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유로이 횡단하는 노트부터 심장이 내지르는 함성까지 - 앰브로스 아킨무시리 첫 내한공연

글 입력 2024.08.0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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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jpg

 

 

재즈를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자주 들으면서도 재즈 공연을 보러 간 적은 많이 없었는데, 이번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첫 내한 공연을 놓치면 반드시 후회하리라는 확신은 있었다. 그래서 축축한 장마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았던 어느 여름날, 근 2년 만에 재즈 공연을 보러 갔다.


앰브로스 아킨무시리는 독자적인 음악성과 대담한 시도로 현시대의 재즈 평론가와 뉴욕 타임스, NPR 등 언론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트럼펫 연주자로, 유명 재즈 저널 다운비트에서 평론가 투표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회 연속으로 최고의 트럼페터로 선정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내한 공연에 함께한 멤버는 피아니스트 샘 해리스, 베이시스트 하리시 라가반, 드러머 저스틴 브라운으로, 모두 미국 재즈씬에서 뛰어난 역량을 자랑하는 연주자다.

 

샘 해리스는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와 멜리사 알다나의 음반으로 그래미상 수상 후보에 올랐으며, 하리시 라가반은 2009년 델로니어스 몽크 재즈 베이스 컴페티션의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됐다. 마지막으로, 저스틴 브라운은 케니 개럿, 플라잉 로터스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Ambrose-Akinmusire-Photo-by-Michael-Wilson_1.jpg

 

  

많은 기대와 설렘을 안고 마음이 붕 떠 있던 차에, 파란 조명이 켜졌다.

 

앰브로스 아킨무시리가 저벅저벅 걸어 나왔다.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그는 별다른 소개 멘트 없이 바로 트럼펫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트럼펫 소리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다가 귀에 꽂혔다. 정제되지 않아 무척이나 폭발적이면서도 깔끔한 소리. 매섭게 질주하다가도 어느 순간 실험적인 주법으로 꺼진 불빛 아래의 매캐한 연기처럼 조용히 흐르기도 했다.


트럼펫의 독주로 시작해서 곡이 바뀌기를 여러 번, 곡마다 눈에 띄는 연주자가 달라졌다. 어떤 곡에서는 드럼의 현란한 테크닉이 돋보였고, 또 다른 곡에서 묵직하게 독주를 지속하던 베이스에 시선이 갔다. 부드럽게 흘러가는 피아노는 조용한 존재감으로 그 자리를 빛냈다. 특히 베이스는 저마다 개성이 강한 트럼펫, 드럼, 피아노를 유연하게 묶으며 무던히 현을 퉁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네 명의 아티스트 모두 고도의 집중력으로 현장에 몰입했다. 괜히 10년 넘게 호흡을 맞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정해둔 셋리스트도, 중간 멘트도 없이 연주로만 꽉 채운 두 시간은 담백하면서도 진한 풍성함이 있었다.


앰브로스 아킨무시리는 이번 공연의 셋리스트를 놓고, 그날 청중의 반응을 보고 정해진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처음 들은 곡이 많아 공연의 이미지를 하나로 표현하기는 어려웠지만 음에 대한 인상은 강렬하게 남았다.

 

공연이 끝난 당일, CTS 아트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의 연주를 보고 왔다는 생각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고, 우아하면서도 저돌적인 트럼펫 소리, 자유로이 횡단하는 그 노트가 심장으로 쏟아지는 순간이 너무나도 짜릿했다.

 

재즈는 언제나 옳다.

 

 

[이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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