일 서울 CTS 아트홀에서 펼쳐졌다.

 

그는 400여 명의 재즈 언론인이 멤버로 있는 재즈 저널리스트 협회(Jazz Journalist Association)가 선정한 올해의 트럼페터로서 폭넓은 트럼펫 연주를 자랑한다. 그 외에도 저명한 재즈 전문 잡지의 평론가 투표에서 올해의 아티스트로 8년 연속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로 선정되는 등 예술성과 음악성 모두 인정받고 있는 재즈 아티스트이다.


재즈라고는 그저 감상만 할 줄 아는 내가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첫 내한공연 순간에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글을 쓸 때 종종 누군가가 맛 좋게 선곡한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어느 길목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재즈에 잠시 고개를 돌려본다. 그 정도로 재즈는 나의 일상에 스며들어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영역이다. 그렇기에 즐기고 오자는 마음이 컸다. 명화 앞에서 갖가지 도상을 해석하려는 것이 아닌 그저 나와 연결해보는 시도. 좋아하지만 문외한이기에 더욱 발견될 무엇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어둠 속 조명 아래, 드럼 ‘저스틴 브라운’, 베이스 ‘하리시 라가반’, 피아노 ‘샘 해리스’, 그리고 트럼펫 ‘앰브로스 아킨무시리’ 이 네 명의 아티스트가 등장해 첫 연주를 펼쳤다. 그리고 일순 나에게는 난해함이 밀려왔다. 강렬한 드럼과 리드미컬한 피아노, 울리는 베이스, 거친 트럼펫. ‘내가 주로 듣던 재즈의 느낌이 아닌데?’가 첫 감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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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공연은 한 마디로 ‘예측 불가’다.


공연 포스터에는 작성된 셋리스트가 없고, 그로 인해 관객은 고정된 것 없이 기대를 한 아름 안고 공연을 감상하게 된다. 해당 공연의 셋리스트에 대한 질문에 앰브로스 아킨무시리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이 그룹과 함께라면 사전에 미리 정해놓지 않는다.” 이처럼 그와 밴드 멤버들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합을 맞춰온 100여 개의 곡을 통해 공연을 이어간다.


그들이 선사하는 재즈 또한 예측할 수 없이 흘러갔다. 앞서 내가 느낀 난해함은 날 것과도 같은 재즈를 처음 경험한 순간의 감정이었다. 슬로우 재즈만 들어봤던 나였기에 거칠고 휘몰아치는 재즈는 내 안에 있던 재즈 장르의 어떠한 벽을 허무는 듯했다.


그 들이닥침이 좋았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재즈의 영역에 가닿은 것만 같은 느낌.


그렇게 예측 불가한 연주에 몸을 싣고 감상하니 머릿속으로 한 풍경을 떨칠 수 없게 되었다.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공연은 전체적으로 밤바다의 파도가 생각나는 재즈였다. 트럼펫, 피아노, 베이스, 드럼 이 네 악기는 모래알과 파도가 되어 서로 부딪히고 강렬한 소리를 낸다. 그러다가도 부드럽게 모래알을 쓸고 가는 파도가 되기도 한다. 밤에는 저 멀리 다가오는 파도의 크기를 알지 못한다. 어떠한 파도가 내게 도달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그들의 연주는 밤바다의 파도와도 같다.


바다에는 다양한 형태의 파도가 있다. 바람에 따라 잔잔하게 흐르기도 하고, 거센 파도가 덮쳐오기도 한다.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공연도 여러 형태의 파도를 보여주듯 굴곡이 있다. 강한 기세로 몰아붙이다가도 부드럽게 흐르는 파도의 재즈. 오늘도 어디선가 파도 같은 재즈가 흐르고 있을지 모른다.

 

새롭고 강렬한 재즈 경험을 하고 싶다면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연주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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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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