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매혹적인 명화의 세계 - 무서운 그림들

기묘하고 아름다운 명화 속 이야기
글 입력 2024.08.07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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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그림들_평면표지.jpg

 

 

["사실, 대가들이 남긴 어딘가 섬뜩하게 느껴지는 그림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그림들을 한 꺼풀 벗겨보면, 그 안에선 뜻밖의 세상이 열리곤 합니다. 절박한 사랑의 순간과 삶에 대한 자세, 한 번 알면 잊을 수 없는 충격적인 신화와 역사,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싶은 기상천외한 상상과 환상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알고 보면 당장 우리 삶에 포갤 수 있는 철학, 인문과 역사 등 교양을 가장 '강렬한 경험'으로 다질 수 있는 교과서가 '무서운 그림'입니다."] (p.6)

 

도서 <무서운 그림들>은 아름다우면서도 기괴하고 신비로운 그림들을 소개한다. 단순히 공포라는 감정을 넘어서 강렬하게 기억될 수 있는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삶과 죽음, 환상과 현실, 잔혹과 슬픔, 신비와 비밀을 다룬다.


생의 소중함과 죽음의 처연함을 표현한 그림들을 담은 1장 '삶과 죽음 사이'에선 제임스 휘슬러의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의 표지이기도 한 <흰색 교향곡 1번 : 하얀 소녀>는 순백의 원피스를 입은 모델 히피넌을 담은 그림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눈부신 흰색을 캔버스에 담기 위해 휘슬러는 아낌없이 연백색 안료를 펴 발랐다.

 

하지만 이 안료의 원재료는 인체에 해로운 납이었다. 연인의 찬란한 모습을 담아냈던 그림이 오히려 자신에게는 독이 되었다니. 삶이란 참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책에 소개된 제임스 휘슬러의 작품들은 너무 아름다워 허탈하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4장 '신비와 비밀 사이'의 오딜롱 르동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뇌전증으로 인해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살며 어둠이 익숙했던 소년. 부모의 사랑을 그리워하던 병약한 아이에게 유일한 유희는 상상력 뿐이었다. 검은색으로 선을 긋고 명암을 표현하면서 현실의 아픔을 잠시 잊었던 르동은 어딘가 섬뜩하면서도 기묘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하늘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얼굴. 어딘가 기괴하고 공포스럽기까지 하지만 르동의 세계에서 이 얼굴은 물의 수호신이다. 거대한 눈알이 마치 애드벌룬처럼 날아가기도 하고, 눈코입이 제 위치에 있지 않은 괴물들도 르동의 세계 속 주인공이 된다. 신화 속 홀대받는 어느 외눈박이 괴물의 모습은 그를 닮았기도 하다. 외롭고 쓸쓸했던 자신의 과거를 그는 그림으로 승화시켰다.


하지만 르동의 세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말년의 르동은 꽃 그리기에 열중했다. 각자의 빛깔을 뿜어내며 저마다의 생명력을 자랑하는 꽃들. 책의 지면으로만 봐도 꽃들의 선명함과 찬란함이 느껴진다. 알록달록한 빛깔들은 검은 그림자 속에 오랫동안 감춰져있던 것이 아닐까.

 

눈부시게 빛나는 그림 속 꽃들을 바라보니 그가 과거의 아픔과 고통을 끝내고 행복하기를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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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딜롱 그롱, <흰 꽃병과 꽃>

 

 

<무서운 그림들>은 명화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명화 밖의 화가와 시대적 배경까지 엮어서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글로 읽는 경험을 선사한다.

 

단순한 그림 정보가 아닌 그림 속에 담긴 종교와 신화, 고전까지 만나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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