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기묘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작가 도밍의 세계

마음에 자국을 남기는 작가 도밍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글 입력 2024.08.13 13:1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배너.png



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기묘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작가 도밍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도밍이라고 합니다. 개인 작가이자 스토리텔러로서 저의 개인 세계관 속에 포함된 이야기들을 연재하듯이 글과 삽화로 풀어나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오환상곡이라는 이름으로 저의 작업물들을 편하게 소비하실 수 있도록 문구나 작은 생활 소품류들을 녹여내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출판이나 음반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크기변환]03) [도밍] 참고용 작업_환상극단 (8).jpg

 

 

- 처음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올리신 게 2015년이에요. 벌써 10년 가까이 되고 그동안 정말 많은 그림과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셨는데, 작가님께서 창작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림 그리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게 된 것은 정말 어릴 때부터예요. 제가 2살, 3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유독 좋아했거든요. 어머니 아버지께서 찍어주신 육아 비디오를 보면 항상 크레용을 쥐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죠.

 

그림을 전공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중학생 때였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제가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해서 '나는 나의 작업을 하는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렇다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풀어낼지 그림으로 표현해야 할지에 대해서 결정을 내려야 했어요. 그래서 이에 대해 중학교 2학년 때 굉장히 고민하다가 그림을 선택해서 예고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죠. 하지만 아무래도 예고 준비를 1년 밖에 안 했다 보니까 똑 떨어졌어요. 하하. 이후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여 3년간 열심히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미술대학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글 쓰는 것은 어릴 적부터 워낙 좋아했던지라 따로 전문적으로 공부를 한 적은 없습니다. 계속 글과 그림을 함께 병행해서 작업을 진행했다보니 자연스럽게 저의 작업 방향성이 지금과 같이 흘러온 것 같습니다.

 

 

- 작가님의 작품과 전시에는 '기묘하다'라는 표현이 참 많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전, 작가님께서 정의내린 '기묘'의 의미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저에게 '기묘함'이란 '모호하지만 아름다운 것'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아름다움이 꼭 미학적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저는 평소 사람들이 회피하고 싶어 하고, 꺼려하며, 스스로도 명명짓지 못하는 감정들을 '기묘한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어요. 저는 분명 느끼고 있음에도 스스로 규정하기 어려운 카테고리 사이, 그 번짐의 경계에 있는 것들도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전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그 규정할 수 없는 것을 마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최대한 두루뭉술하게 표현을 입혀주어 그것을 인식하고 싶다는 생각에 고르고 골라 '기묘함'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기묘한 병 백과>


 

20240813074822_velpldqb.png


 

- 작가님께서 오래 연재해오시고 이를 책으로 묶은 도서 <기묘한 병 백과>는 글과 삽화의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되었죠. 그림에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녹여내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작가님께서는 '이야기와 삽화'라는 방식을 선택하셨을까요?

 

저는 언어적인 것이 먼저 선행이 되어야 시각적인 것이 머릿속에 풀리는 타입이었어요. 그래서 항상 글을 먼저 써두었죠. 또, 제가 지향하는 그림의 방향성이 이야기의 삽화 같은 작업이었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항상 먼저 글을 써놓고 그 글에 삽화가 붙는다면 어떻게 그려낼지에 대해 생각하며 작업을 진행했어요.

 

대학교에 들어가니 으레 다른 글, 그림, 음악 등의 예능계 교수님들께서 그렇듯 저희 교수님께서도 스스로에 대한 탐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어요. '본인에 대해 적어보아라', '본인의 자화상을 그려라' 등등을 과제로 내주셨죠. 결국 감정과 마음에 대해서 표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시는 것인데, 저는 그 과정에서 하나하나 개별적인 작업을 하기보다는 저 스스로의 세계관을 만들어서 이 과제들을 시리즈로 이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면 타인에게 '나는 이런 상태야'라고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들을 가시적인 병으로 비유하여 우화의 형태로 표현하자는 작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기묘한 병 백과>라는 제목을 붙여서 이야기마다 넘버링을 하며 글과 그림을 나란히 배치하여 책 중간을 떼어낸 것과 같은 형태로 인쇄를 해서 과제 제출을 했죠. 그런데 완성하고 나니 그 형식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그 이후 모든 강의와 과제에서 <기묘한 병 백과>의 형태를 유지했죠.

 

이 작업들을 계속 진행하다 보니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글에 대한 교양 강의도 조금씩 듣기 시작했고, 이와 같은 작업 방식이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크기변환][도밍] 참고_저서_기묘한 병 백과 (3).png

 

[크기변환][도밍] 참고_저서_기묘한 병 백과 (4).png

 

 

- 앞서 '스스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을 병에 비유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작가님께서는 감정을 병에 비유하는 작업들을 통해 최종적으로 어떤 것들을 표현하고 싶으셨는지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는 '마음'에 대해 그리고 싶었어요.

 

저는 비유나 은유를 통해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요. 앞서, '글을 작성하여 이야기를 만든 뒤 그것을 그림으로 전개한다'고 말씀드렸던 저의 작업 과정을 저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번역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기묘한 병 백과>에 담긴 이야기들이 처음부터 줄글로 쓰인 것은 아니었어요. 저의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타이핑 해놓고, 그것을 그림으로 바꾸는 과정으로 작업이 진행되었죠. 제가 글로 쓰기 전까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이야기는 무형의 두루뭉술한 것이잖아요. 그것들을 사람들이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물성이 있는 형태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무형의 것을 우리가 확대할 수 있는 감각 언어로 바꾸는 개념을 가진 작업에 대해 계속 흥미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저의 관심사는 정신적인 것들, 마음속에 있는 것들로 향하게 되었어요.

 

 

- 작가님의 '이오'라는 캐릭터가 참 매력적입니다. 브랜드 이름도 '이오환상곡'인 만큼 작가님의 세계관 속 중심이 되는 캐릭터라고 생각되는데, 이오는 <기묘한 병 백과>를 연재했던 처음부터 존재했던 캐릭터일까요?


처음 <기묘한 병 백과> 시리즈를 10편 정도 연재할 때까지는 개별의 마음의 병으로 비유한 이야기들이 이어졌어요. 하지만 이후, 이 이야기를 계속해 나가려면 하나의 세계관이 필요하고 옴니버스식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주인공 캐릭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오라는 캐릭터는 그렇게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크기변환][원화] 피에로의 분장실(2).png

 

 

- 그렇다면 이오는 어떤 존재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기묘한 병 백과>의 첫 도입부가 이오라는 캐릭터에 대해 소개하는 이야기로 시작이 되어요.

 

이오는 어떠한 작고 굉장히 환상적인 공간, 즉 '비현실적인 공간' 안에서 살고 있어요. 파란 피부에 뿔을 갖고 있는 동화책 속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을 한 존재죠.

 

하지만 사실 이오는 평범한 인간이에요. 누군가 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 자신만의 이야기를 극장의 무대 위에서 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무도 이오의 연극을 봐주지 않죠. 관객이 전혀 없는 텅 빈 객석 앞의 무대에서 자신이 그저 저기 혼자만의 극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이오는 자신의 꿈에서 깨어 텅 빈 객석 사이를 걸어 극장 밖으로 걸어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굉장히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이오는 다시 극장을 찾아오고, 극장 안으로 걸어 들어가 사라지며 이 책이 시작됩니다.


 

[크기변환]★이오의 장_10.jpg

 

[크기변환]★이오의 장_11.jpg

 

 

저는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누군가는 들어야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이야기들은 이야기의 주인조차도 제대로 듣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고, 수많은 이야기들이 듣는 이가 없으면 생명력을 잃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따금씩 전설 속의 존재들이 사람들의 관심이 적어짐에 따라 그 힘과 존재가 작아지는 내용의 묘사들이 나오잖아요. 저는 이런 이야기들에 늘 애틋함을 품고 있었고, 가슴아파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존재의 표상과 같은 느낌으로 이오를 만들게 되었어요. 이야기라는 관념과 개념의 세계 속의 존재가 되도록 했죠. 그렇게 이오는 이야기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존재가 되어, 잊혀가는 이야기들이 이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초대장을 보내면 그 이야기를 들으러 가고, 이후 돌아와서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기록해 주는 캐릭터입니다.

 

 

- 그렇다면 <기묘한 병 백과> 안에서 이오가 기록해 주었던 이야기들 중, 작가님께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해주신다면.


어떤 세계에 눈에서 검은 눈물이 계속 흐르는 여자가 있었어요. 그 여성의 뺨은 계속 검게 얼룩져 있었죠. 그래서 타인과 대화도 힘들어하고 자신의 방에서 틀어박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세상에 굉장히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잉크가 등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잉크는 기묘한 소문을 갖고 있어요. 그 잉크를 사용하면 무척이나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소문이요. 특히, 비극을 쓰면 걸작이 탄생한다는 이야기가 돌죠.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 글 쓰는 작가들, 곡을 쓰는 작곡가들 전부 이 잉크로 악보를 그리려고 했습니다.

 

사실, 이 소문의 잉크는 검은 눈물을 흘리는 여자가 어느 날부터 자신의 눈물을 병에 담아 잉크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이 여자는 자신의 방에서 이 잉크의 선풍적인 인기를 보며 '드디어 나도 쓸모가 생겼다, 저 훌륭한 비극들은 전부 나의 눈물에서 태어난 것이다'라고 웃었습니다.

 

<질 좋은 검은눈물 잉크> 이야기입니다.

[크기변환]★[기묘한 병 백과] 질 좋은 검은눈물 잉크.png

이 이야기는 사람들은 왜 비극을 사랑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만들게 되었어요.

 

저는 특히 연극이나 뮤지컬을 굉장히 좋아해서 많이 보러 다니는데, 연극과 뮤지컬 작품들은 어두운 감정의 밀도가 굉장히 높거든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비극을 계속 보러 다니고, 그 감정을 반복해서 느끼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나온 작업물이죠.

 

만우절마다 검은 눈물 잉크를 실제로 판다고 SNS 상에 전단지를 올리며 장난을 치기도 해요.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 잉크로 걸작을 탄생시켰다, 특히 비극에 효과가 좋다, 구매 문의는 전서구 까마귀를 통해 전달해달라는 문구를 넣어서 실제로 판매하는 것처럼 SNS에 전단지를 올리죠. 그러면 실제로 저에게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하하. 문의 메시지에 (전서구 까마귀를 통해 발송된 편이입니다.)라는 문구를 붙여주시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 검은눈물 잉크가 <기묘한 병 백과>를 마무리 짓고 새롭게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 까마귀 카유의 베이스이기도 해요. 까마귀 카유는 실제 까마귀가 아니라 이 '검은 눈물 잉크'가 너무 묽어져서 솥에 부어버리고 잉크를 끓이다가 그 안에서 잉크들이 뭉쳐 태어난 까마귀라는 설정이거든요.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애착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 말씀하셨다시피 <기묘한 병 백과>등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시고, 최근에는 <까마귀 카유>의 이야기를 새롭게 그려내고 계시죠. <기묘한 병 백과>를 마무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도서 <기묘한 병 백과>를 출판한 뒤, 똑같은 타이틀을 달고 모든 것을 병으로만 표현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이 이야기를 처음 작업하기 시작했을 때는 20대 초중반이었어요.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방황기의 감정들을 병의 형태로 표현했던 것이었죠. 그런데 책을 한 권 내고, 저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며 나이를 먹고 나니 이제는 그 다음 스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제가 이오를 소개할 때, 이오라는 캐릭터는 '듣는 이, 기록자, 피에로'라고 소개를 하기 시작했어요. 극장에서 태어난 존재이다 보니까 스스로가 무대 위에 오를 수 있는 존재이면서도 이야기에 초대를 받으면 그 이야기에 어울리는 배역을 입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다시 빠져나와서 배역을 벗어서 이야기를 기록하는 캐릭터로 심화되었죠. 인어들을 찾아갈 때는 잠수부가 되고, 식물들의 이야기를 찾아갈 때는 정원사 겸 나비 날개를 단 요정이 되는 거예요.


이렇게 캐릭터가 심화되는 과정을 거치며 제 그림도 특정한 병을 묘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관념과 개념의 세계를 다루는 것으로 변화했어요. 그래서 이야기에도 기존에 있던 이야기에 저만의 독특한 설정을 넣기보다는 대중들이 아이콘적으로 소비되는 방식을 더욱 집중했죠.

 

예를 들어, 인어라는 존재는 주로 슬픈 비극의 존재로 소비가 되어 왔잖아요. 저는 이러한 인문학적인 부분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저는 그 안에 인간들의 사고방식과 편견, 지리학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들, 심지어 언어적인 것들까지 전부 다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도서 <기묘한 인어 화집>에서 일부러 기존의 클리셰들을 가져다 쓰며 이야기라는 개념의 세계 속에서 인어는 어떤 것을 상징하는 존재로 탄생했는지 등의 방식으로 이야기들을 끌어나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마무리 지으니 다시 한번 화자의 범위를 좁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세계관을 불려나가는 작업에서 다시 내밀한 이야기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죠. 그래서 만든 캐릭터가 까마귀 카유입니다.

 

 

 

검은 잉크에서 태어난 전서구, 까마귀 카유


 

- 최근 작업하고 계시는 귀여운 전서구, 까마귀 카유를 소개해주신다면.

 

까마귀 카유의 이야기는 4~5년 전부터 만들어온 이야기예요. 이오의 전서구로 까마귀가 한 마리 있고, 그 까마귀가 이오가 갈 수 없는, 혹은 이오가 닿지 못하는 이야기들 속에서 초대장을 물어다 주고 있다는 설정을 붙이기 시작했죠. 언젠가는 이 까마귀의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책을 보시면 별이 굉장히 많이 등장해요. 별이라는 테마를 갖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그때 별이 정말 다양한 것들의 은유로 등장해요. 꿈, 헛된 망상, 욕망 등이 전부 별로 비유되어 있죠. 저는 반짝이는 모양, 빛의 파장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이 반짝이는 것들을 마음이 끌리는 존재로 설정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원래 까마귀라는 동물이 그런 반짝거리는 것을 모으는 습성을 갖고 있고, 사람들은 그것은 굉장히 낭만화해요. 실제로 까마귀가 반짝이는 것을 모으는 이유에는 동물적인 부분이 크겠지만, 인간들은 그 특성을 귀엽게 생각하고, 사랑스럽게 생각하는 거죠.

 

저는 이것이 어느 정도 동물에게 인간적인 이야기의 면모를 사람들이 입히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실제 있는 동물 중, 사람들이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서도 내 세계관에 어울리는 두 번째 화자가 있다면 바로 까마귀라는 생각이 들어 까마귀 카유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크기변환][컷툰] 카유_02.jpg

 

[크기변환][컷툰] 카유_09.jpg

 

 

- 기존의 글과 삽화의 형태에서 벗어나 그래픽 노블의 형태로 변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야기의 형식이 변하는 데에는 시간의 흐름이나 미디어 매체의 변화가 굉장히 많은 영향을 줘요. 

 

제가 <기묘한 병 백과>를 연재할 때에는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메인 미디어 매체가 네이버 블로그였어요. 그래서 긴 글과 그림을 함께 보여주기가 정말 좋았죠.

 

그런데 인스타그램으로 이미지를 내어놓는 쇼윈도가 바뀌며 글은 잘 보이지 않게 되었잖아요.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텍스트 더보기를 눌러야지만 긴 줄글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기존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계속 전달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 보니 이미지 안에 글을 녹여야 할 것 같은데 저의 글은 길이가 꽤 길거든요. 그래서 문장들을 해체해서 완전히 만화의 형식으로 만들지는 않아도 그와 비슷한 그래픽 노블의 형식을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크기변환][컷툰] 카유_3(8).png


[크기변환][컷툰] 카유_3(9).png

 

 

- 까마귀 카유는 아무래도 이오에 비해 소비자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 같습니다.

 

맞아요. 이오라는 캐릭터는 인간이 아니라고는 해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작가 개인의 자아가 많이 녹아들어 있는 인물인 것이 워낙 확실하게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캐릭터로 소비하기에는 굉장히 까다로워요. 또, 이 캐릭터에 대해 알려면 이 캐릭터가 갖고 있는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봐야 하죠. 그러다보니 이오에 비해 까마귀 카유는 사람들이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SNS 상으로 많이들 이오에게 말을 걸어주시기도 하세요.

[크기변환][스토리 텔링] 고맙습니다.png

- 카유의 이야기가 끝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또 그려내고 싶으신가요?

 

앞으로 몇 년간은 카유의 이야기를 쭉 이어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거든요. 저의 머릿속에는 마치 압축 파일들이 있는 것처럼 그려내고 싶은 이야기들이 정리가 되어있죠. 그것들을 하나씩 제가 열어보며 작업을 진행해 나가는 거예요. 하하. 그래서 카유의 이야기가 끝난다면 그 다음에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마무리 지으며


 

- 작가님께서는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목표가 있으실까요?

 

동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역시 많은 분들께 사랑 받는 이야기의 작가가 되면 좋겠죠. 하하. 하지만 저는 그 부분은 반은 하늘이 도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저는 제가 그리거나 작성한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마음에 자국을 남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 ㅡ 뮤지컬이 있으면 그 뮤지컬의 특정 대사나 넘버는 저에게 자국을 남기거든요.

 

아무리 그때그때 재미있게 보고 좋아했어도 모든 것은 결국 희석이 되기 마련이잖아요. 그렇게 그 자체가 희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넘버나 대사는 저의 마음에 자국을 남겨저 다시 그 노래나 대사를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나기도 하죠.

 

저는 사람들마다 그 버튼이 있다고 생각해요. 내 안에 깊게 자국을 남겨서, 평소에는 잊고 살다가도 다시 마주하면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한 문장이라도 좋으니 누군가의 마음에 자국을 남길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작가님께도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있으실까요?

 

조금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대AI의 시대에서 제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 같아요. 물론 저는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인간이 창작한 것을 예술로 취급하고 소비하고 싶어하는, 굉장히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지적 허영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인간이 만들었다는 그 사실 자체에서 예술의 즐거움과 감흥이 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같은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마음과 뇌를 거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 감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직까지의 이야기잖아요. AI를 활용하는 것이 계속되면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변화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죠.

 

AI에 대한 것이 전부 숙제라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저도 오래 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제 인생 안에서 몇 번이나 크게 미디어 매체의 흐름이 바뀌어오고, 이야기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주된 형식이 바뀌어오는 것을 지켜본 사람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시대는 변해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이런 상황에서도 그저 그림을 잘 그리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놓고, 그림을 조금 더 잘 그린다면 사람들이 계속 사랑하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요즘에는 콘텐츠도 너무 많고 흐름도 너무 많이 바뀌기에 나중에는 사람들이 기계가 만드는 것을 주로 소비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그 수많은 창작된 것들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고, 그것을 어떤 언어와 방식으로 내어 놓아야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할수 있을지가 앞으로 제가 계속 해나가야 할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팬분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좋아해 주시는 분들, 지켜봐주시는 분들을 전 늘 관객이라고 호칭해드려요. 팬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고, 제 이야기에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드리자면 항상 저의 이야기를 들여다봐 주셔서 감사드려요. 요즘같은 숏폼 시대에, 번거롭게 표지를 열고 안에 들춰봐야 볼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이야기들을 들여다 봐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크기변환]03) [도밍] 참고용 작업_환상극단 (1).jpg

 

 

[김푸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1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