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에펠탑에 울려 퍼진 평화의 선율 [음악]

존 레논의 <Imagine>이 파리 올림픽에서 보여준 기적
글 입력 2024.08.1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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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비치발리볼 에펠탑.jpg

파리 올림픽 비치 발리볼 경기장에서 바라본 에펠탑. 일몰 후 정각에 조명쇼가 펼쳐지고 있다.

©최민서 에디터

 

 

2024 파리 올림픽이 8월 11일 막을 내렸다. 화려하고 파격적인 개막식부터 다양한 이슈들로 가득했던 파리 올림픽에서, 필자는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으로 손꼽힌 에펠탑 광장의 비치 발리볼 경기를 관람하는 행운을 누렸다.

 

전 세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인 에펠탑 앞에서 올림픽 경기가 펼쳐진다니, 그 자체로 꿈같은 순간이었다.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저녁 경기, 조명이 드리워진 에펠탑의 모습은 말로 다할 수 없는 황홀경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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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앞에서 진행되는 파리 올림픽 비치 발리볼 경기

©최민서 에디터

 

 

그러나 에펠탑의 장관보다도 더 인상 깊었던 것은 다름 아닌 경기 연출 방식이었다. 경기장에는 전문 DJ가 함께해 경기 내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코트 교체와 세트 간 휴식 시간은 물론 득점과 경기 재개 사이의 짧은 시간까지, 모든 순간에 다채로운 음악이 울려 퍼져 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선수들이 코트 밖으로 나가 있는 동안에는 공연팀이 등장해 음악에 맞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경기와 음악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데다 화려한 조명 연출까지 더해져 지루할 틈이 없었고, 관객들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축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즐겼다. 이는 마치 하나의 대형 공연을 관람하는 듯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경기 내내 이어지는 음악과 관중의 환호가 선수들에게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했다. 경기가 재개되었음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음악에 맞춰 함성을 지르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음악이 경기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브라질과 캐나다가 맞붙은 여자 비치 발리볼 결승전에서였다. 1세트를 브라질이, 2세트를 캐나다가 가져가며 팽팽한 긴장감 속에 마지막 세트가 진행되던 중, 두 팀 선수들 간의 감정 싸움이 벌어졌다. 심판이 나서서 상황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 DJ가 기지를 발휘해 재생한 존 레논의 < Imagine >에 관중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하자, 기적처럼 선수들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경기가 평화롭게 이어졌다. 짧은 순간 전환된 눈 앞의 광경에 실로 놀라움을 감출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Paris 2024 Beach Volleyball women final_Michael Reaves,Getty Images.jpg

2024 파리 올림픽 비치 발리볼 여자 결승전 도중 선수들이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

©Michael Reaves, Getty Images

 

 

존 레논의 Imagine(1971)은 이번 경기장에서의 사건을 넘어, 올림픽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곡이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폐막식에서 센테니얼 공원 폭탄 테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스티비 원더가 부른 이래,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가수 피터 가브리엘이,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서는 리버풀 필하모닉 유스 콰이어와 리버풀 수어 합창단이 이 곡을 불렀다.

 

한국의 2018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전인권, 하현우, 이은미, 안지영이 함께 불렀고,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팬데믹 속에서 인류의 연대를 강조하기 위해 존 레전드와 키스 어번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이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올해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프랑스의 가수 줄리엣 아르마네와 피아니스트 소피안 파마르트가 센 강 위에서 이 곡을 연주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2012 런던 올림픽 폐막식의 < Imagine > 공연 영상

 

 

이렇듯 < Imagine >은 평화, 화합, 인류의 연대를 노래함으로써 문화 간 차이를 초월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교량이 되어 왔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첫 피아노 선율은 증폭되었던 감정을 한순간에 잠재우고, 가사의 메시지는 너와 내가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킨다.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무대에서 이 노래를 함께 부를 때 우리는 비로소 경계심을 내려놓고 서로를 기꺼이 포용하게 된다.

 

음악이 가지는 힘은 이처럼 경이롭다. 이제 파리 올림픽은 막을 내렸지만, 일상 속에서도 갈등과 대립 속에 휘말릴 수 있는 순간마다 "Imagine there's no heaven~"를 낮게 읊조려 보자. 그 작은 쉼이 내면을 고요하게 안정시키고,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

 

 

*대표 이미지: Stade Tour Eiffel ©Paris 2024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32기_최민서.jpg

 

 

[최민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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