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러나 인생은 모순 투성이 - 양귀자의 '모순' [도서/문학]

글 입력 2024.08.1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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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은 지금 혼란한 시기를 겪고 있다면, 이것이 또다른 관점으로는 그리 나쁘지만도 않을 것이라는 위안을 주는 이야기다. 1998년에 출판된 양귀자의 『모순』은 132쇄를 찍으며 20여년간 우리 곁에서 사랑받고 있다.

 

『모순』은 새로 인쇄를 찍을 때 마다 책 표지 디자인을 다르게 한다. 대비되는 색상을 사용한 간결한 디자인의 표지는 제목을 직관적으로,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준다.

 


프레젠테이션1.jpg

 

 

소설의 주인공 안진진은 이름부터가 모순이다. 眞(참 진)이 아닌, 그의 이름은 안진진. 그는 20대 여성으로 쌍둥이인 어머니와 이모의 삶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지 선택한다.

 

엄마와 이모는 쌍둥이이다. 한시도 쉴 틈 없이 시장에서 일하며 불행을 에너지 원천으로 사용하는 엄마와 부유하지만 평온함을 견디지 못하는 이모.


이 둘은 일란성 쌍둥이다. 대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어떠한 효과를 입증하기 위하여 일란성 쌍둥이를 비교한다. 이 비교를 통해 양귀자는 안진진의 입을 통하여 우리의 삶에 대한 의미있는 성찰을 전달한다.


양귀자는 엄마와 이모의 상황을 정반대로 설정한다. 불행이 계속해서 밀려오는 엄마의 삶은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반해 평화롭고 안정적인 이모의 삶은 엄마에게는 꿈만 같다. 그러나 이들의 삶이 그리 예상대로 흘러만 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겪어보지 못한 것을 쉽게 말하며 남과 나를 비교하고 또 갈망하며 살고 있다.


비교에 용이한 존재는 비단 일란성 쌍둥이 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언제나 타인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기때문에, 우리는 항상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런 비교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인생은 모순 투성이다. 이해되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차있기에 어떤 것이 끝까지 좋은 것도 아니며, 계속해서 나쁜 것만도 아니다.

 

사건이 계속해서 닥쳐오는 엄마는 오히려 불행을 에너지의 원천으로 써서 활기찬 삶을 살고, 평화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던 이모는 그 평온함을 견디지 못하고 이내 죽음을 선택했다.

 

양귀자는 그의 다른 작품처럼 인물의 삶을 상세히 또 매우 현실적으로 풀어낸다. 그러면서도 간결하고 짜임새있는 치밀한 구성으로 글의 주제를 일관되게 전달하고 있다.

 

다소 아쉬는 점은 출판한지 30년이 다 되가는 시간이 지난 탓에, 주인공 안진진의 선택이 다소 한정적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안진진은 "20대란 나이는 무언가에 사로잡히기 위해 존재하는 시간대"라고 설명하며, 자신이 사랑에 그리 몰두해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자신에게 다가온 두 명의 남자 중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선택한다.

 

지금은 결혼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인생에서 몰두할 무언가가 훨씬 다양하다. 그리고 결혼이 늦어져도 충분히 좋은 사람을 만난다. 이런 지점에서 아쉬움이 다소 남지만 양귀자가 전달하는 주제를 이끌어가기엔 효과적인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전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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