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

글 입력 2024.08.1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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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을 맞이하여 <8월의 크리스마스>(허진호, 1998)를 감상했다.

 

1990년대 후반 아날로그 필름, 거창하지 않은 동네, 편지와 사진관으로 그 시절의 냄새를 자아내고 죽음을 응시하는 주인공의 시선에 따라 한발짝 멀리서 살아있는 것을 바라본다.

 

주인공은 아버지와 밥을 차려 먹고 사진관에서 일하고 가끔 예쁜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나 이 일상의 주인공은 죽음이 몇 달 남지 않은 시한부인생이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전제 아래 다시 그의 일상을 바라보면 비일상적이다.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자연스러운 일상에서 오는 처연함에 가슴이 아파온다. 그는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살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말하지 않는다. 약봉지와 자주 가는 병원 그리고 미세한 감정 변화들로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

 

순간을 영원으로 기억하는 사진사 정원은 남은 삶의 조각들을 조망한다.

 

울고 아파하면서 죽음을 기다리지 않고 화창한 햇볕을 느끼고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죽음에 초연한 듯 담백하게 일상을 보내다가도 친구와 술을 마시면서 참아왔던 울분을 터뜨린다. 혼자 남을 아버지에게 리모컨 사용법을 알려주며 걱정 섞인 역정을 내기도 한다.

 

그의 가족, 친구들은 별 말 없이 함께 찍은 사진으로 마음을 대신한다. 정원은 허허 웃는 얼굴로 남겨진 사람들이 기억할 사진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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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두었기에 그는 함부로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다. 주차단속원 다림이 사진관에 불쑥 찾아올 때마다 그는 웃음으로 화답한다. 자꾸 웃음이 나올 만큼 좋아서 확실한 말 대신 웃음으로 무마하려는 마음도 섞여 있다.

 

다림에겐 상처일지라도 그의 남은 생에 사랑을 불어 넣어주었기에 단호하게 막지 못했을 것이다. 적극적인 다림과 놀이동산 데이트를 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그 날 이후 사진관은 계속 닫혀있다. 영문을 모르는 다림은 초원사진관 주위를 며칠째 서성이다 화가 나 창문을 깬다.

 

잠시 퇴원한 그는 마지막까지 사랑을 표현했던 그녀에게 편지를 남긴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창 밖에 다림이 보이지만 창문에 손을 대보는 것에 그치는 모습에 뭉근하게 가슴이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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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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