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여름에 찾아온 지독했던 감기처럼 - O'PENing(오프닝) 2023, 여름감기 [드라마]

글 입력 2024.08.1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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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찾아온 감기는 유난히 더 서럽습니다. 꼭 나만 아픈 것 같거든요. 그래서일까요? 여름감기는 더 지독하게 앓고서야 끝이 나곤 하죠.’


인주는 장성자 밑에서 평생을 불법 추심 일을 하고 있다. 곁에 사람들은 모두 떠나가고, 불행만이 그녀를 지배했다. 행복이라는 감정을 잊은 채 살아가는 그녀의 앞에 진도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이 남자는 인주보다 나이도 많고 추레한 모습에 21살 된 딸까지 혼자 키우고 있는 남자다. 진도는 순박하고 딸을 위해서 가리는 일 없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의 마음에 한 여자가 들어온다. 차인주. 자꾸만 그의 앞에 슬픈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도와주고 싶고,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오지랖 넓게 계속해서 그녀의 일에 끼어들게 된다. 처음에는 동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도는 서서히 그녀에게 여름비처럼 스며들고 있었다. 인주는 곁에 사람이 없는 것이 익숙하고, 사람이 다가오면 불편한 감정만이 들었다. 그런 그녀의 곁을 자꾸만 맴도는 진도가 처음에는 너무 불편했다. 그는 왜 자꾸 나의 일에 끼어드는 것일까.


인주는 그를 밀어냈지만 진도의 순박한 마음에 자꾸만 마음이 갔다. 자신의 인생에 처음으로 나타난 따뜻한 사람. 그 사람이 신기해서인지 관심이 가서인지 자꾸만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 그를 시름시름 좋아하게 된다. 아픈 그녀에게 맛있는 과일을 가져다주고, 우산도 챙겨주고, 그녀가 목에 칼을 찔렸을 때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다. 인주는 처음으로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 따뜻함에 점점 마음을 열어간다.


‘해 뜨는 게 왜 좋아요? 그 해가 그 해인데 뭘 굳이 그걸 보러 찾아가나 궁금했어요.

새해가 올 때마다 나는 지겨운 영화를 다시 돌려보는 거 같았으니까.’


해 뜨는 게 왜 좋은 건지 모르고 살아온 인주에게 진도는 해 뜨는 걸 보러 가자고 제안한다. 바다를 보며 인주와 진도는 서로의 속 이야기를 하게 된다. 진도는 자신의 무언가를 인주에게 보여주고 싶어 그의 달걀을 탁 깨서 노른자를 보여주게 된다. 그의 노른자는 딸을 낳고 병에 걸려 죽은 집사람. 집사람이 떠난 후 어린 딸 하연을 키우며 빚을 갚으며 악착같이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진도의 노른자를 보게 된 인주는 자신의 노른자를 보여주게 된다. 12살 때 사람을 죽였다고. 아버지에게 죽도록 맞고 엄마랑 도망쳤는데 겨우 도망친 곳이 또다시 지옥이었다고. 죽기 싫었고 죽는 게 무서워 결국 죽였다고. 그리곤 17살에는 사람 죽이는 걸 처음 봤는데 그때 생각했다고 ‘아 도망쳐 봤자겠다.’라고. 진도와 인주는 서로의 노른자를 보여주며 더 가까워지고 곧 뜰 해를 기다린다. ‘근데 해는 언제 떠요? 어두운 거 지면 뜨죠.’ 마치 진도와 인주의 인생에도 어두운 이 순간들이 지나가면 해가 뜰 것이라고 암시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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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더 이상 편지를 보내지도 날 찾아오지도 말았으면 날 미련 없이 지워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지독하게 앓다가 미련 없이 보내는 여름감기처럼.’

 

진도의 딸 하연은 장성자에게 돈을 빌리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인주는 하연의 빚을 대신 갚으며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그만두겠다고 장성자에게 선언한다. 그 남자가 그렇게 좋냐는 장성자의 말에 인주의 눈빛은 흔들린다. 인주가 일을 못 그만두게 하려고 장성자와 함께 일하는 짜글이는 인주를 위협하고 그 과정에서 장성자는 짜글이의 칼에 맞아 죽게 된다. 인주는 짜글이와 몸싸움을 벌이게 되고, 인주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을 알게 된 진도는 그녀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그녀를 데리고 건물을 빠져나온다.


그 순간 ‘탁’하며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고 인주는 그에게 더 이상 자신을 찾아오지 말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며 진도를 밀어낸다. 그 후 인주는 감옥에 들어가고 그녀는 처음으로 제시간에 누워 편하게 잠을 자고, 처음으로 갓 지은 따뜻한 밥을 먹으며, 진도를 잊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그리고 그에게 편지를 쓴다.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나를 지우고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나는 당신을 잊지 않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


진도는 인주의 마음에 여름감기처럼 시름시름 다가온다. 인주는 처음 겪어보는 여름 감기에 열병을 앓다가 그의 행복을 빌어주고 떠나게 된다. 지독하고 많이 아팠던 여름감기같은 인주와 진도의 사랑은 새드엔딩으로 끝이 나지만 그들이 함께 앓았던 여름감기는 그들의 마음속에서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다. 어쩌다 서로의 시간에 끼어들어 잠시나마 행복을 나누었던 그들의 행복을 바란다.

 

 

어느 날, 당신이 나타났습니다.

억지로 마신 술이 역류했던 날, 당신을 처음 만났습니다.

당신은... 자꾸만 잘 나타났습니다.

싸움도 못하면서 괜히 휘말려 주었고, 음정 박자 무시하며 너무 무정하게 ‘무정 블루스’를 불러주었고, 새벽 빗속을 함께 걸어주었습니다.

내가 죽을까 봐 하얗게 질려 있던 당신의 얼굴이 낯설지만, 고마웠습니다. 고마운 마음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당신이 준 식혜를 깨끗하게 비울 뿐이었습니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잊지 않으려 애쓸 겁니다.

나는 당신이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다 당신의 시간에 끼어들어, 참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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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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