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피드백 모임] 취미에는 돈이 든다, 그러나

글 입력 2024.08.1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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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에는 돈이 든다


 

오래전 배웠던 영어 문법 하나를 기억해 본다. 그것은 try+ to (동사원형)과 try+ (동사원형)ing를 구분하는 일이었다. 전자는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애쓰다라는 뉘앙스라면 후자는 한 번 시도해 본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취미를 가진다는 것은 후자에서 시작해 전자로 나아가는 일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아마추어의 가볍고 충실한 마음을 사랑한다. 처음부터 해내야만 하는 것으로 마음에 들어앉은 것에 대해 우리는 많은 순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야를 선택함으로써 왜곡된 삶을 살기가 우리가 말하는 숙련과 전문성의 다른 이름일 것으로 생각한다.


취미를 가지라는 조언은 운동하고 식사를 건강히 챙기며 스트레스를 조절하라는 말과 함께 모든 상황에 대한 만병통치약처럼 처방된다.


“그래요 아무래도 취미가 있어야겠지요.”


라고 나는 쉽게 수긍한다. 다행히 나는 하고 싶은 게 매우 많다. 사실 보는 대로 하고 싶은 게 늘어가는 편이다. 그런데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을 일정 수준 이상 들여야 한다. 나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 것은 대학 시절 풍물패를 했던 경험이었다. 우리는 쇠와 장구와 북과 징을 쳐대는데 전공 수업보다 많은 공을 들였다. 그리고 나는 무거운 북을 멋있게 들고 던지기 위해 엉성하고 몸에 무리가 되는 자세를 숙련되기까지 반복해야 했고 언젠가부터 한의원과 정형외과를 습관처럼 들려야 했다.

 

아무 대가도 오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우리는 모두 대가를 바라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누군가를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동아리의 운영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에 대한 계산은 얼렁뚱땅 치워버렸다. 그리고 할 줄 아는 게 많아질수록 내가 즐길 수 있는 재미는 늘어갔다. 그것은 내가 정당하게 몰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로 여겨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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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들여야 하는구나 충분히. 그리고 돈도 필요하구나! 많이… 특히 지금까지의 자신과 아무 관련 없는 영역을 시도해 보고 싶다면. 지금의 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취미에 대한 집착이 늘어가는 우리를 보는 중이다. 어떤 해소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까닭일까. 혹은 ‘진짜 나’라는 존재하지 않지만 없다고 말해버리기 머쓱한 것을 신경 쓰는 까닭일까.


이런 걸 다 차치하고 내가 진실하게 느끼는 것은 취미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취미가 재미있어지려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숙련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 숙련의 과정은 분명히 공짜가 아니다. 학교라는 독특한 시공간을 벗어나면 그 누구도 나에게 북을 공짜로 가르쳐주며 밥까지 사주지는 않는다. 그때 얻어먹은 밥은 사실 우리가 모두 대가 없음을 바라고 열망할 수 있기를 하기 위한 오랜 유산의 일부였을 뿐이다. 그러니까 공유재였다. 공유재를 쌓는 데 중요한 것은 신뢰다. 서로를 등쳐먹지 말자는 약속이다. 그 약속을 하기 어렵다면 가장 쉬운 방법으로 우리는 돈을 내야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책을 읽는데도 자기가 글을 쓰는데도 돈을 건다. 그 돈이 아깝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렇게라도 무언가 시도해 보고 싶어서 돈을 낸다.

 

 

 

상관없는 타인과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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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의 오프라인 모임은 그런 점에서 일종의 공유재를 만드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트인사이트라는 공통의 토대 위에서 대가 없이 시간을 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모임 신청자는 한 달에 한 번 지역을 기반으로 짜인 다른 아트인사이트 필진을 만난다. 문화 예술과 관련된 논의라면 무엇을 하는지는 자유이다.


첫 모임에서 우리는 각자의 글을 읽고 피드백을 나누었다. 각자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 중 3편을 미리 읽어 오고 글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감상을 나누는 식이었다. 얼굴 모르는 타인을 글로써 처음 접한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나는 좋은 걸 좋다고 말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글을 읽으며 좋았던 부분을 바로 말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건강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모임을 빠져야 했는데, 이는 무척 아쉬운 일이 되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모임에서는 공통 주제로 정해진 시간 안에 빠르게 글을 쓰고 합평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정된 시간 내에 빠르게 글쓰기는 게임 같았고 같은 소재로 각자 다른 작문을 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에 더해 새로 만난 사람과 일정 수준 이상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즐거웠다.

 

완전히 낯선 타인을 만날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같은 지역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리다 각자의 일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나의 공간이 만들어지는 까닭이다. 그 밖에서의 인연을 내심 바라면서도 감수할 것을 떠올리다 고개 진다. 이번 오프라인 모임 참여로 새로운 사람들과 익숙한 무언가를 나누기를 할 수 있어 기뻤다.

 

취미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음을 믿으며.

 

 

[진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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