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 다음 이별, 그리고 다시 사랑 - 쉘부르의 우산 [영화]

글 입력 2024.08.0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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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 <쉘부르의 우산>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협의 작은 항구도시 쉘부르, 어머니의 우산가게 일을 돕는 ‘쥬느비에브’와 자동차 수리공 ‘기’는 작은 사랑에 빠진다. 팍팍한 현실과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어린 연인들.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의 군 입대로 둘은 원치 않은 이별을 하게 되는데...
 

 

자크 데미 감독의 <쉘부르의 우산>은 1965년도 작품으로 알제리 전쟁이 한창이었던 1957년 프랑스 노르망디에 있는 작은 항구도시 쉘부르를 배경으로 하는 쥬느비에브와 기의 비운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자크 데미 감독은 낭만 3부작이라고 불리는 <롤라>, <쉘부르의 우산>, <로슈포르의 숙녀들>을 만든 이로 유명한데, 이 세 작품은 일부 배우와 등장인물, 흐름이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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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쉘부르의 우산>에서 쥬느비에브와 결혼하는 카사흐는 이 영화의 전작 <롤라>에 등장해 롤라의 사랑을 얻지 못한 인물로, 쥬느비에브에게 구애하는 과정에서 그의 사랑 이야기가 간단하게 나오기도 한다.

 

 

 

노래, 그리고 뮤지컬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계기는 OST CD였다. 제작자의 의도를 가지고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 세트리스트를 듣는 것을 좋아하기에 CD를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중고 음반샵에서 <쉘부르의 우산> OST CD를 발견하게 되었다. 음악에 대한 조예가 그리 깊지 않았지만, 옛 시대의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오케스트라 음악과 묘하게 비탄스러운 감정을 드러내는 메인 곡이 마음에 쏙 들었기에 주체인 영화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쉘부르의 우산>은 특이하게도 영화의 모든 소리 요소가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물의 대사 하나하나마저도 가사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적인 요소이다. 이런 구성은 영화가 마치 하나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주는데, 실제로 영화 중간에 스토리와 시간이 변화할 때 ‘장’의 전환을 표시하여 극을 보는듯한 느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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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의 오마주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유명한 영화 <라라랜드>가 떠오르게 된다. 앞서 말한 뮤지컬을 구성하는 듯한 음악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스토리 전개 또한 유사한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바로 <쉘부르의 우산>이 <라라랜드>에 큰 영향을 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오마주라고 할 수 있는 이 기법은 음악 이외에도 영화의 색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쉘부르의 우산>의 또 다른 특징으로 감각적인 원색을 이야기할 수 있다. 영화감독 자크 데미는 영상미를 잘 표현해내기로 유명한 감독인데, 이러한 그의 강점은 영화 곳곳에서 잘 드러난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볼 수 있는 우산의 움직임, 장면 곳곳에서 보이는 거리의 모습과 가게의 모습 모두 화려한 원색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집 내부의 식사 장면에서의 사물 배치는 일종의 회화 그림을 보는 착각이 들게 해준다. 영화 <라라랜드> 또한 이러한 원색을 잘 사용하기로 유명한 영화로 우산, 인물들의 의상 등에서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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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엔딩 장면에서 둘의 유사함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세세한 전개 과정은 다르겠지만, 결국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고 각자 가정을 꾸린다는 점에서 전개의 비슷함을 찾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엔딩을 완성하기 위해 영화의 모든 요소가 존재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진한 여운을 주는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도시를 떠났던 쥬느비에브가 파리에 가는 도중 잠시 들린 주유소에서 기를 만나게 되고 사무실에서 그때 맺지 못한 관계의 결말을 마무리 짓기 위해 대화를 잠시 나누게 된다. 담배 하나를 필 동안의 짧은 시간에 대화를 끝내고 쥬느비에브는 자신의 남편을 향해 떠나고, 바로 이어 기는 외출한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는 이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마침내 그들의 이야기에 끝이 난 후련함과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이 뒤섞여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들의 연애의 과정을 모두 지켜봤고, 얼마나 열렬했는지 알기에 존재하지 않을 ‘또 다른 해피엔딩’의 미련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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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다음 이별, 그리고 다시 사랑


  

 

“그가 없으면 죽을 것 같았는데, 왜 전 죽지 않았을까요.”

 

- <쉘부르의 우산> 中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장면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시련과 역경을 헤치고 더 단단한 사랑을 이루기도 한다. 그 후, 평생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 사이에서 영화는 다르게 달려나간다.

 

영화가 시작된 시점에서 둘은 이미 사랑에 빠진 상태이다. 그들은 열렬히 사랑하고 있고 부모의 반대에도 물러나지 않고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알제리 전쟁이라는 외부적 요소로 이 둘은 헤어져야만 하는 순간이 오고, 다시 만나길 굳건히 약속하고 기는 떠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쥬느비에브는 기의 아이를 임신하며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기를 기다리지만, 기의 편지가 끊기자 그가 죽었다 생각해 절망에 빠진다.

 

결국, 미혼모의 상황과 기다림에 대한 불안감에 지친 그녀는 자신에게 구애하는 카사흐와 결혼하여 쉘부르를 떠나고,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기에게는 그녀의 결혼 소식과 우산 가게의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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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둘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기는 그녀에게 돌아가기 위해 전쟁에서 노력했고, 쥬느비에브는 굳건하게 그를 기다려보고자 했지만, 현실의 벽이 그들의 사랑을 끊기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힘듦이 있었기에 지켜보는 우리는 이별을 이해하게 되고, 그들의 새로운 사랑을 비난할 수 없었다. 오히려, 망가진 채로 남은 삶을 사느니 새로운 사랑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 떠나간 연인에 대한 배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그들이 미래를 기약하며 자식의 이름을 ‘프랑수아즈’로 짓기로 했던 약속이 다른 상대와 가정을 이루며 각각 ‘프랑수아’, ‘프랑수아즈’로 지었을 때 어떤 생각과 감정이 들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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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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