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복숭아 깎기로 돌아보는 나의 독립심

글 입력 2024.08.18 00:5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240818_112705030_02.jpg

 

 

에세이 마감 날짜가 다가오면 나는 늘 빠르게 지나간 시간에 놀라곤 한다. 한 달 동안 무엇을 했는지 돌이켜봤을 때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고 어떤 것을 글로 쓰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여름 내내 즐겨 먹었던 복숭아, 복숭아를 깎기로 돌이켜본 나의 독립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나는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부모님과 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님을 느끼지만 그 외에 편리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내가 하는 일이 안정될 때까지는 최대한 이곳에서 버티는 게 나의 목표기도 하다.

 

 

KakaoTalk_20240818_112705030.jpg

 

 

올해 아빠의 퇴직으로 두 분은 이곳저곳을 놀러 다니기 시작하셨는데 그때마다 나는 이 집을 지키며 내 일상을 살아갔다.

 

밥을 해 먹고, 빨래를 돌리고, 머리카락이 거슬릴 때는 청소기를 돌렸다. 분리수거, 음식물 버리는 일 등 자잘한 건 다 할 줄 안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추후에 독립을 하더라도 여러운 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부모님이 사 오신 복숭아를 보면서 내가 '칼질'을 잘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과일 깎기는 누구보다 엄마, 아빠에게 미루면서 하지 않았던 나를 발견했다. 또한 평소 요리에 취미가 없어 혼자 밥을 먹게 되면 냉장고에 있는 반찬과 먹거나 간단한 계란 요리 정도만 하는 나에게 칼질은 할 이유가 없었던 것도 있다.

 

이걸 알게 되고 나서 칼질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바로 복숭아를 깎아 먹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한번, 이번 주에 한번 복숭아를 스스로 깎아 먹는 내가 웃기기도 했다. 사실 별거 아닐 수도 있는 일이고, 누군가는 그 나이 먹고 뭐 했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상하게 나는 이 과일 깎기가 내가 부모님에게서 조금씩 독립하고 있는 신호 중 하나라는 생각했다.

 

물론 나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본가에 있긴 하지만 이런 행동이 어쩌면 '정신적인 독립'과도 연관되었다고 느꼈다.

 

 

KakaoTalk_20240818_112705030_01.jpg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가 스스로 하는 일이 늘어난 것도 맞지만 무심코 잊고 있던, 나도 모르게 의지하고 있던 일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에게 복숭아 깎기가 그랬듯이 이런 일들을 하나, 둘 스스로 하다 보면 나는 더 자립적인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복숭아 깎기에서 시작된 것이 신기했다. 어떤 에세이를 써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이미 다 썼기에 어떤 에세이가 좋을까 생각만 순간 뿅 하고 머릿속에 튀어 오른 복숭아 깎기.

 

또 내가 알아야 할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 보니 백미 밥밖에 못하는 나에게 식단 한다고 사둔 곤약, 콩이나 다른 쌀과 섞어 먹는 방법. 네이버에 치면 나오겠지만 엄마의 익숙한 방식에 녹아들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렇게 자연스레 나는 홀로 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올해 아니면 내년엔 요리 에세이를 한 번쯤은 쓸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김지연.jpg

 

 

[김지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