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좋은 인터뷰는 초인종이 아닌 열쇠가 된다 - 도서 '인터뷰 하는 법'

글 입력 2024.08.0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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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왜 이 책을 읽는가?


 

세상에는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끄는 방법론들이 있다. 돈 버는 법, 공부 잘하는 법, 일 잘하는 법, 우리가 가장 익숙한 방법론들이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책의 이름도 '인터뷰 잘하는 법'이다.

 

우리는 왜 그런 방법들에게 관심을 두는 걸까? 이유는 많지만 아마 잘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방법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성취욕, 더 근본적으로는 나르시시즘을 자극한다. 더 화려한 삶을 살기 위해서, 더 자랑할만한 성취를 얻기 위해서 방법론들은 인기를 끈다.

 

글쓰기에 앞서 내가 이전에 나열한 방법론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음을 고백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의 안에도 뻔한 성취욕과 인정욕이 있다. 나는 훌륭한 인터뷰를 해서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다. 그리고 내가 관심을 두고 다가선 인터뷰이와 깊게 교감하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분명 좋은 방법들을 충실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동시에 인터뷰의 본질이 나의 성취가 아니라 너와 나의 대화임을 일깨워준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이 당연한 사실은 내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글은 가치가 아니다. 대화는 성취가 아니다. 우리가 쓰는 수많은 글과 그것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이 당연한 사실을 흐리게 만들고 있지만, 대화란 기본적으로 일대일 이상의 교환이다. 기록이 편집되어 다수에게 공개될지언정,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은 언어 이상의 것들이 교환된다. 두 삶이 부드럽게 충돌한 순간, 좋은 대화라는 아름다운 결과물이 비로소 고개를 내민다.

 

그래서 '인터뷰 잘하는 법'은 여타 다른 방법론과 다르다. 공부 잘하는 법, 일 잘하는 법들은 모두 나를 초점에 두고 있지만, 인터뷰 잘하는 법은 나뿐만 아니라 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책은 나라는 원을 중심으로 기획하고, 상대방에게 드는 거친 주관을 좋은 질문의 소스로 이용하라고 권한다.

 

이런 작가의 전반적인 태도는 인터뷰가 '너'의 인생을 '나'의 관점에서 최대한 작은 진실에 가깝게 표현하는 것임을 알게 한다. 좋은 인터뷰는 좋은 대화를 통해 탄생한다. 그리고 이 '좋은'이란 일반적인 '좋은 대화'의 '좋은'의 속성을 공유한다. 좋은 대화는 상대에 관한 관심과 진심 어린 소통 욕구에서 시작된다. 몸을 풀지 못한 두 무용수가 좋은 춤을 출 리 없다. 이 모든 것이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인터뷰 자체가 권위적인 무언가로 자리 잡은 것을 고려하면 신선하다.

 

작가는 기자로 활동한 시절 때로 파고드는 질문을 던질 때도, 불편한 진실을 말하게 할 때도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경험이 있는 그는 독자들에게 더욱 집주인이 못 참고 열게 하는 '초인종 같은 질문'이 아닌 '열쇠 같은 질문'을 하도록 권한다.

 

책을 읽다 보면 묘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인터뷰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인터뷰에서 보통 작가는 불편한 방문 판매원이 아닌 초대받은 손님으로 존재했다. 인상 깊은 몇 가지 인터뷰 예시를 보면서 감동을 받아 그 감정을 좀 더 음미하기 위해 책을 몇 번 덮은 적이 있다. 방법론에 가까운 이 책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 대화들이 단순한 성취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2. 나는 어떤 인터뷰를 하고 싶은가?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잘 쓰지"에 대한 질문이 사라지고 "나는 왜 인터뷰하고 싶은 걸까"에 대한 질문이 떠돌았다. 나는 전문 기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그러한 종류의 의무나 권위를 거부한다. 하지만 나는 기회가 있는 한, 계속 다른 사람에게 읽히길 원하는 글을 쓰기를 원한다. 가능하다면 그것도 문화예술에 관해서 글을 쓰고 싶다.

 

책의 제안대로 나는 처음으로 인터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을 떠올려봤다. 당시 나는 촌스러운 검은 뿔테를 쓴 고등학생이었다. 인기없는 상점 건물의 2층에 무료 전시회가 열린다는 포스터를 발견하고, 나는 그 그림에 있는 작품이 흥미로워서 그 곳에 들어간다. 1층에는 폐업한 상점들도 있었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도 아니었다. 작가는 아마 이 곳을 빌리기 위해 많은 돈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허름한 장소 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런 빌딩과 상관없이 안쪽은 아주 깨끗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작가의 애정이 작품의 배치, 설명, 인테리어에 깊게 녹아들어 있었다. 실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차례차례 나열되어 있었고, 나는 각 섹션에 오랜 시간 동안 머물렀다.

 

추상적인 이름을 달고 실을 이용해 완성된 작품은 그야말로 '엉킨 문제'처럼 보였지만, 그것들은 '매력적인 문제'였다. 나는 그것들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은 노트를 쥐고 해석을 열심히 써내려갔다. 그런 어설픈 모습을 보고 어떤 안경을 쓴 여성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나에게 궁금한 것이 있느냐고 물었고, 나는 그녀가 작가라는 것을 직감하고 내가 해석한 것들에 대해서 말하며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런 나에게 그녀는 정말로 열심히 대답해줄 뿐만 아니라, 적적해 보이는 전시회에 방문한 고등학생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토록 어른과 대등한 위치에서 문답을 주고받은 것이 처음인 나는 감격에 차서 나중에 문화부 기자가 되고 싶다고 횡설수설 이야기했다. 그녀는 웃으면서 약간 진지한 얼굴로 앞으로 자신과 같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잘 알릴 수 있는 기자가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왠지 부끄러워서 빠르게 도망쳤다. 하지만 당시의 나에게 이 사건은 번개처럼 내리꽂혔다. 나는 그때 이런 다짐을 했던 것 같다.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해석이 가능한 멋진 작품들을 알지도 못하고 지나치다니. 나만은, 작가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열심히 바라봐줘야지.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들도 지나치지 않고 진지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른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지만, 아직 그 언니의 얼굴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미숙한 감정들도 아직 생생하다. 고독하고 내성적이었던 나에게 대등한 대화상대가 되어줬던 그 언니. 아주 소중하게 배치되고 훌륭한 작품이 무감흥한 사람들의 시선 사이에서 삐져나가는 상황들, 그 곳을 허겁지겁 나오면서 꽉 쥐고 있었던 수첩...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오래 묻어두고 있었던 감정들이지만, 곱씹어보면 그것들은 나에게 중요한 글쓰기 동기였다.

 

나는 타인의 진짜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품 하나하나에 서려 있는 그 사람의 진짜 마음, 치열한 마음에서 비롯된 가장 아름다운 부분들을 찾아, 그 주인에게 나는 그것을 찾았으며,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른 것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이 그 사람만큼이나 치열했음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소중하게 묻은 것을 소중하게 파냈다고 말이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그런 것이며, 아마 내가 원하는 인터뷰도 그러한 것일 것이다.

 

성취욕과 인정욕에 가려졌지만, 이것이 내가 정말로 '인터뷰를 잘' 하고 싶은 진정한 이유다. 이 책은 그 마음에 친절히 답해줬다. 당시 나에게 진지한 대답을 해줬던 작가 언니처럼 말이다.

 

가면 갈수록 이 책의 리뷰가 나 자신의 글이 되어감을 느낀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들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얼마나 대단한 작가의 재능인가, 직접 질문하지 않았는데도 독자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내가 언제 제대로 그와 같이 인터뷰할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태도만큼은 내 오랜 기억 속에 있는 감정들만큼이나 깊게 새겨두리라 다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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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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