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tyrinth] 화려한 도시의 외로운 마법소녀들

마법소녀의 화려함의 그림자에 대해
글 입력 2024.08.10 17:0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240810_175153065_01.jpg

[Fragile] , 캔버스에 아크릴, 60 x 50 cm, 2023.

 

 

 

꽤 위험했었어. 거기에 빨려 들어간 인간은 보통 살아 돌아오지 못해.

 

선배는 그런 무서운 것과 싸우고 있는 건가요?

 

그래, 목숨을 걸었지. 그러니까 너희들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게 좋아. (중략) 왜일까, 얼마든지 생각날 줄 알았는데.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말이야. 목숨을 건다는 게역시 좀 걸려. 그렇게까지 할 만한 것인가 싶어……. 목숨을 바꿔서라도 이루고 싶은 소망이라니,그런 부담을 안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많지 않을까…….

  

 

어릴 적, 만화 영화에서 본 마법소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던 소녀들은 동경의 대상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생이라는 본업도 성실히 해내었고, 거대한 악의 세력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냈으며, 지구를 위해 싸운 후에는 아무렇지 않게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갔던 그들이 너무나 멋있게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사명감 하나로 많은 일을 해내고, 아무런보상도 바라지 않은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은 어린 시절의 나에게는 대단한 영웅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조금 자란 후, 만화 영화 속에서는 여자아이들에게 너무도 거대한 임무를 맡긴다는점을 자각하자 우상처럼 느껴지던 그들의 모습이 굉장히 기묘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그 즈음부터 자신이아닌 타자를 위해 대속의 역할을 자처하고, 그럼에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어딘가 고독하게 느껴지는 그들의 모습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KakaoTalk_20240810_175153065_02.jpg

마법소녀의 고독과 불안에 주목해서 그렸던, 초기 그림 [사랑과 낭만을 부르짖는 곳], 캔버스에 아크릴, 100 x 72 cm, 2023.

 

 

TV에서 보았던 대부분의 마법소녀의 모습은 현실과의 괴리감을 주었습니다. 화려한 머리 장식과 헤어 컬러,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복장은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무채색의 현실과는 대비됩니다. 그들은 도시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도시에서 일부로 살아가기 위해 막대한 짐을 지고 있지만 정작 그들은 그들이 지켜낸 현실에서는 소외됩니다. 적어도 그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중에는 누군가에게 섣불리 도움을 청할 수도, 자신들이 이토록 힘들게 맞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도 없습니다.

 

또한, 매일 아무도 알아주지않는 전장으로 떠나는 그들의 불안은 누군가 치유해줄 수 있는 것 또한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말하기 쉽지 않고, 동시에 아무도 알아주려 하지 않는 막대한 의무감을 진 채 고독하게 살아남고 있다는 점은 화려하지만 외로운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나와 타인들에게 겹쳐 보였습니다.

 

우리의 일상과 그것을 꾸미고 있는 것들은 지나칠 정도로 화려하지만, 정작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각자가 버거울 정도로 지고 있을 불안과 고독, 소외감을 떠올리며 작업했습니다. 작업을 하며 화려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화면을 무엇으로 채울지, 그리고 인물의 데포르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러한 부분에는 마법소녀물의 전투에서 흔히 보이는 이펙트나 만화적 표현을 자연스럽게 차용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마법소녀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있지만, 그것을 캔버스에 어떻게 펼쳐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분야이니 만큼, 꾸준히 탐구하며 나아가고 싶습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도 그런 분야가 생기거나, 있다면 그 관심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윤소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1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