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 [드라마]

글 입력 2024.08.05 19:2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우리의 삶은 끝이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우리의 인생은 해피엔딩일 것이라고. 우리 삶의 엔딩은 ‘죽음’인데 왜 ‘해피엔딩’이라고 하는 것일까?

 


[포맷변환][크기변환]화면 캡처 2024-08-05 193224.jpg

 

 

미수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완치된 줄 알았던 뇌종양이 재발해서 앞으로의 시간은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에 가고, 교수라는 직업을 얻고, 탄탄대로였던 미수의 인생길에서 미수는 낭떠러지를 향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허망하고 그동안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았을까.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산 것일까. 생각이 많아지고 머리가 복잡했다. 이런 미수의 삶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인생은 아름답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죽을 날을 받아놓은 미수의 인생이건만.. 도대체 왜 인생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일까?

 

 

 

내가.. 너 잘 보내줄게. 그러니까 나랑 놀다 가라, 응??


 

죽을 날을 받아놓고 자신의 장례식을 치러줄 사람들을 찾으러 다니던 미수의 인생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동수. 고등학교 시절 미수에게 첫눈에 반해 미수가 다니는 학교에 전학까지 온 남자였다. 미수와 달리 중졸에 남들이 보기엔 보잘것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동수. 미수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그 남자는 미수를 다시 만난 그날 미수가 시한부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 사실을 알고도 미수를 따라다닌다. 좋아하니까.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알고도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동수의 진심에 미수는 점점 마음을 연다. 그리고 둘은 사랑을 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 이 감정에 충실하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어느 날 동수는 미수 앞에서 쓰러지게 된다. 과거 심장이 고장이나 이식수술을 받았지만 다시 이식수술을 받지 않으면 동수도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수는 알게 되었다. 미수는 당장 이식수술 명단에 이름을 올리라고 했지만 동수는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뺏고 싶지 않았기에. 그리고 미수와 함께 눈을 감기 위해.

 

미수는 결심한다. 과거의 미수는 장기기증을 한다는 같은 병실 친구의 말에 분노하며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수는 이제 하나도 두렵지 않다. 아무런 대가 없이 나를 좋아해 주는 그를 위해, 나와 함께 눈을 감고자 하는 그를 위해 그녀는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된다. 그리곤 기도한다. 나의 심장보다 머리가 먼저 멈추기를.


함께 죽을 날을 선고받았지만 자신과 다르게 죽음 전까지 후회 없이 사랑하고, 후회 없이 씩씩하게 살고자 하는 동수를 보며 미수는 결심한다. 나의 삶의 마지막이 아름답게 마무리되기를. 내 삶의 엔딩이 ‘나의 인생은 아름다웠습니다’로 끝나기를. 동수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미수는 아름다운 삶의 엔딩을 위해 장례식을 열기로 한다. 판타스틱하게. 

 

 

[포맷변환][크기변환]화면 캡처 2024-08-05 193330.jpg

 

 

 

‘그냥 미리 하자 내 장례식’


 

‘장례식은, 주인공이 참석하지 않는 유일한 행사잖아.’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 미안했던 사람들, 용서하고 싶은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모인 미수의 장례식. 어쩌면 인생에 있어 가장 슬픈 행사에 미수는 가장 환한 미소를 짓는다. 미수를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고마워하며 미수는 인생에서 가장 판타스틱 한순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동수에게 말한다. 사랑한다고.


시간이 지나 미수는 기도한 대로 심장보다 머리가 더 먼저 멈추게 된다. 그리고 동수는 미수의 심장으로 새로운 삶을 얻게 된다. 동수는 가슴속에 항상 미수를 품은 채 열심히 살아간다.

 


[포맷변환][크기변환]화면 캡처 2024-08-05 193244.jpg

 

 

나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매우 힘든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이뤄온 것들, 애쓰던 것들, 사랑하는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 미운 사람들 등등..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되는 것이 죽음이다. 죽음 앞에 즐거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허망한 인생의 엔딩은 죽음이지만 그럼에도 삶이 아름답다고 외치는 이유를 이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되었다. 눈을 감는 그 순간 나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기억들, 사람들, 추억들 등이 떠오른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은 아름다웠다고 기억되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난 이상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을 맞이하면 장례식을 치른다. 하지만 장례식은 유일하게 내가 참여하지 않는 행사이다. 드라마 속 미리 하는 장례식에서 미수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미수의 곁에는 아름다운 사람들만 있었다. 그들과 함께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고마움을 나누고, 사랑을 표현하며 내 인생은 판타스틱했다고 말한다. 인간은 미리 하는 장례식을 받아들일 만큼 단단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이 드라마처럼 미리 하는 장례식을 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우리 인생이 허망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생의 끝에서 소중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아름다웠던 기억들이 무엇이었는지, 그것들이 나에게 남아줘서 감사하기에 우리의 인생은 결국 해피엔딩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되는 것이다.

 

 

[고다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