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tyrinth] 익숙한 공간의 이질적인 존재들

무채색 도시 속의 화려한 소녀들에 대하여
글 입력 2024.08.1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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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기고했던, [고독한 도시의 외로운 마법소녀들]에 이어 마법소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마법소녀가 주로 활동하는 공간은, 농촌 등 자연의 순수함으로 가득 찬 곳과는 거리가 있는 공간입니다. 주로 도시, 학교처럼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고, 흔히 볼 수 있는 공간에서 화려한 전투가 벌어지곤 합니다.


화려한 이펙트와 정교한 괴수의 모습은 복잡한 느낌의 도시와 어울려 보일지 모르나, 마법소녀가 가진 색채와 도시는 어쩐지 동떨어진 느낌을 줍니다. 분홍, 파랑, 노랑 등의 반짝이고 화려한 색채들은 무채색의 도시 속에 위치할 때 눈에 잘 띄지만, 동시에 이질적입니다. 이러한 이질감은 마법소녀라는 대상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나, 동시에 저는 마법소녀가 도시 속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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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속(代贖) - 욕조], 2024, 캔버스에 아크릴, 116 x 80 cm

 

 

대속이란,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 대신 죄를 짊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글에 이어, 저는 마법소녀라는 대상을 화려함만을 가진 존재가 아닌, 본인의 것이 아닌 의무와 짐을 짊어지는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타인을 대신하여 큰 댓가 없이 많은 일들을 해내지만, 동시에 도시라는 무채색의 풍경과는 어쩐지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그들이 내보이는 괴리감과 고독감을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KakaoTalk_20240607_225747471_08.jpg

[대속(代贖) - 복도], 2024, 캔버스에 아크릴, 116 x 80 cm

 

 

작업을 하며,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하느라 굉장히 많이 헤매었던 기억이 납니다. 배경은 기존에 있던 사진들을 차용하고, 인물은 친구를 모델로 세운 사진을 참고하여 그리며 스스로의 한계에 대해서도, 원하는 바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기술과 구상 능력에 대해서도 많은 부족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의도하려는 바가 확실한 그림을 그리며, 나의 작업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질지를 더욱 객관적이고, 심층적으로 바라보려 했기에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가 의도한 바가 관객이 느끼는 바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작가가 의도한 바를 관객에게 설득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그림은 언제나 좋은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본인이 원하고, 의도한 바를 세련되게 어필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지로의 즉각적인 표현이 어렵다면 1차적으로는 글로, 이어 사진이나 그림으로 나아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어떤 그림에 어떤 의도를 녹여내고 싶은지를 늘 고민한다면 작가도, 본인도 한결 단단해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저 역시 그것을 목표로 꾸준히 그려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저와 같은 목표가 아니더라도, 창작에 있어 본인이 가진 목표의 방향대로 꾸준히 나아가신다면 좋겠습니다.

 

 

[윤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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