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yrinth] 한없이 넓은 들판을 걷는 일 - 공간에 대하여

끝없는 낯선 장소 속의 불안에 대하여
글 입력 2024.08.0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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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들판이나, 숲을 달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바다보다는 인공 호수가, 숲보다는 빌딩이 익숙한 도시에서는 비교적 어려운 얘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처럼 저에게 낯선 공간으로 비추어지는 [들판]을 그림의 소재로 삼아 작업을 진행해보았습니다. 낯선 공간은 설레임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을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공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어떻게 행위하는지는 오로지 '나'라는 주체의 행위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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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주로 생활해온 저로서는 자연이라는 대상은 조금은 불편하고 낯설지만, 동시에 최종적으로는 다가가고 싶어하는 복합적인 정서를 가진 공간입니다. 그 복합적인 정서를 작업으로 드러내고자, 낯선 곳을 탐색할 때, 혹은 약해진 몸을 지탱하는 데에 사용하는 나무 지팡이를 함께 그려 넣었습니다. 저에게는 목동이 주로 사용하는, 자연과 맞닿은 이들이 쓰는 물건이라는 이미지 또한 가지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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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과정입니다. 제게 맞는 작업 방식을 한창 찾아가던 시기였기에, 조금은 정신 없는 과정으로 느껴져 부끄럽기도 하네요. 손이 가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그렸던 작업이기에, 구도가 유독 불안정한 느낌을 줍니다. 인물이 늘 정 가운데에 위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손이나 정물의 위치 등을 적당히 생각해두고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첨언합니다. 작업 후반부에 갈수록 고치기 힘들어지니, 초기 과정에서 고칠 수 있는 부분은 고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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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게, 여러 번 덧그리는 방식을 선호하기에 아크릴 물감에 물을 굉장히 많이 타서 채색을 진행한 초기 과정입니다. 피부색을 칠한다고 꼭 처음부터 '피부' 라고 했을 때 연상되는 색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마지막에 나의 그림이 어떤 분위기면 좋겠는지를 항상 유념해두고, 그 분위기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애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이 질문에 대해 굉장히 고민이 많았는데, 이 작업의 경우에는 서정적이고도 평온함이 느껴지도록 그림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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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과정에서 조금 다듬은 모습입니다. 자연스러운 느낌은 조금 사라졌지만, 형태가 정리되고 인물의 느낌이 확실히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인물의 형태를 조금 날카롭게 다듬고, 피부 위로도 여러 번 물감을 덧칠해 밀도를 높였지만 본래 그림에 있어 완성의 기준은 스스로 정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만들어내고자 하는 그림이 어떤 느낌에 가까운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과정에서 붓질을 멈추고 그림을 거시적으로 들여다 보아야 할지를 꾸준히 고민하며 그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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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未知) - 들판>, 2024, 캔버스에 아크릴, 116 x 80 cm

 

 

최종적인 완성작입니다.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자세나 옷, 구도 등을 조금씩 수정하여 그렸기에 비교적 많은 시간을 헤매며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그림을 완성했을 때, 조금은 후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소 엉성하게 보이는 부분이 많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고, 그것을 다시 매력적으로 승화해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며 완성한 작업이기에 그랬던 듯합니다. 지구력이 짧고, 쉽게 흥미가 떨어지는 성미를 가졌기에 늘 그림 한 장을 완성하는 일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에도 그림 한 장을 완성이라는 생각이 드는 단계까지 온전히 끌어내는 과정은, 단순한 뿌듯함을 넘어서, 그림 한 장에 담아내고 싶은 나의 가치와 태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고 봅니다.

 

날이 굉장히 습고 덥한 요즘입니다. 그림 한 장을 즐겁게 완성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스스로와 세상에 대해 돌아보는 경험을 하는 주말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요?

 

 

[윤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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