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MoMA에서 부패하는 생선 냄새가 났다.[미술/전시]

글 입력 2024.08.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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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은 1964년 영월 출생으로, 87년 홍대 조소과를 졸업하면서 그룹 ’뮤지엄’을 시작으로, 퍼포먼스, 설치 작업 등 다양한 영역의 활동을 보이고 있다.

 

이불의 대표작은 초기 퍼포먼스 작업들과 <장엄한 광채>, 그리고 <사이보그>와 <몬스터> 시리즈 등이 있다. 작가는 초기 퍼포먼스를 통해 정형화된 여성 이미지를 비판하는 작업을 진행하였고 이후 <사이보그>, <몬스터> 시리즈로 이어지는 작업은 인간, 괴물, 기계의 영역을 넘나들며 젠더와 인종 등 경계를 해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중 이불의 초기 퍼포먼스를 알아보고자 한다.


2021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한 ⟪이불: 시작⟫전에서 이불의 퍼포먼스를 포함하는 초기 작품을 조명했다. 이불의 퍼포먼스는 사회, 정치적 발언의 표상이며 그의 발언은 아직도 유효하기에 최근에도 이불의 작품이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불은 인터뷰에서 “몸은 모든 사회, 역사, 문명과 문화의 사이트로서 발언하기 가장 좋은 대상”이라고 하며, 기존의 의식 체계를 비틀 때 발생하는 불편한 감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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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유감- 당신은 내가 소풍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알아?>(1990)은 김포공항 - 나리타공항 - 도쿄 도심을 돌아다니는 퍼포먼스로, 행인의 다양한 반응을 유도한 작업이다.


이에 미술사학자 김형미는 “몸은 약하고 상처입기 쉬운 불안한 주체이자 객체로, 작가는 안전지대인 전시장을 나와 더 위태로운 환경, 현실공간으로 자신을 내몰았다.”고 보며, 그 과정에서 괴물같은 몸이 받는 시선과 수난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아토일렛.jpg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기존의 여성성을 패러디를 통해 전복하고자 한 작품으로 <아토일렛 Ⅱ>(1990)는 방독면과 족두리를 쓴 임산부의 모습으로 부채춤을 추거나 웨딩드레스를 입고 뒤처리를 하는 퍼포먼스가 있다.


복부와 둔부를 과장한 바디수트는 들라크루아와 앵그르의 여성 누드같은, 성적 판타지 대상인 고전적 여성 이미지를 패러디하고, 방독면은 한국인의 근저에 지속되는 경계와 이데올로기를 표상하며, 부채춤을 추는 장면은 ‘신화화’된 전통의 사회적 맥락을 드러내고 있다.

 

 

장엄한 광채.jpg

 

 

이불은 이러한 방식을 더 간접적으로 발전시켜 <장엄한 광채>(1991/1997)를 선보인다. 장엄한 광채는 날생선을 구슬과 시퀸으로 장식하여, 전시기간동안 부패하게 방치하는 작업이다.


미술사학자 김홍희는 “도미가 여성순결을 강요하는 사회적 억압의 표상이며, 비즈와 시퀸은 작가의 유년시절에 경험한 여성 노동력과 임금 문제를 상징하는 기표들”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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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모마에서, 전시 직전 이 작품은 냄새로 인해 철거되었다. 이 사건은 이불의 작업이 나타내는 기의를 더 분명하게 한다.

 

냄새, 후각은 모더니즘 미학의 전통에서 배제되었던 것들로, 이불은 작품의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후각적 요소를 모더니즘의 공간, 순수성에 개입시키며, 서구 근대의 시각중심주의를 드러낸다. 이러한 이불의 작업은 기존의 권위, 시각성, 정형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패러디하여 기존의 구조들와 경계를 허물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더운 여름날 부패하는 것들에서 풍기는 냄새로 코를 찡그리게 될 때, 그 냄새가 나의 영역을 침범하며 우리 주변의 경계를 흐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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