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캘리] 받는 사람의 생각은 얼마나 넓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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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나캘리]
오늘의 시는 세상이 김준현 시인의 시집, '연해질 때까지 비가 왔으면 좋겠어'에 수록된 시 '내 생각'입니다. 전문은 아니고, 4개의 연 중에 1, 2, 3연을 써봤습니다.
편지봉투를 받았는데 편지지에 내용은 없이 비어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그 사람은 분명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무슨 일인지, 어떤 생각으로 빈 편지지만 보낸 건지 온갖 생각이 다 들 것 같습니다. 그렇게라도 조금이나마 내 생각을 더 하게 만들고 싶다는 의도 같습니다.
편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언제부터인가 손글씨로 사각사각 써서 밀봉해 부치는 행위를 잘 안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온라인으로 많이 옮겨가기도 했고, 시간상으로도 심적으로도 비교적 많은 정성이 필요한 행위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누군가와 이렇게 가깝고 친밀한 관계가 있다는 건 정말 정서적으로 새로운 장에 발을 들이는 것과 같은 듯합니다. 새로운 자극, 긍정적인 상호작용, 교감. 자꾸 생각나게 만든다는 건 무엇보다 누군가의 유한한 시간을 나로 차지하는 일이니까요.
시는 함축적임에도 분명한 장면과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즐겨 찾는 장르입니다. 무엇보다 시의 시점 전후를 비롯해 등장인물 등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는 점 또한 좋은 요소입니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짧은 시간 내에 몰입을 끌어내기도 하고, 시집은 옴니버스처럼 이어지지 않은 형태가 많아 원하는 것만 골라 읽기도 좋고요. 들고 다니기에도 무겁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마치 언제든지 돌아와도 반겨주는 좋은 친구 같습니다.
[김성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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