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피겨계의 새로운 지표를 바라보다 - G-SHOW : THE LUNA [공연]

무더위를 날려줄, 뮤지컬과 피겨스케이팅의 매력적인 만남
글 입력 2024.08.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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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미디어아트 아이스쇼로 화제를 모았던 지쇼(G-SHOW)가 2024년 새로운 무대로 돌아왔다. [G-SHOW : THE LUNA]는 지쇼(G-SHOW)의 세 번째 무대로, 2022년 강릉, 2023년 목동 아이스링크에 이어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선보인다.

 

일반적인 아이스쇼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피겨 스케이팅에 화려한 미디어 아트와 뮤지컬이 접목되었다는 점이다.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있어서인지, 공연 당일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풍경이 인상 깊었다. 특히 어린이 관객을 위한 서비스가 많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공연 중반부에 관객과 직접 소통하고, 포토타임을 갖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더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사진02. THE LUNA_캐스팅 공개.jpg

 

 

캐스팅 또한 특별하다. 뮤지컬과 피겨 스케이팅의 콜라보레이션을 위해 전 피겨 스케이팅 선수 8명(안소현, 임은수, 김다민, 정지윤, 고순정, 김예리, 노채은, 유인서)과 뮤지컬 배우 8명(김준식, 김보근, 권민수, 곽영철, 채지영, 홍혜린, 황성준, 노주현)이 함께한다.

 

피겨계, 그리고 공연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는 시간, [G-SHOW : THE LUNA]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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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뮤지컬을 더하니


 

주인공 윈터(임은수)의 화려한 피겨 퍼포먼스와 함께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된다. 각종 스핀과 점프, 스텝 시퀀스 등의 화려한 피겨 기술들이 빙판 위를 수놓는다. 피겨를 즐겨 보는 팬이라면 기술적인 디테일이 눈에 들어올 수도 있겠지만,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뮤지컬을 관람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피겨계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표현력은 세계에서 인정받을 만큼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피겨의 예술성은 풍성한 뮤지컬 넘버와 스토리텔링이 더해지며 더욱 진가를 발휘하였다.


선수들의 섬세한 엣지 컨트롤과 손끝 동작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 표현하는 안무의 감정선, 스케이트 날에 긁히며 그려지는 빙판 자국까지 음악과 미디어 아트에 어우러지며 공연의 완성도를 더한다. 일반적인 피겨 경기에서는 선수들의 표현력과 연기, 음악의 해석 등의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뒷전이게 된다. 올바른 도약으로 회전수를 채워 점프를 랜딩하였는지, 얼마나 어려운 동작을 추가해 기술에 가산점을 더했는지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선수의 아름다운 퍼포먼스는 가려진 채 최종 점수에 맞춰 줄 세우기에 바쁘다.

 

그러나 뮤지컬 아이스쇼에서의 피겨 스케이팅은 오로지 예술로써, 이야기를 표현하는 하나의 연출로써 등장할 뿐이다. 이처럼 스포츠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은 앞으로도 대중성과 다양성을 더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무더위 속 빙판을 가르며 외치는 메시지


 

여름과 겨울만이 남은 머지않은 미래의 지구, 유일하게 사계절을 간직한 섬 '루나 아일랜드'에 겨울이 찾아오면 루나 페스티벌을 열어 '루나'를 선발한다. '루나'에 선발되면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어 많은 이들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동시에 봄과 가을을 간직한 나무 '노르말리스'를 보기 위해 이 섬을 찾아온다.

 

그러나 루나 아일랜드의 주인 '아틀라스(권민수)'는 노르말리스라는 이름 아래 품어진 희망을 버리고, 루나 아일랜드에 우주 정거장을 지을 계획을 세운다. 이에 맞서 노르말리스를 지키기 위해 윈터와 가람(김보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공연을 모두 관람하고 깨달은 것은, 우리는 현실에서 이미 '루나 아일랜드'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온도를 낮추기 위해 에어컨을 켜고, 시원한 곳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땀을 식히기 위해 아이스 쇼를 관람하러 온 우리들이 겹쳐 보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가 피하려고 애쓰는 이 '무더위'는 결국 우리 손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마치 무더위를 잊기 위해 시원한 아이스링크장에 찾아온 우리를 겨냥해 전하는 메시지처럼 들리기도 했다.

 

에너지를 아끼고, 생태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당연한 것을 실천하지 못한 우리는 더더욱 실천을 어렵게 하는 척박한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무대 위 주인공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거창하지 않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시도하는 것. 그 작은 움직임은 여름을 피해 아이스링크장에 들어온 관객들에게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스케이트 타는 뮤지컬 배우, 노래 부르는 피겨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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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을 위해 뮤지컬 배우들은 스케이팅 연습에, 피겨 선수들은 노래 연습에 매진하는 독특한 상황이 펼쳐졌다고 한다.

 

자신의 본업에 다른 분야를 더해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출연진들은 무대 위에서 멋진 스케이팅과 연기를 동시에 멋지게 선보였다. 얼핏 봤을 때 선수와 배우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였으니, 그들이 무대 뒤에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지 감히 짐작하지 않았다. 이번 뮤지컬 아이스쇼 [THE LUNA]를 통해 뮤지컬 팬에게는 배우의 색다른 모습을, 피겨 팬에게는 선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들어, 장르를 불문하고 분야와 분야가 협업하고 융합하는 모습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점점 더 복잡해지고 세분화되는 이 사회에서, 한편으론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서 자리 잡은 피겨 스케이팅이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아, 공연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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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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