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랍에서도 펼쳐지는 디지털 세상 [미술/전시]

파라 알 카시미 개인전 《블루 데저트 온라인》 관람 후기
글 입력 2024.08.1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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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촬영하는 순간, 정해진 프레임 안에 특정한 시간과 공간이 매끈하게 담긴다.

 

우리가 평소에 사진을 찍는 이유도 어떤 순간과 장소를 기억하기 위해서, 혹은 우리가 경험하는 연속된 세계 속에서 한 부분을 떼어내어 이미지로 남기고자 하는 바가 대부분일 것이다.

 

반면, 파라 알 카시미의 사진은 프레임과 굳어진 시공간을 넘어, 표면에 부상하는 것 아래 깊은 곳까지 비춰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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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진행중인 《블루 데저트 온라인(Blue Desert Online)》은 아랍 에미리트와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는 파라 알 카시미(Farah Al Qasimi)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최근 5년간 제작된 사진 작업과 영상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명은 한국의 온라인 게임인 ‘검은사막 온라인(Black Desert Online)’에서 따온 것이다. 현실과 가상, 두 세계를 오가는 현대인의 불안, 욕망, 환상 등을 표상해낸 작품들을 재치있게 묶었다. 이러한 작품들은 걸프 아랍 국가의 사회문화적 구조 및 혼종성을 포착해온 그의 작업세계에서 다뤄진다.

 

전시장 1층은 대형 벽지 위에 여러 사진과 영상 작품을 콜라주한 작품 〈특별한 날들을 위한 편지〉가 설치되어 있다. 전시장 공간을 따라 나열된 벽지와 사진은 몇 개의 단위로 구성되면서도 유리되지 서로 연결된다. 크게 확대되거나 한눈에 확인할 수 없는 형태를 가진 벽지의 이미지는 사진을 통해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난다.

 

마치 정보가 우리의 머리 속에 인식되고 기억된 구조를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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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총을 들고 셀피(Selfie with Toy Gun)〉(2021) 속 한 여성은 어떤 맥락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장난감 총을 들고 셀피를 찍고 있다.

 

아랍 문화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중 하나인 폭력성은 장난감 총이라고 밝힘에도 사진을 다소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느껴지게 한다. 동시에, 여성이 앉아 있는 비좁은 침대와 사진 속 좌, 우를 가득 채운 이불 더미는 마치 작은 공간에 갇힌 듣한 답답함과 중압감을 더한다.

 

침실과 같은 지극힌 사적인 공간뿐 아니라, 넓게 펼쳐진 바닷가, 거울이 중첩되어 보여지는 공중화장실 등 공적인 공간도 벽지 혹은 사진에서 드러난다.

 

공중화장실에서 셀피를 찍은 벽지 위엔 〈향수(남성, 여성)(Perfume(Men, Women))〉(2019) 작품을 배치함으로써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을 넘나드며 피사체 사물이 속한 세계의 문화와 관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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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전시 공간엔 디지털화되고 비현실적인 사물의 이미지를 포착한 작업들이 중심을 이루었다.

 

〈드래곤 마트 조명 디스플레이(Dragon Mart Light Display)〉(2018)는 화려한 꽃들과 더 화려한 조명들로 가득 차 있다. 걸프 지역의 경제 및 기술의 발전이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이 사진은 꽃마저 조화인지 생화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과장되어 가상과 현실, 허구와 실재의 경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콘택트 렌즈를 착용하는 지아(Gia wearing Contact Lenses)〉(2023)나 〈아누드 시뮬레이션 게임〉(2023)은 디지털화된 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생활 양식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통해 컴퓨터 시뮬레이션 화면을 보고 있는 모습은 초기 폐쇄회로 비디오 작업을 연상시키면서도 가상 세계로의 도피와 모순적인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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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시미의 작업은 그가 가상 세계를 현실세계로부터의 도피처이자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The Swarm〉(2021)에서 디지털 세계는 약물을 통해 환상을 눈앞에 펼쳐 보이는 것과 유비 되게 그려냈고, 〈삶의 신호(Signs of Life)〉(2023)에서도 현상학적인 우리의 경험과 디지털로 직조된 가상 세계의 경계를 흐리게 표현하였다.

 

이미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일상이 디지털화된 우리에게 다시 한번 스스로 서 있는 위치를 인식하게끔 만들어준다.

 

 

[정충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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