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성과 어머니, 그리고 수감자 - 제24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말께리다스", 어머니이기를 박탈당한 여성 수감자의 이야기
글 입력 2024.08.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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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현장에 방문했다.

 

새로운 형식과 주제의 뉴미디어아트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24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이하 네마프2024)은 ‘박제된 데이터, 떠도는 기억’이라는 주제로 8월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KT&G 상상마당 시네마와 서울아트시네마를 비롯한 다양한 공간에서 진행됐다.

 

인공지능(AI)은 그것의 빠른 발전만큼이나 인간의 삶 곳곳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오픈 AI인 챗GPT의 활용 능력은 이미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고,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했던 예술의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글, 사진, 영상 등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던 인터넷 공간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쏟아내는 방대한 데이터에 잠식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고 데이터로 박제되어 세상에 남게 될까.

 

네마프2024는 이 질문을 바탕으로 인간의 역사가 권력화된 인공지능의 디지털로 빅데이터화되는 시대에 대한 고찰을 다양한 작품과 행사를 통해 관객과 나누고자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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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편의 영화 중 가장 관심이 갔던 작품은 타냐 길버트 감독의 〈말께리다스〉였다. 지난 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던 이 영화는 칠레의 교정 시설에서 장기 복역 중인 여성 수감자들이 교도소 안에서 휴대폰으로 몰래 촬영한 사진과 영상으로 만들어져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연출되지 않은 상황의 연속과 저화질의 세로 영상, 그 안에 담아야 할 것을 제대로 담지 못하는 시선. 어떻게 보면 수감자들이 직접 찍은 이미지들은 전혀 영화적이지 않다. 그러나 그것들은 카메라 뒤에 위치한 자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줌으로써 역설적으로 영화가 될 힘을 지닌다.

   

타냐 길버트 감독이 이러한 이미지들을 엮어 보여주는 것은 여성 수감자들이 어머니로서 겪는 사랑과 슬픔, 그리고 연대다.

 

주인공은 교도소에서 출산해 키우던 아들이 두 살이 되면서 감옥 밖에 있는 여동생에게 아이를 맡기지만, 여동생은 마약에 중독되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결국 수감된 언니와의 연락마저 끊어버린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같은 재소자들의 배려와 사랑으로 최선을 다해 키웠던 아이가 자신의 손을 떠나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없게 된 그는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 뭐든지 하겠다는 그의 말에 담당 공무원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당신은 지금 갇혀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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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은 감옥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전해지지 못하고, 세상은 모성의 울타리를 두르지 않은 아이에게 너무 가혹하다. 이집 저집을 떠돌며 자리 잡을 곳을 찾아야 했던 주인공의 아들은 결국 장기 복역 끝에 퇴소를 앞둔 그의 품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으로 돌아오고 만다.

 

감옥에 가두는 것을 가벼운 형벌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범죄자에게 옷도 주고 밥도 주고 잠자리도 제공해 준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지켜야 할 무언가를 바깥에 두고 온 사람들에게는 세상과 분리된 채 좁은 방안에서 무력한 나날들을 보내야 하는 것이 어떤 것보다도 무거운 형벌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대안영상예술 장편부문의 경쟁작이었던 〈말께리다스〉는 지난 7일 진행된 네마프 시상식에서 새로운 방법적 시도와 치밀하고 섬세한 각본으로 빚어낸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으며 장편 작품상을 받았다.

 

영화는 약 130년의 역사를 지녔다. 세계 최초로 상영된 영화인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영화가 만들어져 이 세상에 나왔다. 다양한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시대 흐름으로 영화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데, 네마프2024가 추구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자유로운 시도와 상상력으로 과거의 질서에 통렬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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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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