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만 뒤처진다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 의외로 간단한 :) [도서/문학]

감(感)에 베팅하기
글 입력 2024.08.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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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을수록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섭니다. 나 말고 모든 사람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것 같은데 나만 우두커니 서서 망설이는 느낌. 실패했던 순간이 많으면 더 신중해집니다. 자존감은 낮아지지 상처를 안 받기 위해 벽을 칩니다.

 

젊은 나이에 좀 더 도전하라는 소리를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나 때는~'으로 시작하는 말 속에 청춘은 열정적이고 희망차고 밝습니다. 하지만 직접 겪는 청춘은 초라하기만 합니다. 그들의 청춘은 마냥 밝기만 했을까요?

 

교복을 입기 시작한 후, 경쟁은 당연한 옵션이 되었습니다. '대학만 가면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철석같이 믿으며 그 시간을 건뎠습니다. 대학이란 꿈에 도착하자 또 취업이란 관문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해보지 못했는데 말이죠. 친구들은 봉사활동, 해외여행, 외국어 공부를 쉼 없이 해서 나도 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까 봐 시작합니다. 영혼 없이 이것저것 하다 보니 졸업이란 선명한 글자가 눈앞에 다가오고 사람들은 '회사에 들어갔어?'라고 묻기 시작합니다.

 

계단처럼 단계별로 미션을 깨는 건 청춘이 아닙니다. 미션을 깨지 못했다고 해서 노력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우린 저마다의 속도로 펼쳐진 길을 완주합니다. 그 차이가 부끄럽지 않게 여겨질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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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일상에술가의 집'을 운영하는 최예지의 20대는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어서 모든 다른 과를 쓸 정도였다고 합니다. 취업해야 했지만 무스펙이란 꼬리표가 힘들게 만듭니다. 어느 날, 누군가가 그녀에게 산티아고행 티켓을 건넵니다. 그날은 인턴으로 출근하기 하루 전날입니다.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이 책은 출근이 아닌 산티아고 순례길을 택하며 시작된 '나를 찾는 이야기'입니다. 역대급으로 어려운 취업난 속에서 이력에 한줄 도움이 되지 않을 산티아고행은 무모한 도전일 수 있습니다. 그는 바로 후회합니다. 선택을 잘못한 건 아닌지, 내가 여기서 아등바등 걷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되묻습니다. 배낭은 어깨와 허리를 짓누르고, 매일의 목표치를 걸어야 숙소에 닿을 수 있기에 발은 상처투성이입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싶다고 산티아고에 왔지만 결국 그 안에서 남들과 똑같이 걷고 있다. (p. 42)
 

 

그는 한국에서 했던 대로 남들의 속도에 맞춰 길을 걷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버거운 시간이 계속되자 느리더라도 자신만의 속도로 완주하기로 합니다. 완주했다고 세상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서 백지인 상태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는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묻습니다. 기업 인턴, 인적성 공부, 시험. 어떤 것도 자신이 원하는 모습은 아닙니다. 문득 떠오른 '일상예술가'란 타이틀, 그것이 최예지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순례길을 걸으며 기록했던 그림과 글을 완성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번엔 제주로 향합니다. 이때, 수중에 가진 돈은 4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집으로 오자마자 그는 일을 구하기 위해 게스트하우스의 스태프에 지원합니다. 포트폴리오까지 만들어서 말이죠. 사람이 정말 간절하다면 시작할 용기를 준다는 걸 보았습니다. 미래의 불안은 일단 제쳐두고 지금 마음이 따르는 일을 찾아 제주로 향한 그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사랑합니다. 그간 자신이 맞췄던 속도는 힘이 약해졌습니다. 달리던 저자는 걷기 시작합니다. 떄때로 앉아 제주의 푸른 바다를 바라봅니다.

 

순례길과 제주는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삶을 영위하는 태도는 사회를 살아가는 기술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사회에서 치고 치이는 삶, 역시 나입니다. 안정된 삶, 인정할 만한 경력은 순수하게 도움 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나는 누군가의 지지가 없으면 홀로 서지 못할 만큼 나약했고, 생각이 너무 많았다(p. 67)는 그가 자신만의 색으로 물든 작업실을 갖기까지 쓰이지 못한 어려움이 많았을 겁니다. 

 

불안해서 조급해지면 꿈을 찾을 수 있을까요?

 

선택은 용기에서 시작하고, 책임으로 끝을 맺습니다. 선택해도 불안하고 하지 않아도 불안합니다. 불안은 계속 우리를 따라올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인지 아닌지도 분간이 안 간다면, 이제 억지로 덮어쓴 껍데기가 답답하다면 감(感)에 베팅해 보는 건 어떨까요. 불안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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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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