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선 넘은 연극을 통해 미술을 관람하다 [미술/전시]

연극과 미술의 협업인가, 연극에 대한 도구적 이용인가
글 입력 2024.08.0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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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관객과 배우 사이의 ‘제4의 벽’이 없는 소위 선 넘은 연극이 새로운 미술의 관람 형태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Interactive Theater’ 혹은 ‘참여형 연극’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연극은 박물관 미술 작품을 관람하는 또 다른 형식으로 사용된다.

 

루브르 박물관은 2023년에 처음으로 미술관 전시장 내부에서 연극을 진행했다. 이름은 <나폴리의 유령>으로 당시 박물관에서 진행하던 나폴리 특별전에 맞춘 창작극이었다.

 

연극을 위해 루브르 박물관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는 Grand Galerie du Louvre와 본래 방문자들에게 개방되지 않는 Cour Lefuel을 연극의 배경으로 사용했다. 각각 1부, 2부의 배경 공간으로 Grand Galerie du Louvre에서 진행된 1부 연극의 형태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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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Galerie du Louvre

 

             

 

연극의 1부는 기존의 연극들처럼 무대의 위치, 관람객과의 거리가 정해져 있지 않다. 무대는 Grand Galeire 대부분이며 관람객들은 이동하면서 연기하는 배우들을 관람할 수 있다. 배우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도, 심지어는 말을 걸 수도 있다. 그 때문에 관객들은 이 연극을 하나의 세계관처럼 느끼며 강한 몰입감을 느낀다.

 

특히, 루브르의 연극은 몰입형 연극을 무대 밖으로 끌어냈다. 기존에도 이미 몰입형 연극은 다수 진행되고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블랙박스형 연극 무대에서 열렸다. 하지만, 루브르 박물관은 몰입형 연극을 미술관으로 불러들였다. 그럼으로써, 관람객들은 해당 전시관의 미술 작품들을 관람하며 관련된 스토리의 몰입형 연극을 보게 되는 것이다.

 

몰입형 연극의 장소적 탈피는 미술품 전시의 새로운 형태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성행하고 있지 않지만, 루브르와 같은 해외 유수의 박물관들은 몰입형 전시의 형태로 연극을 미술관으로 부르고 있다. 이는 관람객들이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미술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며, 연극과 미술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협업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무대가 아닌 미술관을 배경 삼는 것은 연극 연출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이전에는 제한된 무대에서 설치된 연극 장치만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개방된 공간에서 유수의 미술품들을 배경의 장치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유의미한 변화이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연극이 과연 순수한 예술 향유에 도움이 되는가는 의문이다. 미술품 관람이라는 목적을 위해 연극이라는 장치가 사용되는 것뿐이며, 관객의 개입이 많은 무대가 수준 높은 배우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연극을 도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연극 애호가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연극을 통해 미술을 관람하는 것은 미술관에서의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두 예술의 만남을 즐거운 마음으로 그리고 동시에 어디까지 예술의 도구적 활용이 허용되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예술 애호가들의 고민이 아닐까.

 

선 넘은 연극을 통해 미술을 관람하다, 우리는 미술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었다.

 

 

[김은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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