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100년을 기다린 '투란도트'를 만날 시간 - 솔오페라단 이소영 단장

글 입력 2024.08.1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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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 포스터_인터파크.png

 

 

오페라 팬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축제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열리는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축제’다. 약 두 달 반 동안 3만 석 규모의 야외 원형극장에서 <아이다>, <리골레토>, <투란도트>, <라 보엠> 등의 굵직한 작품이 공연되는 이 축제를 보기 위해 해마다 수십만 명이 베로나를 찾는다. 다가오는 가을에는 한국에서도 아레나 디 베로나를 관람할 수 있다.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투란도트>가 10월 1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공연되기 때문이다.


아레나 디 베로나의 첫 내한 공연인 이번 <투란도트>는 화려한 라인업과 웅장한 규모로 오페라 팬들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케스트라를 제외하고 무대에 오르는 사람만 500여 명, 무대 크기는 너비 46미터, 높이 18미터에 달한다. 한국 오페라 역사에 남을 공연인 만큼 공연을 준비하는 모두에게 특별한 작품이지만, 예술총감독을 맡은 솔오페라단 이소영 단장에게는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30년 전의 꿈이 현실이 되어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공연을 두 달가량 앞둔 8월 6일, 그를 만났다.

 

 

 

한국에서 만나는 ‘아레나 디 베로나’


 

이소영단장님 (2).jpg

 

 

이소영 단장님, 반갑습니다. 단장님 소개와 솔오페라단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솔오페라단의 이소영 단장입니다. 베로나 국립음악원에서 성악과와 피아노과를 졸업했습니다. 솔오페라단은 2005년 창단해 <춘희>를 시작으로 <카르멘>, <라보엠>, <투란도트> 등 굵직한 공연을 올리며 2017년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공연 분야 최다관객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수상한, 한국의 대표적인 민간 오페라 단체입니다. 정통 오페라만이 아니라 미니멀리즘 오페라 공연, 야외 오페라 공연, 오페라 열차 등 다양한 시도를 해 왔어요.

 

 

오는 10월에 공연되는 <투란도트>는 아레나 디 베로나 최초의 내한 공연이라는 점에서 기념비적인데요, 어떻게 성사되었는지 들려주세요.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맞아 올해와 내년이 상호 문화교류의 해로 정해졌어요. 이탈리아 문화원 및 대사관과 계속 교류를 해 왔기에 이번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뭘 하면 좋을지 의논하다가 이탈리아 쪽에서 먼저 아레나 디 베로나 공연을 제안했어요. 그걸 계기로 제가 아레나 디 베로나에 레터를 썼고, 여러 차례의 현지 미팅 끝에 공연이 성사되었습니다.


제가 베로나에서 공부했다는 점, 솔오페라단이 이탈리아 극장과 협업을 지속적으로 해 와서 현지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듯해요. 또 최근 들어 아레나 디 베로나를 찾는 한국 관객 비율이 높아지고,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아레나 디 베로나 쪽에서도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다고 해요.

 

 

오페라가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자체가 생소할 수도 있는데요, 단장님이 유학 시절 직접 보신 아레나 디 베로나의 기억을 들려주세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늘 동경의 대상이었던 축제예요. 유학 장소로 베로나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아레나 디 베로나였을 정도죠. 특히 제가 베로나에서 공부하던 1990년대 초는 우리나라 오페라 시장이 굉장히 열악했어요. 그래서 아레나 디 베로나의 어마어마한 무대 크기와 50만 명이라는 관객 규모가 더 엄청나게 다가왔지요.


공연 시작이 밤 9시 반인데, 좋은 자리를 사려고 사람들이 낮부터 줄을 서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올라오는 공연의 수준도 높았고요.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 같은 유명 성악가들 공연을 다 거기서 봤어요.

 

 

축제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지도 좀 더 들어보고 싶어요.


자유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어요. 관객들은 피크닉 바구니에 빵과 음료, 포도주, 맥주까지 들고 와서 자유롭게 공연을 즐기죠. 좌석 사이를 돌아다니며 간식 파는 사람들조차도 오페라 아리아 선율에 맞춰 홍보를 해요. 그러다가도 공연이 시작되면 그 소란스럽던 객석이 순식간에 조용해지며 무대에 집중하는 게 놀라웠죠.


그때부터 한국에서도 이런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꿈이 생겼어요. 그 후로 몇십 년이 지나 아레나 디 베로나 내한 공연을 준비하는 요즘은 내내 놀라움의 연속이에요. 이 놀라움과 경탄이 관객한테까지도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가장 완벽한 <투란도트>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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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고, 솔오페라단에서도 몇 차례 공연한 바 있어요. 단장님께 <투란도트>는 어떤 작품인가요?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유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오페라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무척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푸치니는 자신이 만든 다른 오페라를 다 버려도 좋다고 할 만큼 이 작품에 자신감을 보였다고 해요. 물론 다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서 마무리는 후배가 했지만, 그럼에도 어떤 작품보다도 완성도 높은 작품이에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해요. 많은 오페라가 주인공이 죽는 등 비극적으로 끝나는데, <투란도트>는 두 사람이 마지막에 깨달음을 얻고 사랑에 눈을 뜨며 관객에게 환희를 안겨주죠. 공연 만드는 입장에서는 인지도도 호감도도 높기에 무대에 올리기 좋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공연되는 아레나 디 베로나 프로덕션 <투란도트>의 특별한 점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일단 프랑코 제페렐리가 연출한 버전이라는 점을 꼽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의 영화 감독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듯한데, 이분이 가장 빛을 발했던 분야는 오페라 연출이었어요. 살면서 150편에 가까운 오페라 연출을 했고 오페라를 영화로 만드는 작업도 많이 했죠.


제페렐리의 특징은 의상이든 건축물이든 아주 작은 부분까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고증에 힘쓴다는 거예요. 또 고증에 그치지 않고 그걸 더 섬세하고 화려하게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죠. 이번 <투란도트> 역시 무대 세트, 의상, 귀걸이, 목걸이 등 제페렐리의 소품 하나하나가 다 그대로 한국에 들어와요. 아마 공연을 보시면 그 화려함과 섬세함에 깜짝 놀랄 거예요.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자막 크기만 가로 10미터, 높이 2미터에 육박할 정도로 무대의 크기가 엄청난데,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그 육중한 무대 세트가 순식간에 바뀌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요. 제페렐리는 진짜 천재였구나 생각이 들 정도죠. 저는 올해 아레나 디 베로나에 가서 직접 <투란도트>를 봤는데, 없던 궁전이 순식간에 나타날 때는 객석의 모두가 탄성을 질렀어요.


현지에서의 그 모습을 서울 KSPO돔에서 최대한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 국내외 할 것 없이 정말 많은 스텝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원래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투란도트> 같은 인기작은 10회 정도 공연하는데, 올해는 한국 공연을 위해 4회만 공연하고 지금 한국에 올 준비를 하고 있죠.

 

 

이번 공연은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유명한데요, 주목해서 볼 출연진으로는 누가 있을까요?


우선 지휘를 맡은 다니엘 오렌은 음악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에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오페라 지휘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죠. 아레나 디 베로나의 음악감독이기도 해서 캐스팅에 일일이 관여를 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아레나 디 베로나의 <투란도트>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성악가들로 팀이 꾸려졌습니다. 투란도트 공주 역을 맡은 옥사나 디카, 올가 마슬로바, 칼라프 왕자 역을 맡은 차콘 크루스, 마틴 뮐레 모두 독보적인 목소리를 가진 성악가들이죠.


그중에서도 제가 특별히 소개해드리고 싶은 출연진은 옥사나 디카, 올가 마슬로바와 함께 투란도트 공주 역을 맡은 전여진 씨예요. 이번 아레나 디 베로나 <투란도트>에 캐스팅이 되어 리허설까지 다 했는데, 공연 당일 갑자기 아파서 무대에 오르지 못했어요. 저희도 연습 과정을 다 봤기에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한국 공연에는 오를 수 있게 되어 기대가 큽니다. 아레나 디 베로나 무대에 선다는 것은 성악가로서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것과 같기 때문에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기대를 하셔도 좋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오페라에 빠져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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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에서 단장님이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너무 잘 알려져 있는 '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제외하고요.


1막에서 수수깨끼를 맞추지 말라고 만류하는 류에게 칼라프 왕자가 답으로 불러주는 곡이 있습니다. ‘울지 마라 류(Non piangere, Liù)’인데, 아리아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투란도트와 칼라프 두 사람이 키스를 하며 끝나는 피날레도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예전 인터뷰에서 오페라가 지금보다 대중화되기를 꿈꾼다고 하셨어요. 솔오페라단 단장으로서, 오페라가 더 많은 관객과 함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들이 오페라를 좀 더 편안하고 친근하게 생각해 줬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공연을 만드는 우리 프로덕션 팀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죠. 예전에 저희가 코레일과 함께 기획한 오페라 열차도 그 일환이었어요.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ATM기에 오페라 공연 광고를 싣기도 했죠.


이번 <투란도트> 역시 좌석별로 가격대가 다양하니, 많은 사람이 찾아 주셨으면 해요. 오페라란 오페라를 잘 아는 사람들이 차려입고 보는 게 아니라, 그냥 편하게 화려한 볼거리를 보고 오는 거라는 인식이 생기기를 바라요. 아레나 디 베로나의 관객들처럼요. 저는 한강변 같은 곳에서도 오페라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퇴근길에 즐기는 오페라, 좋지 않을까요?

 

 

관장님이 생각하는 오페라의 매력에 대해 들려주세요.


어릴 때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 부인>을 보고 완전히 매료되었어요. 오페라는 화려한 볼거리에 희노애락이 녹아든 드라마가 있다는 게 매력입니다. 스토리가 심오하지 않아서 누구나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투란도트>만 해도 원작이 동화거든요. 또, 같은 작품도 연출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는 점 역시 매력으로 꼽고 싶어요. 가사가 이탈리아어라 언어적 장벽이 있다고들 하지만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 자막도 잘 나와요. 더 많은 분이 오페라를 즐기면 좋겠습니다.

 

 

창단 20주년을 앞둔 솔오페라단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부산에서 시작해서 처음에는 서울로, 더 나아가 세계로 진출하는 게 목표였는데 그건 이뤘어요. 해외 프로덕션을 그대로 가져오는 게 아니라 저희가 직접 공연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역시 이뤘고요. 보람찬 순간들이었죠.


이제 다음 목표는 한국 창작 오페라를 만드는 거예요. 정말 훌륭한 작품은 100년이 지나도 전 세계에서 공연되잖아요. 저희도 그렇게 오래, 널리 공연될 수 있는 우리의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강력한 소망이 있습니다. 지금은 역사적 영웅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보다는 보통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가 더 필요하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투란도트> 공연을 앞두고, 관객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중음악 공연이 많은 10월에 이렇게 KSPO돔에서 오페라 공연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에요. 공연 장소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 준비 과정이 쉬운 게 없었지만, 모두가 열심히 준비한 만큼 한국 오페라의 역사상 기념할 만한 공연이 될 거라 믿어요. 많은 분이 기대하고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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