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술이 발전하면 예술도 발전하는가 [문화 전반]

글 입력 2024.08.12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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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기술이 발전할 여지는 많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나는 이미 기술이 한참 발전한 시대에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인상 깊게 다가왔던 기술의 발전이 있다면, 카세트테이프가 CD로, CD가 MP3로, MP3가 스트리밍 사이트로 변화한 것. 영화관의 스크린은 점점 커지는데 그와 동시에 가장 작은 화면으로도 영화를 보고 있는 아이러니함이랄까.


하지만 역시 기술의 발전에 있어 내가 겪어보지 못한 혁신의 순간은 매체에 등장한 소리와 색채라고 생각한다. 분명 우리의 세상에는 색도, 소리도 당연하게 존재하고 있었는데 스크린 너머로는 그것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그것이 등장했을 때는 어떤 충격이 함께 다가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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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무성영화의 시대에서 컬러 유성 영화의 시대로 넘어가는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 영화는 역시 <오즈의 마법사>라고 생각한다.

 

비록 컬러 유성 영화의 시작을 알린 작품은 아니지만, 흑백의 캔자스에서 온갖 색으로 가득한 오즈의 나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소리가 미디어에 등장하며 쏟아지던 뮤지컬 영화 중 하나였던 <오즈의 마법사(1939)>는 기술의 발전의 상징성을 잘 가주고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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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시 기술의 발전으로 생겨난 과도기를 보여주는 영화는 <사랑은 비를 타고(1952)>와 <아티스트(2011)>를 꼽아보고 싶다. 두 영화는 특히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을 잘 담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며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는 도태되고, 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는 살아남고, 오히려 예상치 못한 기회를 얻는 자도 있다. 새로운 것에 사람들은 쉽게 열광하고, 옛것은 빠르게 매장된다. 참으로 매정한 시대의 흐름이다.


기술의 발전은 실제로 보고 느끼는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그것은 사실주의 예술이 주류가 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남긴 사실주의는 오히려 시야를 제한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앞으로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흑백이었기에 어떤 색으로든 변모할 수 있었고, 무성이었기에 어떤 목소리와 억양일지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주의 예술은 그 여지를 모두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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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제는 CG가 화려하게 발전하며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 너머의 무언가를 보여주고,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것 또한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으나, 결국 그것은 창작자의 상상의 나래를 향유자에게 전달하는 것일 뿐. 과연 향유자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가? 향유자가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를 떠올리게 하는 것 또한 예술이 지켜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은 편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예술의 발전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가? 예술의 발전은 사유(思惟)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그렇구나’하고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계속 향유자로 하여금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예술의 발전을 위해 기술이 역행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예술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 또한 아니다.

 

분명 둘은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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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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