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진정 나를 위한게 무엇일까 - 인사이드 아웃 2 [영화]

글 입력 2024.08.05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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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사진.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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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에는 영화의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많은 관객을 웃기고, 울렸던 라일리의 일상이 9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영화 속 세계에서는 2년 정도가 지나, 피할 수 없는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라일리 역시 겪게 된다. 감정본부에는 불안, 당황, 따분, 부럽, 이 4인방이 새로 등장하는데, 사실상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불안’이라고 볼 수 있겠다.


‘불안’이는 이름 그대로 항상 불안해 보였다. 무언가를 쉬지 않고 분주히 하고 있었지만, 하나도 편해 보이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예상되는 나쁜 결과를 대비하고자 노력한 거겠지만, 과도한 불안감은 결국 라일리를 갉아먹었다.

 

절친이었던 그레이스와 브리가 다른 고등학교로 배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라일리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교우관계는 사춘기 아이에게 예민한 주제다. 학교에서는 팀 활동을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친한 친구가 없다면 같이 할 친구를 구할 때 난처한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어떤 무리에 속해있다는 소속감에서 안정감을 느끼곤 한다. 심지어 그 무리의 구성원을 따져보며, 학급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고 싶은 욕망에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던 요소일지라도, 대다수의 사람이 추구하는 것일 때, 그리고 그 기준에서 멀어졌을 때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감은 필연적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을 속에서 라일리는 하키 캠프로 향한다. 그러다가 새로운 친구를 사귈 완벽한 기회를 맞이한다. 자신의 우상이었던 하키팀 파이어 호크스 주장, 벨 오티즈를 만나게 된 것이다. 캠프에서 라일리의 목표는 '벨과 친해지는 것'과 '파이어 호크스 입단'으로 명확하게 정해진다.

 

그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서 라일리는 부단히 노력한다. 벨의 무리와 친해지기 위해서 취향까지 속여가며 점점 자신을 잃어갔으며, 호크스 입단을 위해서는 무리한 연습을 강행했다. 심지어, 코치 선생님의 노트를 몰래 훔쳐보기도 한다.

 

점점 무너져가고 있는 라일리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모든 감정들은 힘을 합쳐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 여러 일들을 했지만, 나는 불안이가 멈춰야겠다고 자각한 것, 즉 라일리가 불안한 심리 상태에서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이 변화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불안이의 불안함.jpg

 

 

불안이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하지만, 모든 것은 라일리를 위한 일이니 괜찮다고 합리화하며, 계기판을 신나게 조종한다. 모든 감정이 각자의 주관은 다르지만, 결국 모두 라일리를 위한다는 사실은 나를 포함한 많은 관객이 좋아하는 포인트기도 하지만, 동시에 동기만으로 행동이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점을 경고한다.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 눈앞의 무섭고 불안한 감정에 휘말려 순간만 모면하지 말고, 냉정하게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은지 따져보아야 한다.


라일리가 코치 선생님의 수첩을 훔쳐본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그 행동은 입단에 대한 불확실성, 이로 인한 불안감, 선생님의 평가에 대해 알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라일리는 몰래 선생님의 방에 들어가 수첩을 펼쳐본다. 이제 당장의 궁금증은 해소됐지만, 이게 옳은 판단이었을까?

 

아니다. 라일리는 남의 방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 개인적인 물건까지 건드렸다. 코치 선생님께 상담과 피드백 요청을 통해 객관적인 평가도 듣고, 어느 정도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있었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눈물을 흘렸을 만큼 라일리 본인이 무거운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지만, 개인의 감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 판단이었다.

 

 

계기판조정 인사이드아웃2.jpeg

 

 

감정 컨트롤 본부에는 여러 계기판이 있는 만큼, 다양한 인재들에게 내 마음을 맡겨 이처럼 누구 하나가 기울어진 판단을 내리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물론, 사람이 항상 이성적일 수는 없다. 이 영화에서도 초반에는 감정들이 실랑이를 벌이며 공동으로 계기판을 조율하는 등, 단계적 사고 끝에 행동으로 옮기는 라일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라일리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통제가 불가능한 심리 상태까지 이른 것이다. 이는 결국에 유일한 결정권자인 불안이 마저 계기판 조정 중 패닉 상태에 빠지게 만든다.


이처럼, 우리가 불안함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기 전에 예방할 수는 있다. 불안한 감정이 밀려올 때 스스로를 달래는 것이다. 다독인 이후에는 불안한 원인을 따져보고, 내가 대비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능한 선에서 내가 예측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책을 세워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안이 크고 무섭도록 빨리 밀려와 판단이 흐려질 것 같다면, 한 가지만 되뇌어 보자.

 

"이 결정이 진정 나를 위한 것인가."

 

내가 나를 사랑한다면, 때로는 힘들고 무서운 것도 견뎌내며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불안은 더 행복해지고 싶어 따라오는 감정이다.


소중한 나를 위해서.

 

 

[원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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