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락페? 그거 재밌는거야? 락뉴비의 락놀이 체험기 -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공연]

다들 왜 이렇게 재밌는 걸 나 빼놓고 즐기고 있었을까
글 입력 2024.08.0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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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락놀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1일차 공연날, 깊어진 여름밤에 펼쳐진 미국의 하드코어 펑크 밴드 턴스타일의 공연. 무대를 뜨겁게 달구던 밴드의 보컬은 공연 도중 무대 한 쪽 방향을 가리키며 무대 위로 올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허용된 사람만 밟을 수 있는, 예술가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무대 위. 그곳에 한 명의 관객이 난간을 넘어 난입했고 그 뒤를 이어 수십의 관중이 무대를 밟고 뛰어 놀며 밴드와 호흡했다.


전광판에는 ‘과도한 락놀이’를 자제해 달라며, 안전에 유의를 바란다는 문구가 띄워졌지만 금단의 구역을 몸소 체험한 이들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과도한 락놀이’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일까. 아니면 주인공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다시는 찾아오기 힘든 낭만의 순간일까.


사실, 앞서 서술한 ‘과도한 락놀이’에 대한 이야기는 현장에 있던 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다. 나는 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3일차에만 방문했고 페스티벌 문화를 잘 알지 못하기에 위 상황에 대해 함부로 논설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 사실은 내게 처음 즐기게 될 락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여름밤에 깃발을 나부끼며 파도처럼 음악에 몸을 맡기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통된 추억. 물론 이는 내가 본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는 환상이었지만, 적어도 새로운 문화를 접했다는 것. 그리고 그 문화는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점에서 한 여름날의 송도행은 아주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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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로 올라간 지인이 건진 코앞샷

 

 

 

우연으로 접한 락 페스티벌


 

이번 여름에는 락 페스티벌에 가볼까? 하고 구매한 티켓은 아니었다. 평소 일본노래를 즐겨 들었기에 과도한 팬 심을 갖고 있던 밴드 ‘녹황색사회’와 2인조 힙합 그룹 ‘Creepy Nuts’ 가 펜타포트 라인업에 들어 내한이 예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단독 공연이여도 갔을 텐데, 한번 쯤 가보고 싶던 락 페스티벌에 친히 와주시다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오랜 기다림. 어느덧 페스티벌 당일이 찾아왔고 더위를 상대하기 위해 중무장을 한 채 송도로 향했다.


송도는 불타고 있었다. 후끈한 분위기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작열하는 여름 태양 탓에 마치 한증막 안을 걸어 다니는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꼭! 온혈질환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오길 바란다. 얼음물, 손풍기, 소금, 팔토시….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축제를 무사히 즐기는 것이 최우선이다.


무더운 날씨에도 엄청난 인파가 송도에 몰렸다. 돗자리를 필 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페스티벌 부지는 관객들로 가득했다. 나는 ‘Creepy Nuts’의 무대를 보기 위해 인파를 뚫고 스테이지로 향했다. 이윽고 시작된 공연. 내게 찾아온 선물은 실물 영접으로 인한 감동과 촬영 중이던 핸드폰을 다시 넣으라는 듯, 몰아치던 물벼락 세례였다.


예상하지 못한, 무대 앞에 설치된 워터캐논은 연신 물을 뿜어대며 공연의 흥을 돋웠고 더위 먹은 관중들의 심신을 달랬다. 공연이 끝나고 나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지쳤지만 재밌었다. 평소에도 페스티벌을 즐기던 사람들. 정말 이기적이다. 재밌는걸 자기들끼리 즐기고 있었다니. 아이 같은 생각을 하며 남은 공연을 즐겼다.


부스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음식들, 공연마다 나부끼는 깃발들, 리듬에 맞추어 팔을 흔드는 관중들. 나는 상상했던 –더위만 빼고- 낭만의 순간들을 마음껏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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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만남은 언제나 어려워


 

놀이 문화는 한순간의 여흥이 아닌, 집단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강화한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선수의 응원가를 부르는 프로야구문화나 게임 용어를 밈화 하여 자신들끼리 통용되는 유머를 즐기는 게임 문화처럼, 놀이 문화는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 간의 결속력을 고취시키고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해방감을 선사해준다.


그렇기에 다양한 놀이 문화의 발전은 집단의 다원화를 야기한다. 과거에는 나도 한국사람 너도 한국사람, 그렇다면 주말에는 TV앞에 앉아 토요일에는 무한도전, 일요일에는 1박2일을 봤을 테니 그것을 주제로 간단한 대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대중가요 탑 100을 재생해도 모르는 노래가 절반을 넘는다. 모두가 시청하는 드라마는 옛말이 되었으며 텐트폴 영화로 수익을 내야하는 상업영화계는 위기를 맞이했다. 이렇게 자신만의 취향이 확고해지고, 알고리즘으로 그것이 강화된 현 시대에서 새로운 놀이 문화를 접하고 스며드는 것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러나 새롭고 어색한 놀이 문화를 접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삶이 무료할 때, 매너리즘에 빠져 변화가 필요할 때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지만 시간과 돈의 여유가 없다면 접하지 못한 취미로 고개를 돌려봤으면 한다.


생소한 분야라면 그런대로 더 가치 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자신이 직접 건강을 챙기는 것처럼 행복을 지키는 것에도 개인의 노력이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방문기가 취미의 문간을 뛰어넘는 하나의 예시가 되길 바란다.


마무리하며, 페스티벌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아티스트와 관객이 전부가 아니었다. 긴급 환자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부스에 상주하는 구급대원들, 관객의 질서를 유지하는 경찰관과 항상 동분서주하며 활약하는 자원봉사자…. 이 외에도 내가 알지 못한 곳에서 페스티벌의 무사 개최를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무사히 좋은 추억만 남기고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통해 아직 우리나라에는 꽤 재밌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희망을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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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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